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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마릴린 먼로 1962년 6~7월
작성일 : 2024-01-22 10:44조회 : 298
마릴린 먼로 1962년 6~7월
1962년 6월 1일 금요일, 마릴린 먼로는 36번째 생일을 20세기 폭스사 스태프들과 유쾌하게 지냈다. 하지만 그 다음 주에 먼로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먼로는 대사도 못 외우고 행동도 느릿하고 무엇인가에 홀린 듯했다. 먼로는 도저히 촬영을 할 수가 없었다. 6월 2~3일 주말에 먼로는 집에 머물렀고 정신과 의사 그린슨의 아들과 딸이 집에 다녀갔다. 그린슨의 아들과 딸은 먼로가 흐느끼면서 “나는 더 이상 살 자격이 없다”는 말을 해서 놀랐다고 나중에 말했다. 따라서 먼로는 전화로 누구와 매우 심각한 대화를 하고 거기에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됐다.
6월 8일, 인내심이 다한 폭스사의 경영진은 촬영을 중단하고 먼로를 해고했다. 이는 물론 빅 뉴스였다. 20세기 폭스사(社)는 유럽에서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나오는 <Cleopatra>를, 그리고 LA에선 먼로가 나오는 <Something's Got to Give>를 찍고 있었는데, 모두 지연되어서 큰 곤란을 겪었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 볼 때 큰 문제는 <Cleopatra>였다. 제작비 상승과 촬영 지연으로 폭스사가 파산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폭스사는 <Cleopatra>는 그대로 진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폭스의 경영진은 <Cleopatra>와 달리 <Something's Got to Give>은 먼로만 교체하면 영화를 완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폭스사는 먼로를 해고하고 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폭스사는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뜨는 스타이지만 먼로는 저무는 스타라고 생각했던 것이 분명했다. 1961년에 영화를 한편도 하지 않은 먼로는 회사 경영진과 감독이 보기에 성의가 없고 대사와 연기에서 NG가 너무 많이 나왔던 것이다.
폭스사는 먼로를 대신할 여자 배우를 물색하고 먼로와 닮은 신인 여배우를 대상자를 선정했다. 그랬더니 남자 주인공인 딘 마틴(Dean Martin 1917~1995)이 먼로와 함께 하지 않으면 자기도 그만두겠다면서 “No Marilyn, No Picture”라고 말해서 언론에 크게 났다. 프랑크 시나트라, 피터 로포드처럼 딘 마틴도 먼로의 친구였다. 폭스사는 딘 마틴도 해고하고 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딘 마틴이 먼로와 함께 하겠다는 결정은 빅 뉴스였다. 먼로를 좋아하는 팬들은 폭스사에 항의 편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서 회사는 곤란한 지경에 처하고 말았다.
먼로도 반격에 나섰다. 먼로는 프랑크 시나트라의 친구이며 자기 뿐 아니라 할리우드 배우와 가수를 대변해 온 밀튼 루딘(Milton Rudin 1922~1999) 변호사에게 폭스사를 상대하도록 했다. 먼로는 또한 사진 촬영과 인터뷰를 통해 20세기 폭스사와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먼로는 보그(Vogue),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 그리고 라이프(Life)지와 사진 촬영과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6월 20일부터 한 달 동안 먼로는 세 개의 잡지와 사진 촬영 및 인터뷰를 했다. 먼로는 자신의 비서 팻 뉴컴를 통해 자기를 해고한 폭스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서신을 자기와 함께 했던 스태프에게 보내도록 했다.
보그지(誌)는 버트 스턴(Bert Stern 1929~2013)을 촬영장소인 벨 에어 호텔로 보내서 먼로를 촬영하도록 했다. 먼로는 과감한 세미 누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코스모폴리탄지(誌)는 먼로를 잘 아는 조지스 배리스(Georges Barris 1922~2016)로 하여금 먼로를 찍도록 했다. 먼로는 피터 로포드의 저택과 그 주변, 그리고 바닷가에서 자연스러운 포즈를 취했다. 조지 배리스가 촬영을 마치고 두 주일이 지나 먼로가 죽었기 때문에 그는 먼로를 모델로 한 사진을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가가 됐다. 버트 스턴과 조지스 배리스는 각각 자기들이 찍은 먼로의 사진을 화보집으로 펴냈다. 말년의 두 사진작가는 어느 누구도 먼로를 따라올 수 없다고 회고한 바 있다.
라이프지(誌)는 리차드 메리먼(Richard Meryman 1926~2015) 기자로 하여금 먼로를 인터뷰하도록 했다. 먼로와 동갑인 메리먼은 동부의 좋은 집안 출신으로 명문대학을 나왔고 1950년부터 라이프지에서 일하면서 사람과 관한 기사와 종교와 도덕에 관한 지면을 책임져 왔다. 먼로는 메리먼을 먼저 만나보고 그와 인터뷰를 하기로 결정했으며, 녹음을 허용해서 총 8시간에 달하는 녹음 테이프가 남아 있다. 메리먼은 8월 3일자 라이프지에 “Marilyn Lets Her Hair Down About Being Famous”라는 제목으로 먼로 인터뷰 기사를 썼다. 8월 3일자 라이프지가 가판대에 오르고 며칠 후 먼로는 사망했다. 메리먼은 그가 이룬 많은 저술에도 불구하고 ‘먼로를 마지막으로 인터뷰한 기자’로 이름이 남게 됐다.
먼로의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 그녀가 정신세계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먼로는 10대 청소년, 노인들 그리고 노동자들이 순수하다고 보며, 사람들이 왜 보다 너그럽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으며 영화 비즈니스에선 질투가 심하고, 자기는 자신을 상품으로 보지 않는데,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본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릴 적의 힘들었던 시절을 되돌아보았다. 배우는 기계가 아니며 자신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하며 자기는 스튜디오의 규율을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유명해 짐(fame)은 특별한 부담이며 글래머스하다거나 섹슈얼하다는 이야기에 자기는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또한 우리 인간은 본성적으로 성적인 존재(sexual creature)인데,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자연스러운 선물을 경멸하고 파괴하려고 함은 한심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먼로는 자기가 유명하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변덕스러운 것으로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라면서 끝을 맺었다.
8월 3일자 라이프지에 인터뷰가 나오고 며칠 후에 먼로가 사망하자 라이프지는 8월 17일자 카버로 먼로를 내세우고 특집기사를 펴냈다. 먼로를 마지막으로 인터뷰한 리차드 메리먼은 ‘A Last Long Talk With A Lonely Girl’이란 기사를 썼다. 먼로를 인터뷰하러 브렌트우드 집으로 갔을 때 집은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았고 가구도 별로 없었고, 먼로는 자기가 사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메리먼은 먼로에게서 분노와 희망, 친절과 후회, 유머와 깊은 슬픔을 읽었다고 돌아보았다. 메리먼은 먼로의 집은 외롭고 요새(fortress)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나중에 언급하기도 했다.
- 사진 (1), (2) : 조지스 배리스가 찍은 먼로. 1962년 7월. 산타모니카 피터 로포드 집 앞 바닷가. 멕시코 스웨터를 입은 사진과 칵테일 잔을 든 모습.
- 사진 (3) : <Vogue>에 마지막으로 나온 사진 중 대표작.
- 사진 (4) : 1962년 8월 17일자 라이프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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