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먼로 저택, 철거 위기

작성일 : 2024-01-12 09:22조회 : 298

먼로 저택, 철거 위기

마릴린 먼로가 마지막으로 살다가 죽은 LA 브렌트우드의 저택은 작년 가을부터 철거 여부를 두고 논쟁이 생겨서 뉴스에 등장했다. 현재 철거를 위한 승인은 보류되어 있지만 과연 역사적 건물로서 보존될지는 알 수 없다. 먼로가 죽은 후 61년이 넘었고 집은 지어진 지가 거의 100년이 되어 간다. 그 100년 세월 중 먼로가 살았던 기간은 반년 밖에 안 된다. 먼로가 길지 않은 삶의 마지막 시간을 그 곳에서 보냈고, 그곳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기에 ‘역사적 건축물’로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먼로가 죽은 후 먼로의 유언에 따라 먼로가 남긴 재산 중 많은 부분은 먼로 어머니의 정신병원 비용으로 쓰였고 먼로의 어머니가 첫 남편 사이에서 낳은 딸(먼로에게는 언니가 된다.)에게 나머지가 귀속됐다. 먼로가 죽은 후 그 집은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다. 1972년에는 배우 베로니카 하멜(Veronica Hamel 1943~ )과 그의 남편이던 배우 마이클 어빙이 이 집을 사서 상당한 기간 동안 살았다. 베로니카 하멜은 1981~87년간 NBC에서 방영한 연속 드라마 <Hill Street Blues>에서 주인공인 공공변호사(public defender) 조이스 데븐포트 역(役)으로 널리 알려졌다. 1972년에 하멜은 여성용 담배로 개발한 버지니아 슬림‘(Virginia Slim)의 TV 광고로 알려진 모델이었다. (몸매가 좋은 젊은 모델을 대거 광고로 내보낸 ’버지니아 슬림‘은 대단히 성공해서 미국 여성들이 담배를 많이 피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는 많은 여성들을 일찍 죽게 한 나쁜 광고였다.)

베로니카 하멜 부부가 집 내부를 리모델링 하는 과정에서 천정과 벽 등 몇 군데에서 정교한 도청 장치 여러 개가 발견됐다. 하멜 부부는 이 장치와 배선을 제거하기 위해 상당한 수리비를 들여야만 했다. 그런데, 그 때 나온 도청장치는 시중에서 살 수 없는 매우 정교한 장비였다. 즉, CIA와 FBI 만이 사용하는 고성능 도청장치였다. 이런 장비를 설치할 수 있는 집단은 FBI와 CIA, 그리고 마피아 밖에 없었다. (CIA는 카스트로를 암살하도록 마피아에게 하청을 주었고 이를 위해 특수한 무기와 도감청 장비 등을 마피아에 제공했다.)

케네디에 대해 원한이 많았던 지미 호파(Jimmy Hoffa 1913~1975)는 케네디의 약점을 잡기 위해 마릴린 먼로와 케네디의 또다른 정부(情婦)였던 주디스 캠벨(Judith Campbell 1934~1999), 그리고 케네디의 매부(妹夫)인 피터 로포드의 집에 도청장치를 설치했음은 확인되고 있다. FBI 국장 에드가 후버는 샘 지앙카나 등 마피아 보스들의 전화를 도청했더니 이들이 케네디와 주디스 캠벨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더라고 케네디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보고를 한 적이 있다. 그 보고를 받은 케네디는 후버한테 꼼짝 못하고 백기를 들었음은 물론이다.

또한 에드가 후버 국장의 지시에 따라 FBI가 마릴린 먼로, 피터 로포드, 그리고 주디스 캠벨의 집에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도감청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샘 지앙카나(Sam Giancana 1908~1975)도 먼로와 피터 로포드의 전화를 도청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케네디 형제는 피터 로포드, 마릴린 먼로, 그리고 주디스 캠벨과 그들이 한 통화가 도청되고 있음을 1962년 들어서 뒤늦게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주디스 캠벨은 알려지지 않은 여인이어서 큰 문제가 아니었으나, 만일에 마릴린 먼로와의 관계가 폭로되면 그것은 케네디 정부의 붕괴를 의미함을 케네디 형제는 뒤늦게 깨달았을 것이다. 이처럼 케네디 형제는 여자 문제로 인해 에드가 후버와 마피아가 쳐 놓은 덫에 빠져 버린 것이다. 천진난만한 마릴린 먼로는 자기가 이런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알지 못했다.

한편, 먼로가 살던 이 저택은 2017년에 725만 달러에 ‘Glory of the Snow'라는 헤지펀드에 팔렸다. 이 헤지펀드의 대표 부부가 살다가 2023년 여름에 ’Glory of the Snow Trust'라는 신탁에 835만 달러에 소유권이 넘어 갔다. 이웃집을 이미 사들인 이 신탁회사는 집을 헐어 버리겠다면서 철거 허가 신청서를 LA 시 정부에 제출했다.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시 정부는 철거 승인을 내어주게 돼 있었다.

이 소문이 나자 브렌트우드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은 브렌트우드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이 사라지는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고, 문화유산 보전운동을 하는 LA 컨저번스(LA Conservancy)도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자 이 지역을 대표하는 트래시 파크(Traci Park 1976~) 시의원이 이 저택을 역사적 건물로 지정하자고 제안해서 시 의회가 전원일치로 그 절차를 진행하기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철거 승인은 보류됐고, LA 문화유산위원회가 심의를 시작해서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 위원회가 문화유산으로 결정하면 시 의회가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먼로가 죽은 지는 6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먼로가 살다가 죽은 이 저택의 문 앞에는 꽃을 놓고 가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먼로가 잠들어 있는 공원묘지의 묘소에도 꽃을 두고 가는 사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먼로가 당대의 미국을 대표할 만한 배우이기도 했지만 먼로의 삶과 죽음이 ‘비극’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먼로가 죽은 후에 이 저택을 구매한 사람들은 먼로가 사망한 침실에서 스산한 기운을 느낄 때(“haunted")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 사진 (1) : 먼로가 살던 저택 철거가 보류됐다는 소식을 전하는 긴급뉴스.
- 사진 (2) : 1962년과 현재의 모습. 흑백 사진이 먼로가 죽은 1962년 모습이다.
- 사진 (3) : LA 시의회 11구역 시의원 트래시 파크. 2022년 선거 당시 모습. 로욜라 로스쿨을 나온 변호사이고 초선의원이다. UCLA가 있는 웨스트우드, 브렌트우드, 팰리세이드 등 부유한 서부 LA가 지역구이다. 트래시는 홈리스들이 거리를 차지하는 것을 막고 경찰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보수적 아젠다를 내걸고 당선됐다.
LA 시의원은 15명이며, 그 중 14명이 민주당원이고 한명이 무소속이다. 임기는 4년이고 연봉은 20만 달러를 조금 넘는다. 캘리포니아에선 모든 선출직을 결선투표 방식으로 뽑는다. 프라이머리는 당적에 관계없이 모든 후보가 나오며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최고 득표자 두 명을 상대로 결선투표를 한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공천’이란 제도

이전글먼로가 잠든 곳

다음글먼로, 브렌트우드 집을 사다

리스트로

이상돈닷컴

이상돈

LEESANGDON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