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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로가 잠든 곳

작성일 : 2024-01-14 07:52조회 : 304

먼로가 잠든 곳

마릴린 먼로가 생(生)의 마지막 시간을 살았던 브렌트우드의 저택은 개발업자에게 넘어가서 새 건물을 짓기 위해 헐릴 위기에 처해있다. 그러면 먼로의 잠들어 있는 묘지는 어떠한가 ? 그 묘지는 헐릴 위기는 전혀 없다. 오히려 너무 유명한 묘지가 돼서 웬만한 사람은 들어갈 수가 없게 가격이 올라갔다. 먼로의 장례식이 간소하게 열리고 시신이 안치된 곳은 웨스트우드 빌리지 메모리얼 파크(‘웨스트우드 파크’)다. 20세기 초에 생겼고 UCLA 캠퍼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부근은 살기 좋은 지역이라서 가까이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오늘날 웨스트우드 파크는 할리우드 배우 등 유명인사들이 많이 묻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우리가 잘 아는 배우만 해도 커크 더글라스, 잭 레먼, 딘 마틴, 피터 포크, 파라 포싯, 나탈리 우드 등이 여기에 잠들어 있다. 최근에 타계한 라이언 오닐도 이곳을 안식처로 잡았다. 감독 빌리 와일더, 소설가 재키 콜린스, 미래학자 앨린 토플러도 이곳에 있다. 웨스트우드 파크를 마지막 안식처로 삼은 유명인사들은 대부분 1962년 8월에 마릴린 먼로가 안치된 후에 들어왔다. 말하자면, 먼로 때문에 이곳이 유명해 졌다는 이야기가 된다.

먼로가 이곳과 인연을 맺은 계기는 어머니가 정신병원에 들어간 후 후견인으로 자신을 돌봐준 어머니의 친구 그레이스가 1953년에 사망하자 장례식을 치르고 안치된 곳이기 때문이다. 먼로가 조 디마지오와 결혼한 후 두 사람은 이곳에 와서 그레이스의 묘소를 찾아보았다. 그레이스는 먼로에게는 이모(aunt)처럼 가까운 사람이었기에 디마지오는 먼로를 위해서 자기와 먼로가 죽으면 안치될 석관(石棺 crypt) 두 개를 구매했다. 위에 있는 것은 디마지오가, 그리고 아래에 있는 것은 먼로의 것으로 미리 사 놓은 것이다. 그런데, 두 사람은 1년도 안 되서 이혼을 했다. 더 이상 LA와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 디마지오는 자기 것을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 디마지오로부터 석관을 구입한 사람은 시카고에서 사업을 하는 리차드 폰처라는 사람이었다. 폰처는 부인과 나란히 있기 위해 옆에 있는 것도 구입했다. 그는 자기가 산 것의 아래층이 먼로의 소유임을 알지 못했고, 그가 지불한 가격은 원래 분양가 그대로였다.

먼로는 유언장에 자기가 죽으면 장례식을 어머니가 첫 남편과 사이에서 나은 딸(먼로에게는 언니)이 치러주도록 부탁했다. 정신병원에 있는 어머니를 제외하면 그 언니가 먼로의 유일한 핏줄이었다. 먼로가 죽었다는 뉴스를 보고 조 디마지오가 LA로 달려왔고, 먼로의 언니는 디마지오에게 장례식 절차를 맡겼다. 간단한 의식을 마치고 먼로의 유해는 먼로 몫으로 미리 사 놓은 석관에 안치됐다. 교회 지하에 굴을 파고 시신을 안치했던 관습에서 발전한 석관은 여러 형태가 있는데, 지상에 가족 석관을 만들기도 하고 아파트처럼 층층으로 만들기도 하는데 먼로의 석관은 아파트 방식이었다. 36세에 이 세상을 떠난 먼로는 서부 LA 복판에 있는 사자(死者)의 아파트에 입주를 한 셈이다. (미국은 장례식을 하기 전에 시신을 방부 처리하고 생시처럼 화장(化粧)을 한 후 마호가니 같은 관(棺)에 넣고 매장을 하거나 석관에 안치하거나 또는 화장(火葬)을 한다.)

먼로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은 먼로가 안치된 석관 앞에 꽃을 놓는 것은 물론이고 빨간 키스 마크를 남기기도 했다. 25주년, 50주년, 그리고 60주년에는 먼로의 석관 앞은 꽃의 바다를 이루었다. 먼로의 팬들은 먼로의 석관 앞에 석조 벤치를 만들어 놓기도 했다. 디마지오는 먼로를 이곳에 안치한 후 20년 동안 1주일에 세 번 먼로가 좋아한 붉은 장미를 보냈다. 계산을 하자면, 20년 동안 장미 꽃 19,000 송이를 보낸 것이다. 장미를 배달한 LA의 꽃가게는 20년 동안 꽃 가격을 올리지 않고 1962년 가격으로 받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먼로는 죽어서도 그리 편하지 못했다. 정말로 황당하고 기상천외한 일이 먼로의 바로 위 칸에서 일어났다. 먼로가 죽어서 웨스트우드 파크의 석관에 안치되자 디마지오로부터 석관을 산 리차드 폰처는 자기가 죽어서 들어갈 석관 바로 아래에 먼로가 있음을 알았다. 그가 나이가 들어서 죽음을 앞두게 되자 자기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부인 엘리제한테 자기를 석관에 안치할 때 자기를 눕히지 말고 엎어 놓으라고 하면서, 이 부탁을 안 들어 주면 귀신이 돼서 괴롭힐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귀신이 무서웠던 부인 엘리제는 그의 부탁대로 관을 열고 남편의 시신을 엎어서 놓은 다음에 석관에 넣었다, 따라서, 81세로 죽은 폰처라는 사람은 죽어서 아래 칸에 있는 먼로의 얼굴을 내려 보는 형상이 됐다.

먼로의 석관의 왼쪽은 비어 있었는데, 1992년에 플레이보이지(誌) 발행인 휴 헤프너(Hugh Hefner 1926~2017)가 75,000 달러를 주고 샀다. 죽어서 영원토록 마릴린 먼로 옆에 있겠다는 속셈이었고, 2017년에 91세로 사망한 헤프너는 그의 희망대로 먼로 옆에 안치됐다. 헤프너는 플레이보이 창간호에 먼로의 누드 사진을 실어서 출발부터 대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먼로는 플레이보이지로부터 한 푼도 받은 것이 없었다. 먼로는 매우 어려웠던 1948년에 50달러를 받고 누드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이 달력에 나오더니 헤프너가 500달러를 주고 먼로 사진을 구매해서 잡지에 실었던 것이다. 먼로는 헤프너를 만난 적이 없을뿐더러 플레이보이 창간호에 나온 누드 사진으로 상당히 곤란을 겪었다.

먼로의 위에 안치된 리차드 폰처의 부인 엘리제는 말년에 돈이 필요했는지, 남편이 죽고 난 후 20년이 지난 2006년에 남편이 안치돼 있는 석관을 팔겠다고 e-Bay에 내어 놓았다. 먼로 위 칸에 있는 석관이라는 이유로 50만 달러로 시작한 경매가 무려 460만 달러에 낙착이 됐다. 하지만 과연 e-Bay에서 이런 것을 팔 수 있는가 하는 법적 문제가 제기돼서 경매는 무산됐다. 그리고 몇 년 후에 엘리제가 사망했고 그녀는 미리 사놓은 남편 옆 석관에 안치됐다. 따라서 먼로 위에는 리차드 폰처가 있고 먼로 옆에는 휴 헤프너가 있으며, 헤프너 위에는 폰처의 부인 엘리제가 안치되어 있다. 만일에 폰처의 상속자가 폰처 부부의 석관 두 개를 판다고 하면 적어도 400만 달러를 받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으니, 그야말로 잭 팟을 터뜨리는 셈이다.

- 사진 (1), (3) : 먼로가 잠든 곳.
- 사진 (2) : 먼로 옆이 헤프너, 그 위가 폰처 부부.
- 사진 (4) : 웨스트우드 파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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