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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로, FBI의 함정에 빠지다

작성일 : 2023-08-05 12:34조회 : 409

마르셀로, FBI의 함정에 빠지다

FBI가 함정수사를 위해 발탁한 조셉 하우저(Joseph Hauser)는 뱃장도 좋고 여러 가지 복잡한 사기를 저지른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다. 1979년 들어서 FBI는 LA 베벌리 힐스에 보험 대리점을 차려놓고 그것이 프루던셜 보험사 협력사라고 홍보했다. 그해 4월부터 하우저는 뉴올리언스의 고급 호텔 스위트룸에 머물면서 칼로스 마르셀로를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당시 뉴올리언스 시 정부는 시 공무원 22,000명의 집단건강보험을 블루크로스(Blue Cross)에서 다른 회사로 옮기려고 하고 있었다. 이것을 안 FBI는 하우저를 보험회사 중개인으로 위장해서 마르셀로를 만나게 한 것이다.

하우저는 마르셀로한데 뉴올리언스 공무원 건강보험 계약을 성사시키는데 도와주면 향후 이익 배분을 보장하겠다고 한 것이 이 함정수사의 핵심이었다. 이런 아이디어를 제안 받은 마르셀로는 한술 더 떠서 뉴올리언스 외곽의 제퍼슨 패리시('Parish'는 다른 주의 ‘County'에 해당한다.) 공무원 단체건강보험도 함께 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 동안 거칠 것이 없이 살아 온 마르셀로는 자만심에 빠져서 이런 제안을 하는 하우저의 신분을 파악하지도 않았고 자기 사무실의 보안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마르셀로는 하우저가 루이지애나 주 정부 고위직인 찰스 로머, 주 상원의원인 소니 무톤 등을 만나게 해주었다. 이들은 보험회사로부터 킥백(kick back)을 받는 아이디어를 기꺼이 반겼다. 마르셀로는 하우저에게 현금으로 15,000달러를 찰스 로머에게 전달하라고 이야기했고 하우저는 로머를 만나서 이 돈을 전했다. 15,000 달러를 받으면서 로머는 25,000달러가 더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마르셀로는 또한 하우저에게 주지사 선거 출마를 계획하고 있던 제임스 핏츠모리스 부지사를 만나서 뉴올리언스 공무원 건강보험과 아본데일 조선소 노동자 건강보험 계약 체결을 도와주면 10,000 달러를 주겠다고 전하도록 했다. 이 구상이 잘 되면 여기에 가담한 마르셀로와 부패한 정치인들은 향후 몇 년 동안 보험회사로부터 매달 20만~30만 달러를 킥백으로 챙길 예정이었다. 마르셀로는 차기 주지사로 핏츠모리스를 지지했다. 하지만 1차 투표에서 핏츠모리스는 3위로 탈락했고 소니 무톤은 6위로 탈락했다. 핏츠모리스와 소니 무톤은 결선투표에서 공화당 후보인 데이비드 트린을 지지했다. 12월에 열린 2차 투표에서 트린이 당선됐고 마르셀로는 새로운 주정부에서 자신의 영향력이 줄어 들 것으로 알고 화를 냈다.

이런 내용은 FBI가 설치한 도청장치에 의해 그대로 녹음이 됐다. 마르셀로가 루이지애나 정치인들을 평한 직설적 표현도 그대로 녹음이 됐다. 마르셀로는 에드윈 에드워즈 주지사에 대해선 “그 자식은 돈과 여자를 좋아하는데 술을 안 먹어”라고 했고, 더치 모리얼 뉴올리언스 시장에 대해선 “그 검은 자식은 나만 보면 돈을 달라고 해”라고 경멸했다. 하원의원으로 주지사 출마를 한 데이비드 트린에 대해선 “그 자식은 내 돈을 안 받아”라고 좌절을 늘어놓았다. 핏츠모리스는 자기가 트린 주지사 아래서 로머가 맡았던 고위 행정직을 맡을 것이라고 마르셀로에게 말하고 10,000달러를 받았으나 트린은 자기 선거를 도운 측근을 그 자리에 임명했다. 마르셀로는 이에 대해서도 화를 냈다.

1980년 1월 31일, 마르셀로는 자기 변호사와 하우저의 직원 두 사람을 자기 사무실로 오라고 했다. 마르셀로는 찰스 로머가 뉴올리언스 보험계약이 프루덴셜 보험사로 간다고 들었다고 좋아했다. 이 모임에 참석한 하우저의 두 직원은 FBI 요원이었고 모든 대화는 녹음이 됐다. 함정수사를 지휘한 FBI 특별수사반은 이 정도면 마르셀로와 정치인들을 사기 음모와 뇌물죄로 기소할 수 있다고 쾌재(快哉)를 불렀다.

FBI는 뜻밖에 큰 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1979년 10월 9일, 마르셀로는 존 하우저에게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LA 마피아 일당에 대한 재판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들은 나와 같은 마피아이고, 내 친구들이야”라고 말했다. 그해 2월, LA의 연방대배심은 도미니크 브루클리어 등 LA 마피아 일당 6명을 공갈, 협박, 사법방해 등 혐의로 기소해서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마르셀로는 이들을 잘 알았고 특히 그 중 한 명의 사촌이 마르셀로 조직의 간부인 필립 리주토였다. 하우저와의 대화를 도청한 FBI는 이 사안을 FBI의 LA 지부와 긴급하게 의논했다. FBI는 하우저한테 만일에 “마르셀로가 이 일에 대해 연락을 하면 LA 재판 담당 판사에 연락할 수 있다고 미끼를 던져보라”고 지시했다.

마르셀로가 다시 연락을 하자 하우저는 자기가 LA 연방법원 담당 판사를 잘 안다고 둘러댔다. LA에 살았으나 하우저는 이 사건을 맡은 프레거슨 판사를 알지 못했으나 거짓말로 둘러 댄 것이다. FBI는 프레거슨 판사가 미술품 애호가라고 알려주었고, 이에 착안해서 하우저는 필립 리주토와 LA에서 온 그의 사촌을 만난 자리에서 자기가 판사와 가까운 미술품 거래상을 잘 안다면 그를 통해서 판사에게 접근할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워낙 급했기 때문에 하우저의 이런 거짓말에 속아 넘어갔다. 마르셀로는 LA에 있는 마피아 친구들을 위해 25만 달러를 보내겠다고 했고, 이런 대화는 하우저의 몸에 숨겨 있는 도청장치를 통해 그대로 녹음이 됐다. 이 장면은 매우 위험한 순간이었지만 하우저는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10월 25일, LA로 간 하우저는 기소된 LA 마피아 간부들을 만나서 프레거슨 판사가 125,000 달러 상당의 미술품을 받으면 이들이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가석방 시켜 줄 것이라고 했다. 나흘 후에 이들을 다시 만난 하우저는 프레거슨 판사는 전에도 돈을 받고 마약 사범을 석방시킨 적이 있다고 둘러댔다. 이는 물론 모두 거짓말이었지만 마피아들은 이를 곧이들었다. FBI는 이제 LA 마피아와 마르셀로를 판사에게 뇌물을 주어 재판을 방해하려 했다는 혐의를 추가할 수 있어서 만세를 부르고 기뻐했다. FBI는 1400개나 되는 녹음 테이프를 정리 분석하는 작업에 들어갔고, 10개월에 걸친 위험한 함정 수사 작전을 감당한 하우저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마피아의 복수를 피해서 애리조나의 연방 교도소로 걸어 들어갔다.

1980년 2월 8일, FBI 수사관들은 뉴올리언스의 마르셀로 사무실로 들이 닥쳐서 소환장을 전달했다. 찰스 로머, 제임스 핏츠모리스는 물론이고 한 달 후에 퇴임하는 에드윈 에드워즈 주지사에게도 소환장을 발부했다. 워싱턴에선 FBI 요원이 로비스트인 아이삭 데이비즌에게 소환장을 전달했다. 뉴올리언스 등 동부 루이지애나를 관장하는 존 볼즈(John Volz 1935~2011) 연방검사장(US Attorney)은 지난 10개월 간의 함정수사(Sting Operation)를 통해 루이지애나 정치인들과 마르셀로의 범죄혐의를 파악했다고 발표했다. 존 볼즈는 함정수사는 정당한 수사 방법이라고 분명하게 잘라 말했다. 루이지애나 정국은 폭풍 속으로 들어갔고, 주민들은 주지사 등 정치인들이 마르셀로와 어울렸음을 알게 됐다.

사진 (1) : Brilab을 보도한 뉴스 자막.
사진 (2) : FBI 도청 팀이 머물렀던 모텔. 마르셀로의 모텔과 가까운 거리에 있다.
사진 (3) : 기자 회견을 하는 존 볼츠 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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