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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먼로, 케네디 생일을 축하하다
작성일 : 2024-01-16 22:03조회 : 302
먼로, 케네디 생일을 축하하다
팜 스프링스에서 케네디를 만나고 온 마릴린 먼로는 브렌트우드 집을 어떻게 수리하고 어떤 가구를 들여 놓을지를 궁리하고 있었다. 또한 먼로는 20세기 폭스사와의 계약에 따라서 영화 <Something's Got to Give> 촬영을 4월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다. 당시 먼로와 가장 가까웠던 친구는 지니 칼멘과 피터 로포드였다. 먼로는 정신과 의사인 랠프 그린슨을 거의 매일 만나서 상담을 했다.
집을 관리하기 위해서 먼로는 그린슨이 추천한 유니스 머레이(Eunice Murray 1902~1994)를 집사 겸 하인으로 고용했다. 머레이는 이따금 자기의 사위를 불러서 일을 시키곤 했다. 머레이는 먼로가 죽던 날 밤에 집에 있었으며 그 후 그의 진술과 거취는 수상한 점이 많았다. 먼로는 할리우드 홍보회사 직원이었던 패트리셔 뉴컴(Patricia Newcomb 1930~ )을 자기의 공보비서로 고용했다. 영화사와 언론 등과 연락을 책임졌던 패트리셔 뉴컴은 먼로가 죽던 날에 현장에 일찍 도착해서 상황을 지켜 본 중요한 증인이었다. 하지만 뉴컴은 그 후 침묵을 지켰고, 90세를 넘은 나이로 살아 있다.
영화 <Something's Got to Give> 촬영은 4월 23일에 시작했는데, 첫날부터 먼로는 촬영장에 나가지 못하는 등 촬영은 순조롭지 못했다. 수면제 과용으로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 많았던 먼로 때문에 촬영은 지연됐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6월 8일, 폭스사는 먼로를 해고하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영화제작사가 유명한 주연 여배우를 해고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폭스사는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주연을 맡은 <Cleopatra>가 제작비 과다와 흥행 저조로 크게 곤란해서 더 이상 적자를 막기 위해 먼로와의 계약을 파기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1961년에 단 한편의 영화도 하지 않은 먼로는 각종 홍보 행사에 참석하고 사진 찍는 것으로 수입을 올렸다. 영화 촬영이 지지부진하던 중에도 먼로는 케네디 대통령을 위한 공개행사에 참석해서 세상의 주목을 샀다.
1962년 5월 19일,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가든에서는 케네디 대통령의 45세 생일을 축하하고 민주당 정치자금을 모으는 거창한 행사가 열렸다. 당시 유나이티드 아티스트 대표이던 영화계 거물이자 민주당 거액 후원자이던 아서 크림(Arthur B. Krim 1910~1994)이 주최하고 피터 로포드가 진행을 맡은 이 행사에는 1만 5000명이 참석했다. 케네디의 생일을 열흘 앞당겨서 열린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먼로의 축하 노래였다. 영화 촬영 일정은 맞추지 못했던 먼로는 만사를 젖혀 놓고 LA에서 날라 와서 행사장에 도착했다. 먼로는 이 날 입을 드레스를 프랑스 디자이너 장 루이(Jean Louis 1907~1997)에게 특별히 주문했다. 피부 색깔에 번쩍이는 방울을 촘촘하게 달아서 조명을 받으면 빛나게 한 이 드레스는 먼로가 입었던 옷 중 가장 유명하다. (1999년 경매에서 126만 달러에 팔렸고, 2016년 경매에선 480만 달러에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피터 로포드가 연단에서 먼로를 소개하자 먼로는 입고 있던 흰색 모피를 벗어서 로포드에게 건네주었다. 번쩍이는 얇은 피부색 드레스가 조명을 받아 빛나자 청중들은 벗은 모습 그대로인 먼로의 자태(姿態)에 탄성(歎聲)을 쏟아냈다. 그리고 먼로는 매우 섹시한 목소리로 “Happy Birthday To You, Happy Birthday To You, Happy Birthday Mr. President"를 노래하고 이어서 ‘Thanks for the Memory’ 곡(曲)에 맞추어서 자기가 직접 만든 가사(歌詞)를 불렀다. 가사 중에서 U.S. Steel을 언급한 부분이 흥미롭다. 당시 케네디가 인플레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U.S. Steel사(社)에 대해 가격 인상을 하지 말도록 했기 때문이다.
”Thanks, Mr. President
For all the things you've done
The battles that you've won
The way you deal with U.S. Steel
And our problems by the ton
We thank you so much“
먼로의 노래가 끝나자 숨을 죽이고 있던 청중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케네디는 연단에 올라와서 “이렇게 달콤하고 좋은 생일 축하 노래를 들어서 나는 이제 정치에서 물러날 수 있겠다”("I can now retire from politics after having had Happy Birthday sung to me in such a sweet, wholesome way,")라는 조크로 답을 했다. 청중들은 또다시 큰 박수를 보냈다.
이 날 행사는 일반 국민들이 케네디와 먼로가 특별한 관계일 것으로 짐작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방송진행자이며 칼럼니스트인 도로시 킬겔런(Dorothy Kilgallen 1913~1965 11. 8)은 “그 날 대통령은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먼로와 섹스를 한 것과 마찬가지였다”고 썼다. (도로시 킬겔런은 오스월드를 죽인 잭 루비에 대한 책을 준비하던 중 의문사했다. 경찰은 수면제 과용이라고 결론을 내렸으나 의문점이 많은 죽음이었고, 그녀가 준비했던 원고 뭉치는 연방요원들이라는 사람들에 의해 사라져 버렸다.)
- 사진 (1) : 피터 로포드가 먼로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 (2) : 먼로가 모피 코트를 벗어서 로포드에 주고 있다.
- 사진 (3) : 열창하는 먼로. 먼로가 대중 앞에 선 마지막 모습이다.
- 사진 (4) : 먼로를 쳐다보는 케네디. 앞에 큰 케이크가 놓여 있다. 이 날 재클린은 참석하지 않았다. 행사에 먼로가 나올 예정임을 안 재클린은 다른 행사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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