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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먼로 v. 20세기 폭스
작성일 : 2024-01-23 09:03조회 : 320
먼로 v. 20세기 폭스
마릴린 먼로에게 1962년 6월과 7월은 좌절과 도전의 두 달이었다. 그리고 8월 5일 오전 3시 30분 먼로는 브렌트우드 자택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LA 검시관은 먼로가 8월 4일 자정 전에 사망했으며 사인은 ‘자살 가능성’(probable suicide)라고 발표했다.
6월 8일, 20세기 폭스사에 의해 해고 통보를 받은 먼로는 밀튼 루딘 변호사를 통해서 폭스사에 대응해 나갔다. 동시에 먼로는 <Vogue>, <Cosmopolitan>과의 사진 촬영, 그리고 <Life>와의 인터뷰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했다. 한편, 20세기 폭스사는 <Cleopatra> 제작 지연과 예산 초과로 인해 주가가 폭락함에 따라 주주들이 항의를 하고, 먼로의 팬들은 먼로를 해고한데 대해 항의를 하는 등 혼란스러웠다. 폭스 경영진의 내부 사정은 더욱 복잡했다.
6월 9일, 자신이 해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먼로는 폭스사 사장인 시프로스 스쿠라스(Spyros Skouras 1893~1971)에게 전화를 했다. 먼로는 1942년부터 20세기 폭스사 사장을 지내면서 먼로가 나온 영화를 많이 제작한 스쿠라스를 잘 알았다. 건강이 안 좋아서 뉴욕에서 큰 수술을 하고 쉬고 있던 스쿠라스는 먼로를 해고한 조치는 자기와는 관계가 없으며 그것은 새무엘 로즌먼(Samuel Rosenman 1896~1973) 이사회 의장과 이사인 밀튼 굴드(Milton Gould) 및 존 로브(John Loeb)가 벌인 일이라고 먼로에게 알려 주었다. 스쿠라스는 더 이상 폭스사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물러나기 직전이었다.
새무엘 로즌먼은 루스벨트 백악관에서 참모로 일했던 변호사로 월가의 큰 로펌의 대표였다. 로즌먼은 케네디 가족과 가까웠다. 케네디 대통령은 그를 노사관계를 다루는 위원회 등에 위원으로 위촉했다. 그는 1962년 2월에 20세기 폭스사의 이사회 의장이 됐다. 폭스의 이사로 진출해 있는 밀튼 굴드와 존 로브도 월가(街)의 변호사와 투자자였다. 월가 투자자들이 20세기 폭스 주식을 대거 매입해서 경영권을 장악하고 새무엘 로즌먼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한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수십 년 동안 영화를 만들어 온 스쿠라스 사장이 이사회를 장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폭스사는 몇 가지 특이한 결정을 내렸다.
첫째, 케네디가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인 1961년 2월 폭스사는 로버트 케네디가 1960년에 펴낸 책 <The Enemy Within>을 영화화하기 위한 판권을 사들였다. 폭스사는 이 책을 영화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판권을 사들이느냐고 로버트 케네디에게 돈 만 지불한 꼴이 되고 말았다. (대통령의 동생이며 법무장관인 로버트 케네디의 책을 영화화하겠다는 발상은 지금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둘째, 새무엘 로즌먼이 이사회 의장이 되고 나서 폭스사는 스튜디오에 인접해 있는 방대한 토지를 직접 개발하지 않고 이를 알코아(ALCOA)에 매각했다. 이들은 <Cleopatra> 제작으로 인한 자금 부족으로 매각했다는 논리를 세웠다. 이렇게 매각된 땅이 개발된 지역이 오늘날의 LA 남서부에 있는 센튜리 시티(Century City)다. 이 토지 매각은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어리석었던 자산 관리라고 평가된다. 월가 출신인 이사장과 이사들이 폭스의 자산을 매각해서 자신들이 이해가 관련된 알코아에 매각했다고 보기도 한다.
월가 출신 이사장과 이사들이 취한 세 번째 조치는 마릴린 먼로 해고였다. 그러나 먼로는 보통 배우가 아니었다. 먼로는 1955년에 폭스사와의 불공정한 계약을 파기하고 뉴욕에서 자기 이름을 딴 프로덕션을 만들어서 결국은 폭스사가 백기를 들고 새로운 계약을 체결토록 한 바 있었다. 무엇보다 먼로는 자기를 좋아하는 보통 미국 사람들의 힘을 믿었다.
스피로스 스쿠라스와 통화를 해서 사정을 전해 들은 먼로는 파리에 머물면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다룬 영화 <The Longest Days>(1962)를 제작하고 있던 데릴 자누크(Darryl Zanuck 1902~1979)와 통화를 했다. 먼로는 자기가 실제로 아파서 촬영을 못했다면서 <Something's Got to Give> 촬영을 끝내고 싶다고 했다. 자누크는 먼로가 나오는 영화를 제작한 적이 있지만 먼로와 깊이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도 먼로를 해고한 조치가 어리석었다고 생각했다. 자누크는 먼로에게 자기가 폭스 경영일선으로 복귀할 테니까 기다려 보라고 했다. 그리고 자누크는 월가의 침입자들을 이사회에서 몰아내기로 스쿠라스와 비밀리에 합의했다.
7월 25일 뉴욕에서 열린 폭스사 이사회는 치열한 공방 끝에 8대 3으로 데릴 자누크를 후임 사장으로 선출했다. 반대표를 던진 세 명은 월가 출신인 로즌먼 이사회 의장, 밀튼 굴드, 그리고 존 로브였다. 월가 출신 3명은 사임했고 스쿠라스는 이사회 의장이 되어 몇 년간 머물다가 은퇴했다.
8월 1일, 폭스사와 먼로는 먼로에게 매우 유리한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다. 폭스사는 먼로에게 <Something's Got to Give> 출연료 10만 달러 외에도 배상금을 추가해서 총 50만 달러를 지불하며, 다음 영화 출연에는 먼로에게 5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하며, 10월부터 <Something's Got to Give> 촬영을 재개하기로 했다. 먼로는 활짝 웃었고, 할리우드 언론은 이것을 먼로의 승리라고 썼다. 하지만 사흘 후 먼로는 사망했다.
먼로는 폭스사와 재계약을 하고 <라이프>지에 인터뷰 기사가 나와서 의기양양했는데, 그리고 나서 3일 만에 자살을 했겠는가 하는 의문이 나오는 것이다. 폭스사는 <Something's Got to Give> 제작을 포기했다. 1990년대 말, 폭스사는 도중에서 포기한 이 영화 필름을 복원해서 발표했다.
- 사진 (1) : 먼로와 스피로스 스쿠라스.
- 사진 (2) : 먼로와 마릴 자닉.
- 사진 (3) : 오늘날 센튜리 시티. 20세기 폭스사가 헐값에 판 토지가 이렇게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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