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지 슐츠

작성일 : 2023-12-12 08:22조회 : 344

조지 슐츠

회고록을 통해 재임 중에 있었던 상세한 기록을 남긴 국무장관으론 헨리 키신저 외에 조지 슐츠(George Shultz 1920~2021)가 있다.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오래 지낸 조지 슐츠도 키신저처럼 100세를 넘겨 살았다. 슐츠는 닉슨 행정부에서 노동장관, 관리예산실장, 재무장관을 지내고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내서 장관급을 네 차례 역임한 기록도 갖고 있다. 헨리 키신저가 안보보좌관 시절을 <White House Years>(1979)란 두툼한 책으로 펴냈듯이 슐츠도 국무장관 시절을 <Turmoil and Triumph>(1993)로 펴냈다.

두 책은 이 시대를 공부하는 연구자들에게 더 없이 소중한 역사 기록이다. 슐츠의 회고록은 자기의 주관적 생각을 최소화 하고 기록에 보다 충실한 것이 특징이다. 키신저의 회고록에는 우리나라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데 비해 슐츠의 회고록에는 긴박했던 KAL 007 격추 사건과 민주화 이행에 관한 부분이 상세하게 나온다. 슐츠는 레이건 임기 중 필리핀, 한국, 그리고 칠레가 민주주의로 이행한 과정에 대해 많은 비중을 두었다.

조지 슐츠는 프린스턴을 나오고 MIT에서 산업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했다. MIT 교수를 거쳐 시카고 경영대학원에서 노사관계론을 가르치면서 경영대학원장을 지내던 중 닉슨 대통령에 의해 노동장관으로 발탁됐다. 시카고 경영대학원장을 지내면서 밀튼 프리드먼 등 자유주의 경제학자들과 교류했다. 닉슨 대통령이 달러화(貨) 금본위 이탈 문제를 다룰 때 백악관 관리예산실(OMB) 실장이던 슐츠는 경제각료/참모 중에서 가장 확실하게 금 본위 이탈을 주장했고, 닉슨은 그의 주장을 따라서 달러의 금태환(金兌換) 중단을 결정했다. 슐츠는 임금과 물가 통제(wage and price control)에 반대했으나 닉슨은 정치적 고려에서 임금과 물가 통제 조치를 취했다. 워터게이트로 닉슨 행정부가 흔들릴 때 슐츠는 정부를 나와서 벡텔 그룹에서 일했고 대표를 오래 지냈다.

대통령에 당선된 로널드 레이건은 국무장관 후보로 슐츠를 우선으로 뽑았으나 역시 벡텔 그룹에서 일하던 캐스파 와인버거(Caspar Weinberger 1917~2006)를 국방장관으로 임명해서 국무장관 자리는 닉슨 행정부에서 비서실장을 지낸 알렉산더 헤이그에게 돌아갔다. 인화력이 부족해서 백악관 참모들과 충돌이 잦았던 헤이그가 물러남에 따라 레이건은 슐츠를 국무장관으로 임명했고 슐츠는 레이건 임기 끝까지 국무장관을 지냈다.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와인버거는 닉슨 행정부에서 관리예산실장과 보건교육복지장관을 지냈으며 레이건이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낼 때 주(州) 재무장관을 지냈다. 이처럼 닉슨이 각료로 발탁한 걸출한 인물들이 레이건 행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서 레이건 행정부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닉슨이 발탁해서 키운 사람으로 조지 H. W. 부시(1924~2018)를 빼놓을 수 없다. 1966년 선거는 공화당이 승리한 중간선거였는데, 야인이던 닉슨은 공화당 후보를 위해 전국을 누비면서 지원 유세를 했다. 그 때 레이건은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당선이 됐고, 부시는 휴스턴에서 하원의원으로 당선이 됐다. 민주당의 아성(牙城)이던 곳에 공화당이 깃발을 꽂은 것이고, 이에 힘입어 닉슨은 1968년 대선에서 선두주자로 나서게 된다. 그런데 1970년 중간선거 때 상원의원 선거에 나선 부시는 낙선을 하고 말았다. 부시의 딸 도로가 "우리 학교에서 아빠만 직업이 없다”고 울면서 집에 오는 등 부시 가족의 낙담은 이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때 닉슨은 부시를 유엔 주재 대사로 기용해서 부시를 국제무대에 데뷔시켰다. 부시는 그 후 중국 주재 대표부 대사와 CIA 국장을 지내며 1980년 대선에 레이건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이 되고 레이건의 후임으로 대통령이 된다. 레이건-부시 12년간의 공화당 전성기의 초석은 닉슨이 놓은 것이다.

사진 (1) : 헨리 키신저와 조지 슐츠의 회고록.
사진 (2) : 노동장관 시절의 조지 슐츠(오른쪽). 왼쪽은 전미산업노조(AFL-CIO) 조지 미니 회장. 조지 미니는 닉슨을 지지했다.
사진 (3) : 레이건 대통령, 부시 부통령 그리고 슐츠 국무장관. 미국과 세계를 이런 사람들이 이끌던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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