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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즈

작성일 : 2023-08-10 13:49조회 : 389

존 볼즈

칼로스 마르셀로 등 Brilab 사건 연루자들을 기소한 연방 검사장(US Attorney)은 존 볼즈(John Volz 1935~2011)다. 그는 대배심이 기소한 4명의 피고인 중 마르셀로와 루이지애나 정계 거물 찰스 로머에 대한 유죄평결을 받아 내서 유명해졌다. 루이지애나 텍사스 미시시피를 장악하고 있던 마피아 보스와 루이지애나 주정부의 최고위 임명직 공무원을 지낸 인사에 대해 배심이 유죄판결을 내린 때는 1981년 8월이었다. 당시 나는 뉴올리언스로 돌아와서 박사과정을 시작하면서 논문을 준비할 때였다.

이 대단한 사건에서 유죄를 받아낸 존 볼즈 검사는 일약 유명인사가 됐다. 볼즈는 뉴올리언스가 고향이고 툴레인 학부와 로스쿨(1959년 졸업)을 나온 동문이어서 당시 로스쿨 신문에 볼즈를 인터뷰한 기사가 나와서 흥미롭게 읽었다. 마지막 부분에 학생 기자가 후배들한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볼즈는 “로스쿨 졸업하고 로펌에만 들어가지 말고 검사 직업을 택해 보라”면서 “정의를 위해 일하는 검사라는 직업은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끝을 맺었다. 40년 세월이 흘렀어도 나는 볼즈의 이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로스쿨을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는 학생들은 큰 로펌에 취직을 하려고 한다. 로스쿨을 평가해서 순위를 매기는 척도 중의 하나는 졸업생 중 50대 또는 100대 로펌 취직율과 졸업생의 첫해 연봉 평균이다. 실제로 해사법(maritime law)과 에너지법이 강한 툴레인 졸업생들은 해운회사와 석유회사 사건을 다루는 로펌에 제일 많이 취직을 했다.

공부를 마치고 귀국해서 대학에 자리 잡은 나는 바쁘게 살았지만 그래도 뉴올리언스에 관한 뉴스는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존 볼즈의 그 후 소식은 별로 듣지를 못했다. 이번에 마르셀로에 대한 글을 쓰면서 존 볼즈를 검색해 보았더니 2011년 2월에 74세로 사망한 부고 기사가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에 나와 있었다. 1978년에 카터 대통령에 의해 연방 검사장으로 임명된 볼즈는 1990년까지 3연임을 했고 부시 대통령은 후임을 임명하면서 볼즈를 뉴올리언스 주재 법무장관 보좌관으로 발령을 냈다. 4연임을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뉴올리언스에서 일을 하다가 다른 커리어를 찾으라고 부시 대통령이 혜택을 준 것 같았다. 그리고 클린턴 행정부가 들어섬에 따라서 볼즈는 법무부를 떠났으며, 그 후 뉴올리언스 인근의 세인트 태머니 패리쉬의 보안관(경찰국장)과 검사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모두 실패하고 마지막으로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행정법판사(ALJ : 연방 행정기관의 행정심판관)를 지내다가 사망했다.

카터 대통령에 의해 임기 4년인 연방 검사장에 임명되기 전에 볼즈는 뉴올리언스 지방검찰청에서 검사로 일했고, 법무부 마약국(DEA 전신) 수사관과 뉴올리언스 지검 차장검사, 뉴올리언스 연방법원 공공변호사단장(Public Defender)을 지내다가 연방 검사장으로 임명됐다. 4년 임기가 끝나도 레이건 대통령은 볼즈를 두 차례에 걸쳐 연임시켜서 그는 이례적으로 연방 검사장을 12년이나 지냈다.

연방 검사장으로 볼즈는 마르셀로와 로머를 기소해서 유죄를 받아냈을 뿐만 아니라 현직 주 의회 상원의장인 마이클 오키프를 부패 혐의로 기소해서 유죄판결을 받아냈다. 현직 주지사인 에드윈 에드워즈를 부패 혐의로 기소했으나 배심이 평결을 이루지 못해서(hung jury) 실패했다. 하지만 이렇게 기소된 에드워즈는 1987년 주지사 선거를 포기했다. 볼즈는 1973년 이래 선출직으로 뉴올리언스 검사장(DA)을 하고 있는 해리 코닉을 부패 혐의로 기소했으나 현직 검사장인 코닉은 결국 무죄를 선고 받았다. 연방 검사장인 볼즈는 선출직인 현직 주지사, 현직 주 의회 상원의장, 그리고 현직 검사장을 연이어 기소했던 것이다.

볼즈는 또한 과잉된 법집행을 한 경찰관 3명을 민권법 위반으로 기소해서 유죄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백인 경찰관이 흑인 거주 지역 내에서 불량배들에 의해 피살되자 동료 백인 경찰관들이 범인을 찾아내서 추적하던 중 흑인 4명을 사살한 사건인데, 이로 인해 흑인 사회가 술렁거렸으나 볼즈가 흑인들의 민권을 침해했다고 경찰관들을 기소함에 따라 소요사태는 생기지 않았다. 12년 동안 지냈던 연방검사장직을 떠나면서 볼즈는 “우리는 어느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보냈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남겼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그의 유해는 고향 뉴올리언스로 돌아와서 메테리 묘지의 천주교인 묘소에 안치됐다. (마르셀로가 안치되어 있는 바로 그 공원묘지다.) 볼즈 아래에서 일을 했던 법률가들은 그는 불의를 보고 묵과하지 않았던 검사였다고 그를 추모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검사 제도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연방국가인 미국은 주 법원과 연방법원이 있듯이 검찰도 연방검찰과 지방검찰이 있다. 지방검찰의 수장인 검사장(District Attorney)은 대체로 임기 4년으로 주민들이 직접 선출한다. 주 법원 판사도 선출직이며 카운티 보안관(Sheriff)도 대체로 선출직이다. 검사장과 판사는 통상적으로 연임제한이 없기 때문에 20년 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검사장(DA) 휘하에는 검사(Assistant DA)가 통상 수십 명 정도가 있다. LA, 뉴욕, 시카고를 관장하는 지검에는 검사가 수백 명은 될 것이다. 검사들은 평상시부터 관할 경찰과 긴밀하게 협력한다. 검사가 기소를 하기 위해선 대배심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수사 단계부터 경찰과 협조해야 한다. 검사는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고 그런 경우에 경찰은 당연히 검사와 협력을 한다.

법무부 산하에는 93개 연방검찰청(Office of the U.S. Attorney)이 전국에 걸쳐서 있다. 기본적으로 연방지방법원이 있는 지역마다 연방검찰청이 있다. 연방 검사장(U.S. Attorney)은 대통령이 상원의 동의를 얻어 4년 임기로 임명한다. 대통령은 대체로 법무부장관이 추천하는 인사를 검사장으로 임명한다. 검사장 휘하에는 검사(Assistant U.S. Attorney)가 작은 곳은 수십 명, 뉴욕과 LA 지역은 200명 넘게 있다. 검사를 언론에선 연방검찰관(federal prosecutor)으로 부른다. 검사는 신분이 보장되는 연방공무원이다. 연방 검사장이 지휘하는 연방검찰청은 연방법을 집행하고 연방범죄를 수사하고 기소한다. 통상적으로 수사는 연방 수사기관인 FBI, DEA(마약국) 등이 주로 담당하지만 주식 사기 등 경제범죄 같은 분야에선 검사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중요한 사건일수록 검사가 초기 단계부터 간여해야 대배심의 기소 결정과 배심 재판에서의 유죄판결을 얻어 낼 수 있다.

연방검사장은 임기가 4년이지만 대통령은 임기 중에도 해임할 수 있다. FBI 국장 임기가 10년이지만 대통령은 임기 중 해임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새 대통령이 들어서더라도 기존 검사장의 임기는 존중하는 것이 전통이었다. 그런데, 클린턴 대통령은 임기 중인 검사장들에게 일괄사표를 내라고 하고 많은 검사장을 자기 측 인사로 교체했다. 이 조치는 굉장히 논란이 많았고, 그런 탓에 클린턴 임기 중 법무부와 검찰청에선 문제가 많이 발생했다. 조지 W. 부시와 오바마는 기존 검사장의 임기를 존중했다, 트럼프는 법무부 본부 인사와 검사장 인사를 제멋대로 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가 임명한 검사장을 일괄적으로 해임했다. 미국의 사법질서가 크게 흔들리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 사진 : 존 볼즈 검사장 (1985년). 우리 사회에는 이런 검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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