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릴린 먼로와 케네디

작성일 : 2023-12-27 21:46조회 : 336

마릴린 먼로와 케네디

대통령이 된 후에 케네디가 먼로를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다른 여인과 달리 먼로는 백악관을 드나들기에는 너무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먼로는 백악관을 최소한 한번 이상 방문했다고 여겨진다. 먼로는 이목을 피하기 위해 선글라스와 검은 가발을 썼을 것이다. 케네디와 먼로가 깊은 관계라는 소문은 백악관 주변과 할리우드에 났지만 누구도 그것을 공개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먼로의 일정을 관리하는 비서, 화장과 마사지를 하는 사람들도 그런 사실을 짐작했을 것이나 이들은 물론 입을 다물었다. 심성이 착하고 여린 먼로는 자기를 위해 일하는 사람에게 친절해서 주변 사람들은 먼로를 아꼈다.

케네디 보좌관인 케네스 오도넬과 데이브 파워스는 케네디의 여성 편력을 적극적으로 돕고 관리했다. 백악관의 젊은 여비서들은 그들이 당사자였고, 경호실 요원들은 보고 들은 것을 절대로 발설하지 않았다. 이런 ‘침묵의 카르텔’은 케네디가 죽은 후 20년 이상 유지됐다. 먼로와 케네디의 관계에 관한 소문은 먼로에게서 나오기도 했다.

먼로와 가장 친한 친구는 모델이며 B급 영화 배우이고 골퍼였던 진느 칼멘(Jeanne Carmen 1930~2007)으로, 먼로가 살았던 베벌리 힐스의 도헤니 드라이브에 있는 아파트의 같은 빌딩에 살았다. 먼로는 케네디 형제와의 관계 등 모든 비밀을 칼멘에게 말했으며 죽던 마지막 날에도 통화를 했다. 칼멘은 존 로셀리( John Roselli 1906~1976)와 깊은 사이였으며 먼로가 죽은 후 로셀리는 칼멘에 대해 신변이 위험하다면서 도피하라고 했고, 이에 칼멘은 급하게 애리조나로 이사해서 조용하게 살았다. 칼멘은 20년이 지나서 먼로가 죽던 날 있었던 일에 대해 입을 열였다. (존 로셀리는 샘 지앙카나 조직의 LA와 라스베이거스 책임자이며 탁월한 암살자였다. CIA는 로셀리에게 카스트로를 암살해 달라고 위탁했다. 케네디가 암살된 날 로셀리가 댈러스 현장에 있었다는 해석도 있다. 그는 1976년 의회 청문회 출두를 앞두고 살해됐다.)

우리에겐 영화 <Dressed to Kill>(1980)로 잘 알려진 앤지 디킨슨(Angie Dickinson 1931~)도 케네디 백악관을 드나들었다. 앤지 디킨슨은 입이 가벼워서 케네디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주변에 퍼뜨렸는데, 그런 과정에서 먼로 등 케네디가 관계했던 다른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어느 순간에 디킨슨은 경고를 받고 침묵을 지켰으며 나중에는 케네디와의 관계도 부정하고 일체 입을 열지 않았다. 이처럼 케네디 시절의 백악관에선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벌어졌음에도 권력과 돈, 그리고 동부 언론이 결탁한 ‘침묵의 카르텔’이 케네디 형제의 ‘공공연한 비밀’을 지켰던 것이다.

1961년 11월 중순, 케네디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LA를 방문했다. 케네디는 베벌리 힐튼 호텔에 묵었으며 호텔 연회장에서 약 200명의 지지자와 후원자들이 참석한 리셉션이 열렸다. 그 때 마릴린 먼로가 케네디와 밀실에서 같이 있는 것이 목격됐다.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먼로를 보고 그다지 놀라지도 않았다고 전해진다. 1955년에 문을 연 베벌리 힐튼 호텔은 당시로선 미국 서부에서 손꼽히는 고급호텔로 알려졌고 골든 글로브 수상식 등 중요한 행사가 많이 열렸다. 케네디가 1960년 7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됐을 때에도 케네디 일행은 베벌리 힐튼에 묶었다. 베벌리 힐튼 부근에는 프랑크 시나트라와 피터 로포드가 운영하는 ‘푸치니(Puccini)’라는 레스토랑이 있었다. 케네디 일행 뿐 아니라 영화배우와 정치인들도 ‘푸치니’를 자주 드나들었다.

케네디 대통령 보다는 행동이 자유로웠던 로버트 케네디는 형보다 자주 LA를 드나들었다. 로버트 케네디는 LA에 오면 피터 로포드의 저택에서 묶고 갔으며 먼로는 로포드의 집에 들러서 그를 만나곤 했다. 로버트 케네디는 형이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먼로와 깊은 관계였음은 분명해 보인다. 먼로는 대통령과 법무장관을 번갈아서 만남으로써 자신을 매우 위험한 게임 속으로 밀어 넣은 것이다.

- 사진 (1) : 베벌리 힐튼 호텔. 1950년대 말.
- 사진 (2) : 프랑크 시나트라와 피터 로포드의 캐리캐처가 있는 푸치니의 메뉴판 등 수집품.
- 사진 (3) : 골프 잡지 표지에 나온 진느 칼멘.
- 사진 (4) : 앤지 디킨슨. 1950년대 말. 앤지 디킨슨은 <Police Woman> 등에 출연했던 1960~70년대가 전성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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