칼럼

컨설팅 교수를 대법관으로 ?

작성일 : 2023-07-13 21:12조회 : 455

컨설팅 교수를 대법관으로 ?

서울대 권영준 교수의 대법관 청문 과정에서 나온 여러 문제에 대해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또 내가 대학에서 경험한 바에 비추어 몇 자 적어 보려고 한다.

대학교수는 영리사업에 종사해서는 안 되며, 대학에서 특별하게 인정한 벤처사업이 아닌 한 영리를 목적으로 한 법인의 임원이 될 수도 없다. 그 외에 교수가 신문사의 객원 논설위원을 하거나, 시민단체나 비영리 단체의 임원을 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정부의 위원회 위원을 하는 것도 자유다. 다만 기업의 사외이사를 하는 경우는 대학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교수가 외부 강연, 기고 등으로 얻는 수입은 통상적으로 기타 소득으로 처리된다. 하지만 국세청은 본업이 있더라도 TV 출연이나 강연 등이 계속적이고 그 보수가 상당한 수준을 넘게 되면 기타 소득이 아닌 사업 소득으로 처리한다. 사업 소득은 세율이 높아서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된다. 교수가 자기 본봉 보다 많은 수입을 계속적으로 올리는 경우라면 국세청은 사업 소득으로 처리하지 않겠나 한다. (실제로 어떻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국세청에 의해 사업소득으로 처리되는 수입이 있는 활동이라면 교직원 직무 전념 의무에 비추어서 대학에 신고하고 허락을 얻어야 하는 것으로 이해가 된다. 그런 경우는 교수가 사업을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는 비밀유지 의무가 있고, 이는 다른 제3자가 침해할 수 없다. 띠라서 검찰의 강제수사, 소송에서의 증거제출 명령, 그리고 의회의 조사 등에 대해서도 비밀유지를 주장할 수 있다. 그것은 변호사법에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대학교수가 로펌과 자문 용역 계약을 하는 경우에 그것이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비밀유지를 주장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로펌과 교수 사이의 계약에는 비밀유지 조항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당사자 간에서만 효력이 있는 것이지, 검찰의 수사 또는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에 대항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즉, 교수는 누구에게든 법률자문을 해 줄 수는 있지만 그것을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비밀유지로 주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교수는 변호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사에 의하면 권 교수는 로펌 자문으로 매년 연봉 못지 않거나 그보다 많은 수입을 지속적으로 올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 수입은 기타소득이 아니라 사업소득으로 처리되어야 할 것이다. 교수가 사업소득을 올리는 상황이라면 대학에 신고하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 교직원의 직무전념 의무가 있을 뿐더러 그 수입의 정도가 영리 사업 범주에 속하기 때문이다.

정부기관이나 외부기관이 교수와 연구 용역을 하는 경우에도 대학 연구소를 통해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런 경우 대학은 일정 부분의 오버헤드를 공제한다. 대학 교수와 그를 돕는 연구원이나 대학원생이 대학의 인적 물적 인프라를 이용해서 연구를 하기 때문이다. 억대 용역 연구를 교수 개인과 몰래 체결하는 경우도 대학 당국이 그것을 특별하게 조사하기 전에는 잘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대학교수가 그런 용역 연구로 사업소득을 올린 사실이 나중에 드러나면 그것은 교수의 직무전념 의무 위반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도 큰 로펌 출신 변호사를 대법관 등 연방법원 판사로 고용하는 데는 신중을 기한다. 왜냐하면, 큰 로펌은 워낙 사건이 많아서 그런 큰 로펌 출신이 연방판사가 되면 회피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도저히 재판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대형로펌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에 비해 엄청나게 크다. 시장이 좁을뿐더러 몇 개 대형 로펌의 독과점 현상이 심하기 때문이다. 김앤장 같은 대형로펌에 속한 변호사를 판사로 임명하는 일은 없어야 하듯이 대형로펌에서 주는 용역 연구를 많이 한 교수도 판사로 임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 2023년 7월 11일자 동아일보 기사 ---

‘18억 보수’ 권영준 대법관 후보 “법률의견서 제출 어렵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3-07-11 14:39업데이트 2023-07-11 14:47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대형 로펌에 법률의견서를 써 주고 18억 원이 넘는 보수를 받아 논란이 된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의견서 제출을 요구하는 국회의원들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권 후보자는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 등 청문위원들이 그간 작성해온 법률의견서 제출을 요구하자 “구체적인 사건 정보와 의견서는 제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비밀유지의무 위반 논란이 있고, 의견서는 로펌의 정보라고 볼 여지도 있다”며 “국내 법원에 제출된 (의견서의) 경우 원칙적으로 공개가 제한되는 소송기록 일부를 구성하고 있어 여러 가지 법적 의무 위반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그러면서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고액의 소득을 얻게 된 점에 대해 겸허히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송구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독립적 지위에서 학자의 소신에 따라서 의견서를 작성·제출했지만 공정성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에서 정한 모든 신고·회피 신청 절차를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후보자가 의견서를 제출한 관련 사건 대부분이 대법원에 올라온다”며 “상당수 사건을 회피한다면 대법관으로서 역할을 하는 데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권 후보자는 “법이 정한 바에 따라 어떤 관계를 맺은 로펌이라도 모두 신고하고 회피 신청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공정성을 해할 만한 상황인지, 직무수행을 못 할 만한 상황인지는 대법원장이 판단하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권 후보자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7개 법무법인에 63건의 법률의견서를 써주고 총 18억 1500만 원을 받아 논란이 됐다. 필요경비 등을 뺀 소득 금액은 6억 9700만 원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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