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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존슨 취임 선서
작성일 : 2023-10-13 20:00조회 : 417
존슨 취임 선서
1963년 11월 22일 오후 1시 38분 CBS 뉴스를 통해서 월터 크롱카이트는 케네디가 중부 시간 오후 1시 30분, 동부 시간 오후 2시 30분에 사망했다고 알렸다. 존슨 일행은 이 보도를 공군 1호기 속에서 접했다. 1시 40분, 존슨은 루퍼스 영블러드 경호원과 비서인 마리 페머와 함께 대통령 베드룸으로 들어가서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존슨은 로버트에게 혹시 이것이 공산주의자들의 음모인지에 대해 들어보았냐고 물었다. 로버트는 대답을 거의 하지 않았다. 존슨은 로버트 케네디에게 자기가 어디에서 취임 선서를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로버트는 아무 답을 하지 않았다. 존슨은 통화를 끊었다.
존슨은 맥조지 번디 안보보좌관과 자신의 보좌관이 월터 젠킨스이 워싱턴에서 걸어 온 전화를 받았다. 두 사람은 존슨이 즉시 워싱턴으로 와야 한다고 말했다. 존슨은 자기가 재클린을 두고 갈 수 없으며 재클린은 케네디 시신과 함께 움직일 것이라고 답했다. 로버트 케네디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존슨은 이때 로버트가 댈러스에서 취임선서를 하라고 말했다고 주장했으나 로버트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나중에 밝혔다.
이어서 존슨은 니콜라스 카첸바흐 법무차관과 통화를 했다. 카첸바흐는 헌법 조문을 찾아서 대통령 취임선서 문언을 불러주었고, 존슨의 비서 마리 페머가 받아 적었다. 존슨은 자신의 친구로 댈러스에서 변호사를 하는 어빙 골드버그에 전화를 해서 취임선서를 누가 주재할지에 대해 의논했다. 골드버그는 댈러스 소재 연방지방법원 판사인 새러 휴즈(Sara Hughes)를 추천했다. 마리 페머가 휴즈 판사 사무실에 전화를 했으나 자리에 없었다. 존슨은 직접 전화를 걸어서 “그녀를 찾으라”고 명령했다.
오후 1시 55분, 그날 아침 다음날 일정을 위해 오스틴으로 먼저 갔던 존슨의 공보비서 빌 모이어스(Bill Moyers)가 소식을 듣고 경비행기를 전세내서 댈러스 공항에 도착했다. 케네디 사망을 병원에서 발표한 케네디의 공보비서 맬컴 킬더프와 빌 모이어스, 그리고 기자 3명이 공군 1호기에 탑승했다. 평소에 25명 이상 태우지 않던 공군 1호기는 사람들이 꽉 들어찬 모습이었다. 오후 2시 2분, 새러 휴즈 판사가 공항을 향해 출발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2시 14분, 재클린이 운구차의 뒷 좌석에 타고 공항에 도착했다. 재클린은 케네디의 관(棺)을 따라서 공군 1호기 트랩을 올랐다. 이어서 로이 켈러먼 경호단장, 클린트 힐 등 경호원들이 탄 차 두 대가 도착했다. 케네스 오도넬 등 케네디 사람 6명과 경호원들이 합류함에 따라 공군 1호기는 더욱 복잡해 졌다. 재클린은 전용기 중간 부분에 있는 대통령 침실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거기에 존슨이 루퍼스 영블러드 및 마리 페머와 함께 있어서 놀랐다. 재클린은 케네디의 관이 놓여 있는 뒤쪽에 가서 앉았다.
존슨은 베드룸에서 나와서 앞쪽 스테이트 룸으로 자리를 옮겼다. 존슨과 버드 여사는 재클린에게 가서 베드룸으로 들어가서 쉬라고 하면서 재클린을 그리로 데리고 갔다. 재클린의 옷은 피투성이였고 한쪽 장갑은 없어졌고 한쪽 장갑은 피가 흥건히 젖어 있었다. 버드 여사는 재클린에게 옷을 갈아입을 것을 권했으나 재클린은 “나는 그들이 한 짓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거절하고, 피에 젖어 검붉어진 흰 장갑만 벗어놓았다. 그리고 재클린은 담배를 한 대 피웠다. 존슨이 기내에서 취임 선서를 하기로 한 것을 모르는 케네스 오도넬은 기장에게 빨리 이륙하자고 했으나 기장은 존슨이 대기하라고 했다고 답했다. 공군 1호기의 주인이 바뀐 것이다.
2시 28분, 새러 휴즈 판사가 도착했다. 마리 페머가 타이핑한 취임 선서문을 휴즈 판사에게 전했다. 문제는 어느 누구도 성경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 때 래리 오브라이언이 베드룸으로 가서 설합 속에 있던 가톨릭 성경 책을 가져왔다. 그 성경 책은 작은 포장에 담겨 있었다. 존슨은 오도넬에게 재클린한테 취임 선서를 할 때 옆에 있어 달라고 부탁할 것을 청했다. 오도넬은 “당신은 그렇게 할 수 없어!”라고 반박했다. 존슨은 오도넬에게 재클린이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고 하자 오도넬은 “그럴 리가 없어”라고 소리치면서 베드룸으로 가서 재클린에게 취임 선서에 나오겠냐고 물었다. 재클린은 “나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소한 나라를 위해 그렇게 해야 해요”("I think I ought to. At least I owe that much to the country.")고 말했다. 재클린의 품위가 배어나는 한 마디였다.
2시 37분, 피 묻은 옷을 그대로 입은 재클린이 베드룸 밖으로 나왔다. 항공기 앞쪽의 스테이트 룸에 27명이 모여서 새러 휴즈의 주관으로 존슨이 취임 선서를 했다. 선서는 "So help me God."으로 끝났고, 버드 여사는 재클린의 두 손을 붙잡고 온 국민이 당신 남편의 죽음을 슬퍼합니다“("The whole nation mourns your husband.")고 위로했다. 이 역사적인 순간을 백악관 사진사가 찍었고 함께 탄 기자 세 명이 기사를 썼다.
2시 47분, 공군 1호기가 활주로를 달려서 하늘로 치솟았다. 기장 스윈덜 대령은 급격하게 고도를 높여서 일행은 이러다가 댈러스를 떠나는 게 아니라 지구를 떠나려는 것처럼 느꼈다. 재클린은 케네디의 관 옆 좌석에 앉았고 케네스 오도넬과 케네디 측근들도 주변에 자리를 잡았다. 재클린은 “케니, 어떻게 되는거야?”고 물었고. 오도넬은 “나도 모르겠어”라고 답했다. 재클린은 비로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케네디 주치의 버클리 제독은 매리 갤러거에게 재클린이 베드룸에 남긴 피 묻은 장갑을 치우라고 지시했다. 케네디의 비서 매리 갤러거와 재클린의 비서 파멜라 터뉴어(Pamela Turnure)는 비행 도중 내내 울었다.
- 사진 (1) : 존슨 취임 선서 모습. 재클린의 분홍색 옷에 핏자국이 보인다. 재클린이 전날 처럼 흰색 옷을 입었더라면 핏자국은 더욱 선명했을 것이다. 버드 여사 뒤에 서있는 나비 타이를 맨 사람은 존슨과 가까운 앨버트 토머스 하원의원, 재클린 오른쪽 뒤에 서있는 사람은 역시 존슨과 가까운 잭 브룩 하원의원이다. 호머 손베리 하원의원은 존슨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새러 휴즈 판사는 키가 작아서 존슨을 올려봐야 했다. 녹음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맬컴 킬더프 공보비서. 이날 선서에 사용된 성경이 가톨릭 성경이었음은 나중에 알려졌다. 버드 여사는 존슨이 가톨릭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를 했음이 알려지면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 성경책을 자기의 핸드백 속에 넣어 갖고 나왔다. 이 성경 책은 존슨 기념도서관에 보관돼 있다.
- 사진 (2) : 재클린을 위로하는 버드 여사. 오른 쪽 가장 뒤에 안경 쓴 사람이 존슨 백악관의 대변인이 되는 빌 모이어스
- 사진 (3) : 선서가 끝나고 재클린을 위로하는 모습. 가운데 안경 쓴 사람은 댈러스 경찰국장 제시 커리. 존슨은 커리 국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리 국장 뒤에 안경 쓴 여자는 케네디의 집무실 비서인 이블린 링컨. 오른쪽 뒤에 보이는 여성은 재클린의 비서인 파멜라 터뉴어(1937~2023). 조지타운 대학을 나온 터뉴어는 케네디가 상원의원을 지낼 때부터 비서를 지내면서 케네디와 깊은 관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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