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Brilab 함정수사

작성일 : 2023-08-03 17:20조회 : 376

Brilab 함정수사

1976년 여름, 로스앤젤레스에서 보험 중개업을 하던 조셉 하우저(Joseph Hauser)는 루이지애나로 사업을 확장하고 싶었다. 하우저는 보험 중개업을 하면서 사기 혐의로 복역을 한 적이 있는 전과자였다. 하우저는 팀스터 조합의 단체보험을 뚫어 보려고 노력하다가 워싱턴 로비스트이며 마당 발 같은 인물인 아이작 어빙 데이비즌(Isaac Irving Davidson 1921~2017)을 알게 됐다. 하우저가 루이지애나에서 보험 중개업을 하고 싶다고 말하자 데이비즌은 자기가 칼로스 마르셀로를 잘 알고 있으며 마르셀로는 루이지애나 곳곳과 잘 통한다면서 마르셀로를 만나게 해 주었다.

1976년 6월, 하우저는 마르셀로를 타운 앤드 칸트리 모텔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하우저는 데이비즌을 통해 마르셀로에게 상당한 돈을 건넨 다음이었다. 루이지애나의 운송 노조와 부두 노조의 단체보험을 장악하고 있던 마르셀로는 하우저와 데이비즌이 NALICO라는 보험회사 경영권을 인수하도록 도와주었다. 하우저와 데이비즌은 루이지애나 건설노조의 단체보험에 눈독을 들였다. 그런데,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하우저의 NALICO 인수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SEC는 NALICO 인수를 중단시키고 법무부는 하우저와 데이비즌의 단체보험 수주를 조사했다. 1978년 법무부는 하우저를 사기 및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 때 FBI의 언더커버 작전 책임자가 하우저에 접근했다. FBI는 하우저에게 FBI의 함정수사에 협력하면 선처해 주겠다고 제의했다. 1979년 2월, 모든 것을 잃고 감옥에 들어갈 위기에 처한 하우저는 FBI의 제안을 받아드렸다. 이렇게 해서 FBI의 ‘Brilab 작전’이 시작됐다. ‘Brilab'은 ’Bribery and Labor'를 줄인 것으로 노조와 관련된 뇌물 수사라는 의미였다. FBI는 마르셀로가 루이지애나의 단체보험 시장을 장악하고 있음을 알고 이것을 잡으려 했다.

FBI는 LA 베벌리 힐스에 사무실을 얻어 화려하게 꾸미고 피델리티 컨설탄트라는 가공회사를 세웠다. 하우저를 대표로, 그리고 FBI 요원 두 명을 직원으로 내세우고 대형 보험회사인 프루덴셜 보험사의 협력회사임을 내세웠다. FBI는 하우저를 앞세워서 마르셀로에 접근해서 루이지애나 공무원의 단체 건강보험 수주를 부탁하고 그 대가로 이익 배분을 약속해서 그것을 증거로 잡아서 기소하려고 했다. FBI는 상대가 무시무시한 마피아이기 때문에 굉장히 긴장했으나 함정수사는 의외로 순탄하게 진행됐다.

FBI 요원들은 법원의 영장을 발부 받아서 한 밤 중에 마르셀로의 모텔 사무실에 침입해서 곳곳에 도청장치를 설치했다. FBI 요원들은 큰 트럭을 일부러 마르셀로의 모텔 앞에서 세우고 고장이 났다면서 수리를 하는 척하면서 도청 기술자들이 몰래 마르셀로의 사무실로 들어가서 전화는 물론이고 천정 등 여러 곳에 도청 마이크를 설치했다. FBI 팀은 마르셀로의 모텔 바로 근처에 있는 다른 모텔에 방을 잡고 도청 장치에서 발신하는 대화를 녹음했다. FBI 요원들은 하우저는 물론이고 동반하는 위장 요원 두 명의 몸에도 녹음 마이크를 설치해서 마르셀로를 만나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FBI는 마르셀로의 전화 통화는 물론이고 보험사업을 의논하러 온 것처럼 위장한 하우저와의 대화를 녹음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 루이지애나는 주지사 선거 열품이 뜨거울 때였다. 따라서 FBI는 마르셀로가 루이지애나 정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있는 뜻밖의 소득을 올렸다. 당시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민주당 소속의 에드윈 에드워즈(Edwin Edwards 1927~2021)였고 뉴올리언스 시장은 민주당원인 혼혈 흑인 더치 모리얼(‘Dutch’ Ernest Morial 1929~1989)이었다. 에드윈 에드워즈는 루이지애나에 일찍 정착한 프랑스계 가문으로 루이지애나 주립대에서 학부와 로스쿨을 나오고 작은 도시에서 변호사를 하다가 시의원을 지내고 주의회 상원의원을 지내다가 1972년 초 주지사 선거에 당선됐고 1976년에도 무난하게 재선에 성공했다. 수려한 외모와 대중을 휘어잡는 연설로 그는 루이지애나 민주당 정치를 장악했으나 연임 제한으로 1979년 말 주지사 선거에는 출마할 수가 없었다.

FBI가 도청한 바에 의하면 마르셀로는 에드워즈 등 루이지애나의 민주당 정치인들과 가까운 정도가 아니라 민주당 정치인들을 갖고 놀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1979년 말로 예정된 주지사 선거에 대해서도 마르셀로는 민주당 후보면 누가 주지사가 되도 관계없고 공화당 후보인 데이비드 트린(David Treen 1928~2009) 하원의원만 안되면 된다고 말하곤 했다. 마르셀로는 “트린은 *자식이야. 내 돈을 안 받아”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뉴올리언스 시장 모리얼에 대해선 “그 검은 *(ni**er)은 나만 보면 돈을 달라고 해”라고 노골적으로 비하했다. FBI가 공개한 녹음 테이프에 의하면 마르셀로는 에드워즈 등 민주당 정치인들과 특히 가까워서 마피아 두목이라기보다는 루이지애나 정치를 배후에서 주무르는 실세 같은 느낌을 주었다.

1979년 말에 열린 루이지애냐 주지사 선거는 예상을 뒤엎고 공화당 후보인 데이비드 트린이 당선됐다. 트린은 남북전쟁 후 처음으로 당선된 공화당 주지사였다. 트린은 당시 4선 하원의원이었다. 에드윈 에드워즈가 루이지애나 주립대(LSU) 학부와 로스쿨을 나온데 비해 데이비드 트린은 툴레인(Tulane) 학부와 로스쿨을 나왔다. 툴레인은 학비가 비싼 사립대라서 다른 주에서 공부하러온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이 대다수였다. 반면 주립대인 LSU는 루이지애나 주민(州民)에게는 학비가 매우 저렴해서 학생들은 대부분 루이지애나 출신이었다. 툴레인 졸업생들은 다른 주로 직장을 구해 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LSU 졸업생들은 주내에 머물기 때문에 루이지애나 정치는 LSU 출신이 장악하고 있었는데, 한 세기 만에 이변이 생긴 것이다.

- 사진 (1) : 루이지애나 주지사 에드윈 에드워즈(왼쪽)와 뉴올리언스 시장 더치 모리얼(오른 쪽). 모리얼은 오래 전에 루이지애나에 정착한 프랑스계 백인과 흑인 사이에서 생긴 혼혈 가문 출신이었다. 1978년에 뉴올리언스 시장에 당선돼서 8년간 시정을 이끌었다. 그는 흑인으로서 처음으로 LSU 로스쿨을 졸업했고 흑인으로서 처음으로 뉴올리언스 시장에 당선됐다. 그는 백인 혈통이 많은 흑인이라서 피부 색깔은 물론이고 외모도 흑인과는 많이 달랐다. 전통적으로, 미국에서는 흑인 혈통이 1/16이면 흑인으로 분류된다.
- 사진 (2) : 1980년 3월 10일. 데이비드 트린 주지사 취임식장에서 만난 에드윈 에드워즈(왼쪽)와 데이비드 트린(오른쪽). FBI가 Brilab 수사를 발표한 직후라서 에드워즈의 표정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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