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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마릴린 먼로, 멕시코를 가다
작성일 : 2024-01-27 22:15조회 : 278
마릴린 먼로, 멕시코를 가다
1962년 6월에서 7월 사이에 마릴린 먼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선 적어도 1961년 초부터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기억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 1961년 1월부터 일어난 일을 정리하고 이어가기로 한다.
1961년 1월 20일, 케네디가 대통령에 취임하던 날 먼로와 아서 밀러는 멕시코 후아레스에 가서 이혼을 했다. 밀러는 코네티컷으로 돌아갔고 먼로는 맨해튼 57번가 아파트로 돌아왔다. 얼마 후 먼로는 한달 동안 정신과 병원에 입원했다. 그 해 4월 먼로는 뉴욕 생활을 정리하고 LA로 돌아와서 전에 살던 베벌리 힐스에 있는 아파트로 다시 들어왔다. 먼로는 맨해튼 57번가 아파트를 그대로 두어서 그 후 뉴욕에 가는 경우에서 머물렀다. 6월 말에는 뉴욕에 가서 담낭 수술을 받았다.
LA로 돌아온 먼로는 같은 아파트 건물에 사는 친구 지니 칼멘과 케네디 대통령의 매부인 피터 로포드와 가까이 지낸다. 먼로는 프랑크 시나트라와 전보다 더욱 가까이 지냈다. 시나트라는 레이크 타호에 칼 네바 카지노 호텔을, 그리고 베벌리 힐스에 이태리 식당을 운영했고 팜 스프링에 큰 저택을 갖고 있었다.
피터 로포드는 주말이면 바닷가에 있는 자신의 큰 저택에서 파티를 열었고, 먼로와 지니 칼멘은 자주 참석했다. 로포드의 주말 파티에는 프랑크 시나트라, 딘 마틴 뿐 아니라 셜리 매클레인 등 여자 배우도 자주 참석했다. 대통령이 된 후에도 케네디는 로포드의 파티에 최소한 한번은 참석했고 로버트 케네디는 여러 차례 참석했다. LA로 돌아 온 후 먼로는 UCLA 의대 임상교수이기도 한 정신과 의사 랠프 그린슨(Ralph Greenson 1911~1979)을 찾아 가며, 그린슨은 자신의 집으로 먼로를 오도록 해서 상담으로 했다. 먼로는 그린슨 가족과 저녁을 같이 하는 등 가까이 지내게 된다. 그린슨은 먼로에게 약물 처방을 해 줄 내과의사로 하이먼 엔겔버그(Hyman Engelberg 1913~2005)를 추천했다. (그린슨은 먼로가 죽던 8월 5일 새벽에 하이먼 엔겔버그를 먼로의 저택으로 오도록 하며 엔겔버그가 먼로가 죽었음을 확인한 후에 그린슨은 경찰에 신고를 한다.)
랠프 그린슨은 전부터 알던 유니스 머레이(Eunice Murray 1902~1994)를 먼로의 가사 관리인으로 추천해서 머레이는 1961년 10월부터 먼로가 죽는 날까지 집안 일을 돌보게 된다. 이혼녀인 유니스 머레이는 정신과 간호사 자격을 갖고 있었다. 먼로는 할리우드 홍보회사 직원이던 패트 뉴컴(Pat Newcomb 1930~ )을 자신의 공보비서로 채용했다. 그린슨, 머레이, 그리고 뉴컴은 먼로가 죽는 날 모두 현장에 있었다. 랠프 그린슨은 먼로의 불안정한 정신상태를 안정시키는 데는 먼로가 집을 갖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먼로에게 집을 사도록 권유했다. 1962년 2월, 먼로는 LA의 고요한 부촌인 브렌트우드에서 멕시코풍(風)으로 지은 저택을 구입했다. 먼로는 자기 집을 갖게 돼서 매우 좋아했다. 정원과 풀장이 있는 저택을 구입해서 할 일이 많아지자 유니스 머레이는 자기 사위를 불러서 일을 시켰다.
먼로는 1955년에 20세기 폭스사와 맺은 계약에 의해 영화 한편에 출연해야 할 의무가 있었고, 폭스사는 <Something's Got to Give>에서 먼로를 출연시키고자 했다. 1961년에는 영화를 한편도 하지 않은 먼로는 배역이 내키지 않았지만 출연하기로 하고 그해 12월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그 때 먼로는 20세기 폭스사의 새 경영진이 월가(街)의 변호사와 투자자이며 케네디 가문, 특히 로버트 케네디와 관계되는 사람들임을 몰랐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이들은 영화 제작 보다는 20세기 폭스사가 갖고 있는 토지에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결국 그 토지를 팔아치우고 먼로를 해고하게 된다. 아마도 먼로는 자기가 해고된 후에 이에 대해 알게 됐을 것이다.
먼로가 몰랐던 사실은 또 있었다. 랠프 그린슨은 한 때 미국 공산당 비밀당원이었고 먼로의 내과의사 하이먼 엔겔버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린슨과 엔겔버그는 사회주의 정부를 지지하는 성향으로 주변사람들은 기억하고 있었고, FBI는 이들과 이들의 그룹을 감시하고 있었다. 유니스 머레이는 남편과 1950년에 이혼했는데, 남편이던 존 머레이는 공산주의자이고 과격한 노동운동가였다. 이런 사실은 1980~90년대에 비로서 알려졌다. 랠프 그린슨의 아들도 나중에 정신과 의사가 되는데, 아버지에 대해 인터뷰하면서 자기도 좌파라고 말한 것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프로이드류(類)의 정신분석학을 하는 사람의 성향은 대체로 좌파였다.
1961년 12월, 20세기 폭스사와 영화 <Something's Got to Give>에 출연하기로 계약서에 서명한 먼로는 로버트 케네디를 만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1962년 1월, 아시아를 방문하기 위한 일정을 앞두고 로버트 케네디는 LA를 들러서 피터 로포드의 저택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을 했다. 이 파티에는 몇몇 기자도 참석했는데. 먼로와 로버트는 신나게 당시 유행하던 트위스트 댄스를 추었다.
<Something's Got to Give> 촬영은 4월에 시작하기로 되어 있어서 랠프 그린슨은 먼로에게 여행을 하면서 쉴 것으로 권고했다. 어머니가 멕시코에서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멕시코를 좋아한 먼로는 멕시코시티에서 휴가를 보내고자 했다. 2월 들어서 먼로는 플로리다에 가서 뉴욕 양키즈 훈련을 보고 있는 조 디마지오를 만나고 아서 밀러의 부친 이시도어 밀러를 만나 보았다. 마이애미 비치의 폰텐블로 호텔에 묵으면서 같은 호텔에 머물렀던 케네디 대통령을 만났다. 먼로는 케네디가 머물렀던 17층 스위트의 옆방에 묶었다고 목격자들은 나중에 전했다.
프랑크 시나트라는 멕시코시티 힐튼 호텔에 먼로가 머물 수 있도록 준비를 해 주었다. 2월 20일 먼로는 멕시코시티에 도착했다. 먼로는 자신의 공보비서인 패트 뉴컴, 그리고 헤어 드레서와 함께 도착했다. 유니스 머레이는 일주일 전에 멕시코에 도착해 있었다. 먼로는 편하게 쉬면서 집에 필요한 멕시코 가구를 사고자 했다. 그러나 먼로가 멕시코시티에 온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기자들이 몰려들어서 공항부터 소동이 벌어졌다. 먼로는 기자회견을 하고 멕시코 영화 관계자들을 만나고 멕시코 음식과 술을 즐겼다.
멕시코시티에 먼저 도착한 유니스 머레이는 전 남편 존 머레이의 형제인 처칠 머레이를 만났다. 처칠 머레이는 먼로와 유니스 머레이를 멕시코시티의 미국인 망명객들의 모임으로 데리고 갔다. 1950년대 들어서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탄압과 감시가 강해지자 미국 공산당 멤버 등 잘 알려진 공산주의자들은 멕시코시티로 망명을 가서 모여 살았는데, 그 중심은 프레데릭 밴더빌트 필드(Frederick Vanderbilt Field 1905~2000)였다. 프레데릭 필드는 미들네임이 보여주듯이 그의 어머니가 철도재벌 코르넬리우스 밴더빌트(Cornelius Vanderbilt 1789~1877)의 증손녀였다. 하버드를 나온 프레데릭 필드는 공산주의자여서 밴더빌트 가문으로부터 파문을 당하고 미국 정부 당국의 수사를 피해서 멕시코시티로 왔다. 그는 자신과 비슷하게 망명해 온 미국인 20여 가족과 모임을 이루었는데, 먼로는 이들과 만나서 담소를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먼로는 아서 밀러를 소환해서 심문한 하원 조사특위 등 매카시즘을 싫어했기 때문에 이들과 통하는 바가 있었다.
그런 후에 먼로는 멕시코 가구와 옷을 사는 등 쇼핑을 즐겼다. <Cosmopolitan>지에 실린 먼로의 유명한 사진은 이 때 산 멕시코 스웨터를 입고 찍은 것이다. 쇼핑을 하면서 먼로는 자기보다 열 살이나 젊은 멕시코 영화 감독 호세 볼라노스(Jose Bolanos 1935~1994)를 만났다. 멕시코시티를 떠날 때 먼로는 볼라노스를 함께 LA로 데리고 와서 3월 5일 골든 글로브 수상식에 함께 참석했다. 먼로가 미국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젊은 멕시코 영화인을 행사장에 데리고 나와서 그녀가 입은 화사한 드레스와 더불어 큰 화제가 됐다. 먼로가 죽던 날 LA를 방문 중이던 볼라노스는 밤에 먼로와 잠시 통화를 했다.
멕시코 사람들은 오늘날까지도 먼로의 멕시코시티 방문을 큰 사건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먼로의 멕시코시티 방문은 먼로에게 예기치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CIA와 FBI가 공산주의자들과 어울리는 먼로를 면밀하게 감시했기 때문이다. 공산당 동조자였던 아서 밀러와 결혼한 후 먼로는 FBI의 감시 대상이었는데, 그런 먼로가 멕시코시티에서 미국에서 도망간 공산주의자들과 어울렸기 때문이다.
- 사진 (1) : 먼로의 1962년 멕시코 방문을 다룬 멕시코 TV 기록영상.
- 사진 (2) : 멕시코 영화계 인사를 만난 먼로.
- 사진 (3) (4) :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 호세 볼라노스와 함께 참석한 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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