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먼로와 케네디 1960~61

작성일 : 2024-01-14 07:56조회 : 346

먼로와 케네디 1960~61

존 F. 케네디는 하원의원을 지낼 때부터 할리우드의 젊은 여배우들과 많이 만났고 마릴린 먼로도 그중의 한 명이었다. 먼로가 유명해진 1953년에 케네디는 상원의원이 됐다. 케네디의 아버지 조셉 케네디는 아들들에게 가능한 한 많은 여자와 관계를 갖으라고 가르쳤다. 조셉 케네디는 장래에 영화와 방송 사업이 유망할 것으로 보고 할리우드에서 영화사와 극장 사업에 투자해서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러면서 당시 톱스타였던 글로리아 스완슨(1899~1983)과 공공연한 내연 관계를 3년 동안 유지했다. 금주법이 폐지될 것을 미리 알아차린 그는 영화 사업에서 손을 떼고 위스키 수입과 판매에 앞장서서 큰 돈을 벌었다. 그 후로는 부동산 투자로 역시 큰 돈을 벌었다. 케네디 가족의 남자들은 여자를 상대한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고, 여자들은 그런 분위기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영국 출신으로 할리우드에서 배우로 성공한 피터 로포드(Peter Lawford 1923~1984)는 프랑크 시나트라, 딘 마틴 등과 가까웠고 마릴린 먼로와 가까이 지냈다. 1954년에 피터 로포드는 케네디의 동생인 패트리셔(Patricia Kennedy Lawford 1924~2006)와 결혼을 했다. 이들은 산타모니카 바닷가에 수영장이 있는 큰 저택을 구입했다. 피터 로포드는 주말에 자기 집에서 파티를 자주 열었고, 상원의원인 케네디와 동생 로버트도 종종 참석했다. 베드룸이 많은 로포드의 저택에선 파티를 하던 중 적당히 알아서 섹스를 즐기는 일은 흔했다. 먼로는 로포드의 집에서 케네디 형제를 여러 차례 만났다. LA 경찰국은 케네디 형제가 LA에 오는 날이면 로포드의 저택을 멀리서 감시하고 또 보호했다. LA 경찰국은 때로는 로포드의 저택에서 콜걸들을 불러서 누드 파티를 하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마릴린 먼로는 조 디마지오와 이혼을 하고 뉴욕으로 옮겨 간 후에도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하기 위해 LA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고, 그러면 피터 로포드의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하곤 했다. 아서 밀러와 결혼한 후에도 먼로는 케네디가 뉴욕에 오는 경우에 카알라일 호텔에서 밀회를 즐겼다. 1960년 들어서 먼로와 밀러는 사실상 파경 상태에 들어갔고, 그해 여름부터 먼로는 <The Misfits> 촬영을 위해 네바다 리노에 머물렀다. 네바다 리노 같은 변방 도시에 아서 밀러, 존 휴스턴 감독, 그리고 클락 게이블, 마릴린 먼로 등 유명배우와 스태프들이 머물렀으니 그것은 큰 사건이었다.

그 즈음인 7월 11~15일 LA 메모리얼 콜러시엄에서 그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명하는 전당대회가 열렸다. 프라이머리에서 휴버트 험프리 상원의원을 여유있게 물리친 케네디는 대의원 투표에서도 린든 존슨 상원의원을 누르고 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 케네디는 ‘뉴 프런티어’ 연설로 환호하는 지지자와 당원들에게 답했다. 그리고 케네디는 예상을 뒤엎고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인 린든 존슨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했다. 케네디 본인과 로버트 케네디는 스튜어트 사이밍턴 상원의원이나 헨리 잭슨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아버지 조셉이 남부에서 이기려면 텍사스 출신인 존슨을 지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데다가 존슨 본인이 부통령이 되고 싶어서 케네디 측에게 자기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하지 않으면 케네디의 여자관계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서 케네디는 존슨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민주당 전당대회 공식 본부는 LA 다운타운에 있는 빌트모어 호텔이었으나 축제 분위기였던 마지막 날에는 여러 곳에서 축하 파티가 열려서 케네디는 여러 곳을 다녀야 했다. 네바다 리노에 머물던 먼로는 항공편으로 그날 저녁에 LA에 도착해서 베벌리 힐튼 호텔에 투숙했다. 피터 로포드는 베벌리 호텔 레스토랑에서 축하 파티를 열었고 새미 데이비스가 먼로를 대동하고 파티 석상에 나타났다. 얼마 후 케네디가 나타났고 두 사람은 곧 슬그머니 사라졌다. 재클린은 LA 전당대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먼로는 일부러 LA에 와서 케네디를 만난 것이다. 먼로의 친구인 지니 칼멘은 먼로가 그날 케네디와 정사(情事)를 가졌다고 자기한테 말했다고 20년이 지나서 그 때 일을 증언했다.

그 해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케네디는 근소한 차이로 공화당 후보 리차드 닉슨을 누르고 당선됐다. 1961년 1월 20일, 케네디는 대통령에 취임했고 바로 그날 아서 밀러와 먼로는 멕시코 후아레스에 가서 이혼을 했다. 그리고 케네디 대통령은 동생 로버트를 법무장관으로 임명했다. 먼로가 피터 로포드의 바닷가 저택의 침실과 수영장에서 같이 뒹굴었던 두 사람이 미국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된 것이다. 하지만 <The Misfits>에 함께 출연했던 클락 게이블이 심장마비로 별안간 사망하고 이브 몽땅과의 관계도 끝나버린 먼로는 외롭고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였다. 뉴욕에서 병원에 입원 하고 난 후 먼로는 그해 4월 LA로 돌아와서 전에 살던 베벌리 힐스에 있는 아파트에 자리를 잡았다. LA에 돌아온 먼로는 친구 지니 칼멘과 피터 로포드와 더욱 가까이 지내게 된다.

케네디가 백악관에 있을 때 과연 마릴린 먼로가 백악관에 왔었는지는 흥미있는 포인트이다. 백악관 경호실과 백악관 스태프 사이에선 먼로가 한번 또는 두 번 백악관에 왔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먼로는 진한 선글라스와 검은색 가발을 쓰고 항공편도 가명을 썼기 때문에 이목을 피할 수 있었다. 더구나 케네디 백악관에는 워싱턴의 콜걸들도 수시로 드나들었기 때문에 가발을 하고 선글라스를 쓴 먼로는 그저 그런 여자 방문객으로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

1961년 11월 중순, 케네디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LA를 공식으로 방문했다. 임신 중인 재클린은 이번에도 케네디를 따라오지 않았다. 케네디는 베벌리 힐튼 스위트에 묵었고 마지막 날 호텔에서는 200여명을 초청한 파티가 열렸다. 그날 밤 먼로는 베벌리 힐튼에 와서 케네디와 뜨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해서 1961년 한해가 저물어 갔다. 1961년 한 해 동안 먼로는 영화를 한편도 하지 않았다. 아서 밀러와 이혼하고 이브 몽땅과의 결합도 이루지 못한 먼로에게 케네디는 희망이고 위안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는 미국 대통령이었고, 그에게는 적(敵)이 많았다. CIA, FBI, 마피아, 그리고 존슨 부통령이 바로 그 적이었다. 무모하고 순진한 케네디와 먼로는 스스로 죽음의 길로 걸어간 것이다.

- 사진 (1) : 피터 로포드 저택 파티에 모인 마릴린 먼로와 프랑크 시나트라. 시나트라 옆이 패트리샤 로포드, 앉아 있는 여자가 배우 브리트 메이, 뒤에 서있는 여자가 배우 셜리 매클레인. 1961년.
- 사진 (2) : 케네디와 피터 로포드, 케이프 코드 앞 대서양, 1962년 봄.
- 사진 (3) : 골프장에서 만난 조셉 케네디와 케네디, 1961년. 오른쪽이 피터 로포드, 왼쪽이 막내 사위인 스티븐 스미스(1927~1990). 스미스는 사업가의 아들이고 금융업을 했으며, 케네디 선거의 재정을 관리했다. 1961년 말에 조셉 케네디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케네디 가족의 재산은 스미스가 관리했다. 스미스의 부인 진(Jean Kennedy Smith 1928~2020)은 클린턴 정부에서 아일랜드 주재 대사를 지냈다.
- 사진 (4) :1960년 7월, LA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에드워드 케네디 부부(오른쪽)와 케네디의 누이동생인 유니스 슈라이버(Eunice Kennedy Shriver 1921~2009). 재클린은 전당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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