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세기 최고 미스터리’

작성일 : 2023-08-07 07:29조회 : 436

20세기 최고 미스터리’

케네디 암살은 ‘20세기 최고의 미스터리’다. 케네디를 둘러싼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면 케네디가 마피아에 의해서 암살됐을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1963년 10월에서 11월 22일까지 오스월드의 행적만을 보면 불안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오스월드가 즉흥적으로 케네디를 저격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오스월드는 멕시코시티에서 돌아 온 후 루스 페인이라는 여자의 호의로 10월 16일부터 댈러스 교과서 보관소에서 일을 시작했다. 11월 9일, 백악관은 케네디 대통령이 댈러스를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11월 18일, 케네디 대통령의 모터케이드가 교과서 보관소 건물이 있는 딜리 플라자 거리를 지난다고 댈러스 신문에 기사가 났다. 11월 21일 저녁, 오스월드는 예정에 없이 부인 마리나와 두 아이가 머물러 살고 있는 루스 페인의 집에 와서 같이 저녁을 먹었다. 그 다음날 11월 22일, 오스월드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혼자 커피를 끓여 마시고 두 아이에게 키스를 하고 결혼 반지와 얼마 되지 않은 돈을 마리나에게 남겨 둔 후 차고로 가서 구석에 세워놨던 카케노 소총과 총탄을 챙겨서 포장지로 감싼 후 부근에 사는 동료 직원의 자동차를 얻어 타고 시내에 있는 교과서 보관소 건물에 도착했다.

12시 15분까지 오스월드는 2층의 런치 룸에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동료 직원은 12시 30분 조금 넘어서 오스월드가 2층에서 코카콜라를 마시는 모습을 보았다. 따라서 바로 그 사이에 오스월드는 6층으로 올라가서 12시 30분에 케네디를 저격한 것이 된다. 그리고 오스월드는 건물을 빠져나와서 자기가 사는 하숙집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재킷과 권총을 갖고 나온 오스월드는 순찰차를 타고 온 티핏 경관을 여러 발 사격해서 죽였다. 오스월드는 극장으로 피했다가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 성격적으로 결함이 많은 오스월드가 단독으로 케네디를 저격한 것으로 보인다. 마피아 음모설을 부인하는 사람들은 이런 일련의 과정을 들어서 오스월드가 혼자 케네디를 저격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케네디 저격을 둘러싼 여러 가지 정황은 의문 투성이다. 모터케이드가 향하던 앞쪽의 잔디 둔턱(grassy knoll)에서도 총탄이 날라 왔다고 주장하는 많은 증인들이 있다. 케네디의 머리를 부셔 버린 총탄은 잔디 둔턱에서 날라온 것이라는 주장은 아직도 강력하다. 1차 대전과 2차 대전 때 사용했던 볼트 방식의 카케노 소총이 사람의 두개골을 파열시킬 정도로 강력한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케네디의 총상을 처음 검사한 댈러스 파클랜드 병원의 의사들은 앞에서 날라 온 총탄이 케네디의 두개골을 부셔 버렸다고 보았으나 나중에 해군병원의 검시관들은 총탄이 뒤에서 날라 왔다고 보았다. 미국 대통령을 저격하려는 사람이 저격 15분 전까지 태연하게 샌드위치를 먹고, 저격 직후에 자판기에서 코카콜라를 꺼내 마셨다는 사실은 믿기가 어렵다. 그래서 실제로 6층에서 저격을 한 사람은 오스월드가 아니라는 가설이 나오는 것이다.

오스월드가 뉴올리언스와 멕시코시티에서 보여 준 활동은 더욱 더 의심스럽다. 오스월드의 이모부가 마르셀로의 조직에서 일했다고 하면 이 부분은 이해가 된다. 오스월드가 뉴올리언스에 있었을 때 만났던 가이 배니스터와 데이비드 페리는 의문사를 했다. 특히 마르셀로의 측근이었던 데이비드 페리는 케네디 암살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됐다. 재크 루비가 오스월드를 살해한 이유와 상황도 그대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마르셀로의 조직에서 운영하는 누드 술집의 관리인인 루비가 케네디 대통령을 좋아해서 오스월드를 죽였다는 주장은 웃음거리다. 케네디가 죽자 텍사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의 술집에선 "그 ** 잘 죽었다"고 환호성을 질렀다. 플로리다 마피아 보스 산토 트라피칸트는 그의 변호사 라가노와 함께 케네디 사망을 자축하는 건배를 들었다고 라가노는 그의 회고록에 썼다. 단순한 자축인지, 아니면 그들의 작전 성공을 축하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금년 가을이면 케네디 암살은 60주년이 된다. 오스월드의 부인 마리나는 다른 남자와 결혼해서 성(姓)을 바꾸었고 아직도 살아 있다. 마리나는 오스월드의 죽음을 뒤로 하고 여러 남자와 어울려서 살았다. 마리나와 아이들을 자기 차에 태우고 뉴올리언스로 데려다 주고, 또 자기 차로 이들을 다시 자기 차로 뉴올리언스로부터 댈러스로 태우고 와서 자기 집에 머물도록 하고 오스월드에게 교과서 보관소에 일할 수 있게 소개해 준 루스 페인은 90이 넘은 나이로 북부 캘리포니아의 퀘이커 신자 은퇴촌에서 살고 있다. 아무리 퀘이커 신자라고 하더라도 오스월드, 특히 오스월드의 부인에게 그런 친절을 베풀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됐으나 그녀가 마피아나 CIA와 연루됐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야를 넓혀 본다면, 1960년 대선에서 케네디의 아버지가 시카고 마피아 보스인 샘 지앙카나의 도움을 받았으며, 그럼에도 케네디 대통령은 피그스 만 침공시 쿠바를 점령하지 못해서 마피아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로버트 케네디가 마피아를 상대로 전쟁을 시작한 거대한 모순이 있었다. 마릴린 먼로와 케네디 형제, 그리고 마릴린 먼로의 의문사, 대통령과 마피아 보스가 동시에 연인이었던 주디스 캠벨 등 케네디 대통령의 난잡한 여자관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FBI의 에드가 후버 국장과 CIA의 리차드 헬름스 부국장, 애디슨병과 척추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대통령을 불안하게 보았던 합동참모본부의 4성 장군들.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처럼 보였던 JFK의 ‘진실’은 한마디로 어두웠다. 그리고 미국은 존슨과 닉슨, 그리고 카터로 이어지는 ‘혼돈의 시대’를 겪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칼로스 마르셀로를 기소해서 징역 17년형을 선고한 미국 검찰과 법원에 대해 생각해 볼 점이 있다. 마르셀로는 함정수사(Sting Operation)에 걸려 들어서 그렇게 됐다. 우리나라 검찰이나 경찰은 함정수사를 할 수가 없다. 마르셀로는 어떤 범죄를 실행해서 징역 17년형을 선고 받은 것이 아니다. 단지 사기를 음모(conspiracy)하고 판사에게 뇌물을 주려고 모의했다는 이유로 징역 17년형을 선고 받았다. 우리나라 같으면 범죄가 되지도 않을 것이다. 깊이 생각해 볼 문제라고 하겠다.

(이것으로 케네디 암살과 마피아에 관한 연재를 마칩니다. 케네디의 죽음 만 생각하면 아버지 조셉이 뿌린 것을 아들들이 거둔 거지요.. 시카고 선거를 위해 샘 지앙카나와 거래를 하고 모른 체 했고.. 국무차관이나 국방차관을 하고 싶다는 로버트를 법무장관을 하라고 억지로 맡긴 장본인도 아버지였고,..젊은 패기에 조직범죄 수사에 나섰으나 그 화살이 자기 형과 아버지로 돌아오는 것을 알고 고민하던 중 형이 죽었고.. 그래서 자기 때문에 형이 죽었다고 생각했고.. 형의 후광을 업고 대선에 나갔다가 자신도 총에 맞았으니... 비극이지요... 존슨과 닉슨은 1972년 선거법 제정 전에 선거자금을 받은 것 외에는 마피아와 팀스터와 관련은 없는데, 대중에 이미지가 가장 좋은 케네디가 마피아와 깊이 연관돼 있었음은 아이러니라고 하겠습니다.)

- 사진 : 케네디 암살에 대해 주로 참고했던 책. 이외에 인터넷 자료와 기사, 그리고 도큐멘트 영상과 강연/대담 영상을 참고했다. 유튜브에는 케네디 암살을 연구하고 책을 쓴 저자들의 강연과 대담이 많이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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