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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함정수사

작성일 : 2023-08-03 08:58조회 : 417

FBI 함정수사

마피아라고 하면 사람들은 ‘마피아 전쟁’(Mafia War)이라고 불리는, 피비린내 나는 살인을 떠올리게 된다. 뉴욕은 그런 마피아 전쟁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도시이다. 뉴욕과 그 근교는 워낙 큰 도시이기 때문에 여러 마피아 패밀리가 이권을 갖고 다투다가 피비린내 나는 살인극을 벌였다. 그런 마피아 전쟁은 시카고, 필라델피아, 탬파 등 다른 큰 도시에서도 발생했다. (영화 <대부>도 마피아의 적은 경찰이나 FBI가 아니라 다른 마피아임을 잘 보여 준다.) 그러나 뉴올리언스에선 마피아 전쟁이 없었다. 뉴올리언스는 변방이었기 때문에 동북부 마피아 거물들이 관심을 갖지 않아서 세력 다툼이 없었다. 덕분에 칼로스 마르셀로는 루이지애나를 토대로 미시시피와 텍사스로 영역을 넓혀 갈 수 있었다.

마르셀로는 초등학교를 다닌 것이 학력의 전부라서 영어 스펠링도 약했지만 자기의 영역을 지키고 기회를 포착하는 데는 동물적 감각을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 마르셀로는 돈 냄새를 맡는 데는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다. 처음에는 복권과 도박 같은 불법적인 돈벌이로 시작한 마르셀로와 그의 조직은 보험과 부동산 등에도 투자해서 자산을 늘렸다. 마르셀로와 그의 형제들은 레스토랑, 술집, 모텔을 운영했다. 특히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그들의 자부심이었다. 관광객들이 많은 시내의 프렌치쿼터에 있는 누드 쇼 하는 술집과 섹스와 관련된 사업은 마르셀로 조직이 직접 운영하거나 이들과 협력하는 사람이 운영을 했다. 이태리제 고급 맞춤 양복을 멋지게 차려 입고 구치 구두를 즐겨 신는 마르셀로는 갱단 두목 보다는 사업가 면모가 더 많았다.

뉴올리언스에서 일자리를 가장 많이 제공하는 사업가가 마르셀로일 것이라는 말도 있었는데, 그것은 결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언론은 마르셀로를 ‘마피아 보스라고 알려진 사업가’로 표현했다. 마르셀로와 그의 부인과 자녀들은 뉴올리언스에선 유명인사, 즉 ‘셀럽’이었다. 그런 마르셀로에게 뜻밖의 위험이 다가오고 있었다.

정직과 도덕성을 앞세우고 대통령에 당선된 지미 카터는 조지아 출신으로 연방항소법원 판사이던 그리핀 벨(Griffin Bell 1918~2009)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했다. 마르셀로와 유대관계가 있었다고 여겨졌던 에드가 후버 FBI 국장은 1972년 5월에 사망했고, 닉슨이 후임으로 임명한 패트릭 그레이는 워터게이트 사건의 여파로 상원의 인준도 받지 못하고 1년 만에 낙마했다. 닉슨은 경찰국장 출신인 클라렌스 켈리(Clarence Kelley 1911~1997)를 FBI 국장으로 임명했으나 그 자신은 사임해야만 했다. 카터 대통령은 켈리의 후임으로 연방항소법원 판사이던 윌리엄 웹스터(William Webster 1924~)를 FBI 국장으로 임명했다. 이로써 연방법원 판사를 지낸 강직한 두 법률가가 법무부와 FBI를 이끌게 됐다. 마르셀로는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1978년 들어서 법무부와 FBI는 공직자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전에 없던 함정수사(Sting Operation)를 극비리에 기획했다. 하나는 상·하원 의원과 동북부 정치인을 타깃으로 한 Abscam 작전이고, 다른 하나는 루이지애나를 타깃으로 한 Brilab 작전이었다. 이 두 개의 함정수사는 성공을 거두었다. 마르셀로와 루이지애나 정치인을 타깃으로 한 Brilab 수사로 인해 마르셀로는 말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된다.

함정수사(Sting Operation)는 수사기관이 사업가 등으로 위장한 수사요원을 수사 대상에 접근시켜서 범죄행위를 유도하고 그 장면을 녹음 또는 녹화해서 기소하거나 현장에서 체포하는 수법이다. 말하자면, 수사기관이 상대방을 범죄로 유도해서 검거하는 수법이다. 우리는 그렇게 얻어진 증거는 재판에 사용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에 우리 검찰이나 경찰은 함정수사를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미국은 그런 수사를 합법적으로 보며, 공직 비리와 마약 및 매춘 사범 수사에 이 수법을 동원한다. 만일에 우리나라에서 함정수사를 허용하면 정치자금을 들고 유혹하는 언더카버 수사관에게 넘어가는 국회의원이나 선출직 공직자가 너무 많아서 감옥이 정치인들로 꽉 차고 말 것이다.

함정수사로 가장 잘 알려진 경우는 들로리언 자동차 회사를 만들어서 운영하다가 자금에 쪼들리던 존 들로리언(John DeLorean 1925~2005)을 상대로 FBI 요원이 코카인을 팔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해서 코카인을 인도 받는 현장에서 그를 체포한 사건이다. GM 자동차 수석 디자이너로 명성을 떨쳤던 존 들로리언이 이렇게 추락한 날은 1982년 10월 19일로, 그날의 톱 뉴스였다.

Abscam은 'Arab Scam'을 줄인 명칭으로, FBI가 능수능란한 사기범에게 가석방을 조건으로 가짜 회사를 차리고 사업가로 행세하도록 하고 아랍 복장을 한 FBI 요원 두 명이 아랍 부호로 행세하면서 투자를 하겠다면서 정치인들에게 편의를 부탁하도록 했다. FBI는 1978년 3월에 이 작전을 기획해서 30여 명의 타깃을 설정해서 접근토록 했다. 1980년 2월, FBI는 수사 결과를 공표했다. 뉴저지 출신 상원의원 해리슨 윌리엄과 하원의원 5명, 그리고 뉴저지 캠든시 시장과 필라델피아 시의회 의원 등 정치인 12명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치인들은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 수수가 매우 위험함을 인식하게 됐다.

- 사진 (1) : Abscam 수사에 걸려든 상원의원 윌리엄 해리슨. 옆은 아랍 부호로 변장한 FBI 요원.
- 사진 (2): 뉴욕 마피아 수사 결과를 브리핑 하는 윌리엄 웹스터 FBI 국장(오른쪽)과 루디 줄리아니 뉴욕시 관할 연방검사장. 1985년 2월 26일. 윌리엄 웹스터는 1978년 2월부터 87년 5월까지 FBI 국장을 지냈고, 그 후 1991년 8월까지 CIA 국장을 지냈다. 루디 줄리아니(Rudolph Giuliani 1944~)는 1983년 6월부터 89년 1월까지 뉴욕시를 관장하는 연방검사장을 지내면서 뉴욕 마피아를 일망타진(一網打盡)했다. 줄리아니는 그 후 뉴욕시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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