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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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Something's Got to Give>
작성일 : 2024-01-20 08:18조회 : 289
<Something's Got to Give>
마릴린 먼로가 케네디 대통령의 45세 생일 축하 행사에서 몸매가 드러나는 얇은 옷을 입고 섹시한 축가(祝歌)를 부른 사건은 그 여파가 컸다.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과 먼로와의 관계가 어떨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수군거렸다. 매력적인 퍼스트레이드는 엉뚱한 행사에 가있고 대통령은 저녁 늦도록 리셉션에서 시간을 보냈으니 타블로이드 같은 B급 신문 잡지들은 그럴싸한 추측 기사를 내보냈다. 메이저 언론 기자들도 그것을 화제로 삼았다. 백악관은 이런 현상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세기 폭스사는 그해 4월 말부터 <Something's Got to Give> 촬영을 시작했으나 먼로의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 많아서 애로가 많았다. 자기 때문에 촬영 스케듈이 지연되고 있는데 감독에게 말도 하지 않고 5월 19~20일 주말 동안 뉴욕을 다녀온 먼로는 조지 큐커(George Cukor 1899~1983) 감독에게 사과를 하고 월요일부터 촬영장에 나갔다. 뉴욕을 다녀온 먼로는 기분이 매우 좋아졌고 컨디션도 좋았다. (아마도 케네디와의 사랑을 확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1961년 한 해 동안에는 영화를 한편도 하지 않아서 먼로는 20세기 폭스사와의 계약에 따라 <Something's Got to Give>에 출연하기로 했다. 하지만 먼로는 이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여자 주인공이 바다에서 실종됐다가 몇 년 만에 돌아왔더니 자기는 죽은 것으로 돼 있고 남편은 결혼을 하고 아이들은 어떻고 하는 그저 그런 영화였으나 남자 주인공은 먼로의 친구인 딘 마틴(Dean Martin 1917~1995)이었다. 20세기 폭스사는 이 영화에 기대를 많이 걸었다. 왜냐하면 당시 20세기 폭스사는 <Cleopatra> 제작으로 파산할 위기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Something's Got to Give>는 먼로가 오랜만에 나오는 영화이기도 하고 제작비가 적게 드는 영화라서 빨리 만들어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폭스사는 생각했다.
영화 <Cleopatra>는 클레오파트라, 안토니우스, 그리고 시저가 등장하는 서사적 역사극으로 엘리자베스 테일러(Elisabeth Taylor 1931~2011)가 클레오파트라 나온다. 폭스사가 이 영화에 드린 제작비는 그 때까지 영화제작 역사상 최고였고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출연료로 무려 100만 달러를 받았다. 시대극은 제작이 오래 걸리는데다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안토니우스 역인 리차드 버튼과 촬영 도중 애정 행각을 벌여서 뉴스에 오르고 제작에도 영향을 주었다. (두 사람은 촬영이 끝나고 각기 이혼한 후 결혼했다.) 20세기 폭스사는 먼로가 출연한 저비용 영화 <Something's Got to Give>를 빨리 개봉해서 현금을 확보하려 했는데, 먼로 때문에 촬영 진도가 지지부진해서 매우 곤란해 진 것이다.
먼로는 자기보다 나이가 다섯 살 아래인 엘리자베스가 스타로 등극하는데 대해 편치가 않았다. 따라서 먼로는 자기가 건재함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뉴욕에서 돌아온 다음 날 먼로는 풀장 장면을 찍도록 되어 있었다. 영화에는 여자 주인공이 밤에 풀장에서 수영을 하고 벗은 모습으로 나오는 장면이 있었다. 이 장면을 찍기 위해 먼로는 피부 색깔인 비키니를 입었으나 자연스럽게 나올 수가 없었다. 촬영감독이 난색을 표하자 먼로는 큐커 감독에게 귓속말을 하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감독은 필수 요원을 제외하곤 현장을 나가라고 했다. 그리고 먼로가 푸른 가운을 입고 나왔고, 가운을 벗어 버린 먼로는 전라(全裸)였다. 이렇게 해서 먼로는 풀장 장면을 누드로 찍었다. 현장에는 무비 카메라 외에도 사진가(still photographer) 세 명이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이들의 카메라에 장치된 모터드라이브는 미친듯이 돌아갔다.
먼로가 누드로 촬영을 했다는 소문은 할리우드에 금방 퍼졌다. 폭스사는 나오게 될 영화를 홍보했다고 흡족해 했다. 먼로의 누드 장면을 찍은 세 명의 사진가는 자신들이 터트린 잭팟을 어떻게 할지를 몰랐다. 이들은 자기들이 찍은 사진을 팔기 위해선 먼로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들이 인화해서 가져온 많은 사진을 본 먼로는 몇 장만 골라내고 나머지는 OK를 했다. 소문을 들은 라이프지(誌)가 자기들 잡지에 실을 수 있는 사진을 사갔고, 6월 22일자 라이프지에 나왔다. 당시에는 먼로의 누드 사진을 실을 수 있는 잡지는 플레이보이지(誌) 밖에 없었다. 사진가들은 플레이보이 발행인 휴 헤프너에게 사진을 갖고 갔고, 헤프너는 이들과 25,000 달러로 계약을 했다. 먼로의 누드를 실은 플레이보이지(誌)는 150,000달러 매출을 올렸다. (1949년 돈이 궁했던 먼로는 50달러를 받고 누드 사진을 찍었고, 먼로가 유명해지자 휴 헤프너는 먼로의 누드 사진을 200달러를 주고 사서 1953년 창간호에 실었다.)
그해 6월 1일 금요일은 먼로의 36번째 생일이었다. 촬영 스태프들은 케이크를 사서 먼로의 생일을 축하했다. 먼로는 저녁에 다저스 스타디움에 가서 자선 모금을 위한 시구(始球)를 하고 친구와 저녁을 먹은 후 집에 돌아와서는 정신과 의사 그린슨의 아들 딸과 함께 샴페인을 들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날이 먼로의 마지막 생일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 사진 (1) : Life 1962년 6월 22일자 센터폴드 사진.
- 사진 (2) : Life 1962년 6월 22일자 표지.
- 사진 (3) : Life 기사. 6월 8일 폭스사는 먼로를 해고했기 때문에 사진 외에 그런 내용도 기사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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