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979년 루이지애나 주지사 선거

작성일 : 2023-08-04 08:31조회 : 394

1979년 루이지애나 주지사 선거

FBI가 'Brilab'이란 함정수사를 할 당시에 루이지애나는 주지사 선거를 앞두고 있었다. 우선 루이지애나의 독특한 선거 제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남북 전쟁이 끝난 후 루이지애나에선 공화당 주지사가 선출된 적이 없었다. 남부 주에게 공화당은 자신들에게 패배의 아픔을 안겨준 ‘링컨의 정당’이고 ‘양키의 정당’이었다. 따라서 최남부(Deep South)인 루이지애나 주지사 선거는 민주당의 프라이머리가 최종 투표나 마찬가지였다.

공화당에게는 불모지와 같은 루이지애나에서 공화당을 일으킨 젊은 변호사가 있었는데 그가 데이비드 트린(David Treen 1928~2009)이다. 루이지애나 주의 수도인 베이튼 루지에서 태어나서 뉴올리언스에서 자란 트린은 툴레인 대학 학부와 로스쿨을 나오고 변호사를 하면서 공화당 활동을 했다. 그는 1962년, 64년, 68년 하원의원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나와서 현역인 민주당 의원에게 패배했으나 점차 득표율을 올리는데 승리했다. 1972년 초에 있은 주지사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나온 트린은 민주당 후보 에드윈 에드워즈(Edwin Edwards 1927~2021)에게 57% 대 43%로 패배했다. 트린은 패배했으나 공화당 후보로는 선전을 한 셈이다.

트린은 계속 낙선을 했으나 공화당의 불모지였던 루이지애나에서 득표율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민주당 후보들은 프라이머리에서 이기기 위해 돈과 정력을 쏟아 부어서 본선에 가면 기진맥진했으나 트린은 공화당 내에서 경쟁자가 없어서 직접 본선에 주력할 수 있었다. 이렇게 득표율을 올려 온 트린은 1972년 가을 하원의원 선거에서 나가서 당선됐고, 74년과 76년 선거에서도 계속 승리해서 3선 의원이 됐다.

기존의 선거제도가 민주당에 불리하다고 생각한 에드윈 에드워드 주지사와 주 의회의 민주당 의원들은 1975년에 선거법을 개정해서 정당별로 치르는 프라이머리를 없애고 결선투표형 선거제를 도입했다. 새로운 제도에 의하면 1차 투표에는 정당 소속에 관계없이 모든 후보가 나서고, 1차 투표에서 50% 득표자가 없으면 1차 투표에서 1위 득표자와 2위 득표자가 한 달 후에 열리는 2차 투표에서 당락을 결정토록 하였다.

이렇게 하면 1차 투표에서 민주당 후보가 1위와 2위를 해서 2차 투표에서 어차피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든가, 공화당 후보가 1차 투표에서 1위나 2위를 하더라도 2차 투표에서 민주당 지지표가 결집해서 민주당이 항상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같은 결선투표형 선거를 1977년부터 주지사와 주 의회 의원은 물론이고 시 군 단위의 모든 선거에서 실시토록 했고, 1978년부터는 연방선거인 하원의원과 상원의원 선거도 같은 방식으로 실시하도록 했다. 이것이 유명한 루이지애나의 결선투표 방식 선거다.

2004년에 워싱턴 주가, 그리고 2010년에 캘리포니아 주가 채택해서 오늘날까지 운영하고 있는 결선투표형 ‘톱 투 프라이머리(Top Two Primary)’도 루이지애나 선거제와 비슷하다. 워싱턴과 캘리포니아는 2차 투표를 반드시 하는 데 비해 루이지애나에선 1차 투표에서 득표율 50%를 넘긴 후보는 2차 투표가 없이 당선이 확정된다. 워싱턴과 캘리포니아는 본선인 2차 투표를 다른 주들이 투표를 하는 11월 초에 하고 1차 투표를 그 보다 한 달 앞서서 하는데 비해, 루이지애나는 1차 투표를 11월 초에 하고 2차 투표를 한 달 후에 하는 것이 다르다. 상원의원과 하원의원 선거에서 루이지애나의 결과가 11월 초 선거가 끝나고 한 달 후에야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렇게 선거법을 바꾸었음에도 데이비드 트린은 1978년 하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해서 4선 의원이 됐다. 트린은 1979년 연말에 있을 루이지애나 주지사 선거에 출마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편 민주당의 현직 지사 에드윈 에드워즈는 연임제한으로 1979년 선거에는 나갈 수가 없었다. 그해 10월 27일에 열린 주지사 선거 1차 투표에는 민주당 후보가 무려 7명이 나왔고 공화당에선 트린만 출마했다. 트린이 21.79%를 얻어 1위를 했고, 민주당 후보인 루이 램버트는 20.74%를, 역시 민주당 후보인 지미 핏츠모리스는 20.74%를 얻어 3위를 했다. 12월 8일에 열린 2차 투표에서 트린이 50.35%를 얻어 49,65%를 얻은 램버트를 누르고 당선됐다. 트린은 남북 전쟁 후 처음으로 루이지애나에서 당선된 공화당 주지사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흥미로운 점은 1차 투표에서 3위에서 6위까지 한 민주당 후보들이 2차 투표에선 공개적으로 트린을 지지해서 트린이 간신히 승리했다는 사실이다. 그 배경에는 4년 후에 롤백하려는 에드윈 에드워즈 주지사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추측이 있었다. 실제로 4년 후 1983년 10월에 열린 루이지애나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의 사실상 단일 후보인 에드윈 에드워즈는 현직 지사인 데이비드 트린을 62% 대 36%로 1차 투표에서 승리해서 결선투표가 없이 당선됐다. 하지만 에드윈 에드워즈는 재임 도중 연방검사에 의해 부패 혐의로 기소가 돼서 1987년 주지사 선거 1차 투표에 2위를 한 후 출마를 포기했고, 따라서 2차 투표가 없이 1위를 한 민주당 소속 버디 로머가 당선됐다.

한편 1980년대 레이건-부시 시대를 거치면서 공화당은 남부에서 지지도를 확대해갔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이 1991년 주지사 선거를 앞두고 현직 주지사인 로머가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꾸었다. 이제는 민주당에서 주지사로 나설 사람이 없는 형편이 됐다. 그러자 민주당은 부패 정치인으로 낙인이 찍힌 에드워즈를 다시 주지사 후보로 내세웠다. 1차 투표에서 당적을 바꾼 현직 지사인 로머는 3위로 떨어졌고, KKK에서 활약했던 인종주의자 데이비드 듀크가 공화당 당적을 갖고 2위를 해서 2차 투표에서 에드워즈와 당락을 가르게 됐다.

루이지애나 주민들은 부패 정치인 에드워즈와 인종주의자 듀크 중에서 주지사를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당시 루이지애나 유권자들의 심정을 잘 표현한 슬로건이 “Vote For The Crook. It's Important."(“부패한 놈을 찍어. 이건 중요한 일이야”)라는 범퍼 스티커였다.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이 데이비드 듀크는 공화당 후보로 자격이 없다고 말하자 공화당을 지지하던 유권자들이 에드워즈를 지지해서 에드워즈는 네 번째로 주지사에 당선됐다. 네 번째 주지사 임기 도중에 에드워즈는 부인과 이혼하고 37살이나 어린 여자와 재혼한 후에 차기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주지사 임기를 마친 그는 부패혐의로 연방검사에 의해 기소돼서 감옥살이를 했다. 에드워즈는 부패한 루이지애나 정치를 상징한 인물이었다. (계속)

사진 (1) : 데이비드 트린 주지사와 레이건 대통령. (1981년)
사진 (2) : 악몽과 같았던 1991년 루이지애나 주지사 선거.
(나는 미국 유학 첫 학기에 이 유명한 1979년 루이지애나 주지사 선거를 직접 보았다. 박정희 대통령 사망, 테헤란 미국 대사관 점거 등 혼란스러웠던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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