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LEESANGDON
나라와 사회를 올바르게 세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칼럼
팜 스프링스, 1962년 3월
작성일 : 2024-01-15 21:18조회 : 312
팜 스프링스, 1962년 3월
1961년 11월, 케네디는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LA를 방문하고 마릴린 먼로를 밤에 만났다. 그 즈음 로버트 케네디 장관의 지시에 따라 마피아 거물들을 감시하던 법무부의 젊은 법률가들은 마피아들이 프랑크 시나트라(1915~1998)를 통해 케네디 정부에 접근하려 한다는 정보를 파악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듯이 에드가 후버 FBI 국장은 그해 12월 11일, 로버트 케네디에게 FBI가 그 같은 정보를 파악했다고 보고했다. 그 즈음부터 시나트라가 운영하는 Cal Neva 카지노 호텔이 사실상 샘 지앙카나 소유라는 등 시나트라가 마피아와의 관계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FBI는 샘 지앙카나, 존 로셀리 등의 통화를 도청해 온 결과 케네디 대통령이 주디스 켐벨(Judith Campbell 1934~1999)과 백악관 등지에서 자주 만나왔으며 주디스 캠벨은 샘 지앙카나의 정부(情婦)임을 파악했다. 2월 27일, 에드가 후버 국장은 로버트 케네디 장관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하지만 로버트 케네디와 대통령 비서실장인 케네스 오도넬은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3월 22일 에드가 후버는 케네디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오찬을 같이 했다. 그 다음날 케네디는 캘리포니아 팜 스프링스를 방문하러 출발할 예정이었다.
1940년대부터 팜 스프링스에 인기 연예인들이 큰 저택을 짓는 유행이 돌았다. 프랑크 시나트라는 유명한 건축가에 의뢰해서 매우 호화롭고 큰 저택을 지어서 두 번째 부인인 배우 에바 가드너(Ava Gardner 1922~1990)와 살았다. 그러다가 에바 가드너와 이혼한 시나트라는 1957년에 이 저택을 팔고 조금 떨어진 랜초 미라지라는 동네에 보다 작은 집을 사서 이사를 했다. 시나트라는 별채를 추가로 건축하는 등 공사를 하고 붙어 있는 땅을 사서 2.5 에이커에 달하는 큰 집으로 키웠다. 시나트라는 이 집에서 네 번째 부인 바버라와 함께 1996년까지 살았고 LA로 이사해서 얼마 후에 사망했다.
존 F. 케네디는 1960년에 대통령 선거 운동을 하면서 시나트라의 집에서 묶은 적이 있었다. 시나트라는 그해 대선에서 케네디를 지지했고, 피터 로포드와 함께 대통령 취임 전야제 행사를 주도했다. 시나트라는 대통령 임기 중에 케네디가 자기 집을 방문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헬리콥터 착륙장을 만드는 등 돈을 들여서 집을 정비했다. 시나트라의 예상대로 케네디는 1962년 3월 23~25일간 팜 스프링스를 방문하기로 했다. 부근에 사는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 가장 큰 일정이고 나머지는 여유롭게 쉬는 것이었다. 하지만 케네디는 다른 목적도 있었다. 마릴린 먼로를 몰래 만나는 것이었다.
팜 스프링스로 출발하기 전날인 3월 22일, 케네디는 백악관에서 에드가 후버 FBI 국장과 오찬을 같이 했다. 후버는 그 때 케네디가 자주 만나는 주디스 캠벨이 샘 지앙카나과 깊은 관계라서 위험하다고 케네디에게 충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난 후 케네디는 피터 로포드에게 전화를 걸어서 마피아와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있는 시나트라의 집에서 묶게 되면 자기가 마피아와 엮어질 수 있으니까 그것을 바꾸어 보라고 했다. 로포드는 시나트라에게 이를 알리고 대신에 역시 팜스프링스에 살고 있는 빙 크로스비(Bing Crosby 1903~1977)의 저택에서 머물수 있도록 했다. 대통령 경호실은 빙 크로스비의 저택이 보다 외진 곳에 있어서 경호가 용이하다는 이유를 들어 대통령 숙소 변경을 설명했다. 이에 시나트라는 심각한 충격을 받고 배신감을 느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시나트라는 피터 로포드와 사이가 벌어졌고 케네디 형제와도 그러했다. (시나트라는 1972년에 당적을 공화당으로 바꾸고 그해 대선에서 닉슨을 지지했다. 1980년 대선에서 시나트라는 레이건 캠페인에 400만 달러를 기부하고 모금 활동도 활발하게 했으며 대통령 취임 전야제를 조직했다. 빙 그로스비는 시나트라 보다 한 세대 앞선 가수로 우리에게는 크리스마스 캐럴로 잘 알려져 있다. 크로스비는 시나트라는 물론이고 엘비스 프레슬리 등이 그의 창법을 모델로 삼아서 미국 팝송의 전범(典範)을 세웠다. 그는 음반과 방송 사업으로도 크게 성공했고 공화당원이었다.)
케네디 대통령이 탄 전용기는 1962년 3월 22일 금요일 저녁에 팜 스프링스 공항에 착륙했다. 시장을 위시해서 수많은 시민들이 그를 마중하러 나왔다. 케네디는 2차 대전 중 해군 PT 109호 정장으로 있을 때 수병이던 맥마혼을 만났다. 그는 부근 우체국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재클린은 동생 리 라지웰과 함께 2주간에 걸쳐 인도와 파키스탄을 방문하고 있어서 같이 올 수 없었다. (재클린이 외국 순방하는 기간에 팜 스프링스 일정을 잡았을 것이다.) 백악관 참모와 기자단, 그리고 경호팀은 각기 다른 호텔에 숙소를 잡았다.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사흘 동안 풍성한 파티가 열렸고, 기자들은 음식과 술을 즐겼다.
토요일 점심을 앞둔 시간에 케네디는 부근에 살고 있는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을 골프 클럽에서 만나서 환담을 나누었고, 그 후 포토 세션을 가졌다. 토요일 오후 늦게 대통령 일행을 환영하는 음악회가 열렸고 이어서 저녁 만찬이 거나하게 진행됐다. 토요일 오후에 피터 로포드는 검은 머리 가발과 선글라스를 쓴 마릴린 먼로과 함께 전세 비행기 편으로 팜 스프링스 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빙 크로스비 저택에 조용히 들어왔다. 저녁 파티에 참석한 케네디는 빠져 나와서 빙 그로스비 저택에 도착했다. 그리고 게스트 스위트에서 케네디와 먼로는 밤을 보냈다.
일요일 아침, 케네디는 예고도 없이 부근의 팜 데저트 성심(Sacred Heart) 성당에 도착해서 신도들과 함께 미사를 보았다. (케네디가 앉아있던 좌석은 그것을 기념하는 표지가 있다. 케네디는 바로 전날 ‘간음’을 한 셈인데, 케네디 남자들에게는 가톨릭 신도가 지켜야 하는 십계명이 적용되지 않는 듯하다.) 일요일 저녁에도 파티가 있었고 케네디 일행이 탄 대통령 전용기는 밤 11시에 이륙해서 워싱턴으로 향했다. 케네디의 공보비서 피에르 샐린저(Pierre Salinger 1925~2004)가 같이 간 기자들을 연일 파티에 잡아 놓아서 먼로는 들키지 않고 조용히 LA로 돌아왔다.
- 사진 (1) : 빙 크로스비 저택. 오늘날 모습. 60년 전이나 구조는 다름이 없다.
- 사진 (2) : 아이젠하워와 케네디. 1962년 3월 24일.
- 사진 (3) : 상원의원 시절 케네디와 시나트라. 1960년 팜스프링스.
- 사진 (4) : 시나트라, 피터 로포드, 로버트 케네디. 1961년 7월 시더 시나이 병원 모금 행사.
COPYRIGHT ⓒ 이상돈닷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