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케네디 리무진

작성일 : 2023-10-05 22:09조회 : 389

케네디 리무진

케네디가 댈러스에 탄 리무진은 링컨 콘티넨탈 1961년 모델로 판매가격이 7,300달러였는데, 백악관은 한 해에 500달러를 주고 빌려서 쓰고 있었다. 경호실은 링컨을 인수해서 20만 달러(현 가격으로 180만 달러)를 들여서 중간을 41인치 늘려서 3열 좌석 리무진으로 만들고 경광등, 히팅과 에어컨, 무선전화 등을 장착했다. 또 차체를 강화하고 지붕을 제거해서 오픈카로 만들고 필요시 플라스틱 지붕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악수를 하기를 좋아하는 케네디는 오픈카(無蓋車)를 원했다. 경호실은 이 차를 X-100라는 코드 명으로 불렀다.

케네디가 텍사스를 방문하기 며칠 전에 플로리다 탬파를 방문했는데, 케네디는 오픈카 X-100로 플로리다의 태양을 즐겼다. 경호실은 이 자동차를 공군 수송기로 싣고 와서 댈러스 공항에 대기하고 있다가 케네디가 공군 1호기에서 내리자 이 차에 케네디 부부와 존 코넬리 텍사스 주지사 부부가 같이 타고 댈러스 시내로 향했다. 공항에서 목적지인 트레이드 마트 건물까지는 불과 3마일이었다. 도착 5분을 앞두고 모터케이드가 딜리 플라자에서 120도 좌회전을 한 후인 12시 30분 총성이 울렸고 케네디와 코넬리가 피격됐다. X-100은 곧장 파클랜드 병원에 도착했으나 오후 1시에 병원측은 케네디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파클랜드 병원 응급실 앞에 주차한 링컨 X-100의 뒤 좌석은 케네디가 쏟아낸 피와 뇌수(腦髓)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앞 유리창이 깨져 있었다. 경호실 요원들이 이 차를 지켰고 그런 와중에 폴 랜디스 경호원이 케네디 부부가 탔던 뒤 좌석에서 총탄 한 개를 주워서 이를 케네디의 시신이 누워 있던 들것에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랜디스는 사건 발생 60년 만에 이런 사실을 밝혀서 이제까지 코넬리의 들것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았던 총탄을 둘러싼 팩트를 뒤집어 놓았다.

케네디의 부검을 워싱턴에서 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링컨 X-100도 워싱턴으로 가기로 했다. 경호실 요원이 X-100를 댈러스 공항으로 가져갔고 X-100은 다른 경호차량과 함께 공군 C-130 수송기에 올라탔다. 공군 1호기로 댈러스 공항을 출발하기 전에 린든 존슨은 댈러스 소재 연방지방법원 새러 휴즈 판사를 불러서 기내에서 대통령 취임 선서를 했다. 공군 1호기는 케네디의 시신과 재클린, 그리고 존슨 부부 등 일행을 태우고 워싱턴 근교 앤드류스 공군기지로 향했다. 앤드류스 공항에 도착한 재클린은 마중 나온 로버트 케네디와 만나서 케네디의 시신을 실은 앰뷸러스 편으로 베데스다 해군병원으로 향했다. 존슨은 공항에서 간단한 인사 연설을 하고 워싱턴 자택으로 향했다. 수송기로 도착한 링컨 X-100은 백악관 차고로 들어갔다. 그리고 경호실 등 백악관 직원들은 며칠 동안 장례식으로 정신이 없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조문객을 맞느냐고 백악관은 완전히 북새통이었다. (우리나라에선 대통령 권한대행이자 대통령 당선자인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이 참석했다.)

링컨 X-100은 대통령을 살해한 중대한 범죄의 중요한 증거물이었다. 11월 29일, 존슨 대통령은 케네디 암살을 조사하기 위한 워렌위원회를 발족시켰다. FBI와 워렌위원회 조사관들은 백악관 경호실 차고에 주차되어 있던 X-100을 조사하면서 뼈 조각과 탄환 파편을 회수했다. 12월 말 백악관은 새로운 대통령 리무진을 주문해서 마련하는 데는 2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X-100을 개조해서 계속 대통령 차량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그해 말에 X-100은 신시내티에 있는 차량 개조 회사로 보내져서 지붕을 설치하고 방탄 기능을 강화하고 좌석을 교체하고 엔진 출력을 보강하는 작업을 했다. 차량 색깔은 원래대로 진한 푸른색이었는데, 존슨 대통령이 이를 검은색으로 바꾸라고 해서 다시 도장을 했다. 이 작업에 소요된 비용은 50만 달러로 현재 가격으론 460만 달러에 해당한다. 새로 태어난 X-100은 1964년 여름에야 비로소 백악관 차고로 들어왔다.

대통령 전용차가 없는 상태에서 존슨 대통령은 에드가 후버 FBI 국장의 방탄차를 빌려서 타고 다녔다. X-100이 백악관에 다시 돌아왔음에도 존슨은 케네디가 총에 맞아 죽은 차라고 생각해서 사용하기를 꺼렸다. 존슨은 신형 링컨을 새로 주문해서 탔으나 방탄 기능이 탁월한 X-100을 타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1964년 대선에서 승리한 존슨은 1965년 1월 대통령 취임식에 가기 위해 X-100을 타고 의사당을 향했다.

존슨에 이어서 대통령이 된 닉슨은 1967년형 링컨 콘티넨탈을 전용차량으로 사용했고, 포드와 카터도 각기 전용차량을 사용하고 X-100은 거의 타지를 않았다. 그럼에도 X-100은 대통령이 외국에 나갈 때 예비용으로 갖고 나가는 등 운행을 했다. 링컨 X-100은 1977년에 비로소 백악관에서 퇴역했다. 백악관은 1961년에 포드 자동차와 맺은 계약에 따라 이때까지도 매년 500달러씩 임차료를 내고 있었기 때문에 두 차례에 걸쳐 엄청난 돈을 들인 X-100의 소유권은 포드 자동차에 있었다. X-100을 넘겨받은 포드 자동차는 미시건 주 디어본에 있는 포드 자동차 박물관에 진열해서 일반인에 공개해오고 있다.

케네디 암살을 연구한 사람들은 존슨의 백악관이 X-100을 한 달 만에 개조하기로 한 조치에 의심을 품고 있다. 그날의 상황을 파악하는데 가장 중요한 범죄 증거물이 깊은 조사가 없이 파괴됐다는 것이다. 당시 워렌위원회는 발족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실질적으로는 FBI의 조사결과에 의존해야만 했다. X-100의 앞 유리는 구멍이 나 있었는데, 그것이 과연 앞에서 날라 온 총탄 구멍인지, 아니면 뒤에서 날라 온 총탄의 파편으로 난 것인지 등 여러 가지 의문이 충분히 풀리지 않았다. 총탄이 어디서 몇 개가 날라 왔는지에 대한 탄도 분석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자동차를 개조한 것은 은폐가 아니냐는 것이다. 에드가 후버 FBI 국장은 처음부터 케네디 암살은 오스월드의 단독범행이라고 단정했기 때문에 X-100을 증거로 보존할 생각이 없었다. 따라서 모터케이드의 전면 호위를 없앤 조치와 링컨 X-100를 빨리 개조해 버린 배후는 바로 존슨이라는 가설이 나오는 것이다.

사진 (1) : 포드 박물관에 전시 중인 링컨 X-100. 미국 납세자의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간 자동차일 것이다,
사진 (2) : 개조 후 백악관에 도착한 X-100.
사진 (3) : 1965년 1월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X-100을 타고 가는 존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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