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릴린 먼로, 36번째 생일

작성일 : 2024-01-30 08:50조회 : 270

마릴린 먼로, 36번째 생일

마릴린 먼로가 멕시코시티 방문을 마치고 LA로 돌아와서 3주일이 되어 갈 때인 1962년 3월 22일, FBI 국장 에드가 후버는 백악관에서 케네디 대통령과 단 둘이서 점심을 같이 했다. 이 자리에서 에드가 후버는 상원의원 시절부터 케네디의 오랜 애인으로 깊은 관계를 이어 오던 주디스 캠벨(Judith Campbell Exner 1934~1999)에 대해 이야기했다.

후버는 주디스 캠벨이 시카고 마피아 대부(Godfather)인 샘 지앙카나(Sam Giancana 1908~1975)의 연인이기 때문에 미국 대통령이 마피아 보스와 연인을 공유(共有)해서는 곤란하지 않느냐고 케네디에게 충고했다. 점심이 끝나서 후버가 나간 후에 케네디는 “내가 저 자식을 파면할 거야”라고 외쳤다고 전해진다. (물론 케네디는 자신의 모든 약점을 쥐고 있는 후버를 파면할 수 없었다.) 후버는 케네디와 먼로의 사이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으나 이 날 먼로에 대해선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LA에 사는 주디스 캠벨은 배우도 아니고 단지 미모의 매력적인 여성으로 LA와 라스베이거스의 클럽에 드나들다가 프랑크 시나트라와 샘 지앙카나를 알게 됐고, 이들을 통해 케네디와 깊이 사귀게 됐다. 1960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디스 캠벨은 케네디와 지앙카나 사이에 연락을 하고 돈 가방을 전달한 적도 있었다. 1960년 대선은 일리노이가 좌우했는데, 지앙카나가 장악하고 있는 시카고에서 이루어진 대규모 부정투표로 케네디가 일리노이에서 승리한 덕분에 케네디는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에드가 후버는 케네디의 치명적인 약점을 직설적으로 이야기 한 것인데, “나는 너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식의 협박이기도 했다.

나중에 확인된 바에 의하면 그날 백악관과 주디스 캠벨 사이에는 전화 통화가 폭주했으며 그리고 나서 주디스와의 통화는 거의 사라졌다. 주디스는 백악관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낯 시간에 케네디와 관계를 가졌는데, 1977년에 낸 회고록 <My Story>에서 그녀는 케네디와의 관계가 그해 여름까지 이어졌으며 자기가 케네디에 염증을 느끼고 있어서 관계가 끊어지는데 대해 개의치 않았다고 썼다. (주디스는 케네디의 섹스 실력이 별로라서 더 이상 흥미가 없었다고 솔직하게 썼다.)

후버가 백악관을 다녀가고 이틀 후인 3월 24일, 케네디는 캘리포니아 팜 스프링을 방문할 예정이었고 그곳에 있는 프랑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1915~1998)의 저택에서 묶으려 했다. 하지만 에드가 후버로부터 자신과 샘 지앙카나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케네디는 시나트라의 저택에서 묵으려는 계획을 급히 취소하고 대신 공화당원인 가수 빙 크로스비의 저택에서 하루 밤을 보내기로 했다. 케네디가 올 것을 예상해서 준비를 해 온 시나트라는 불 같이 화를 냈고 배신감을 느꼈다. 피터 로포드는 변장을 한 먼로와 함께 백악관 전용기 편으로 팜 스프링스에 도착했다. 그날 밤 먼로와 케네디는 빙 크로스비의 게스트 베드룸에서 긴 밤을 보냈다. (빙 크로스비 저택은 그 후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었는데, 케네디와 먼로가 머물렀던 베드룸을 ‘JFK Wing'이라고 부른다.)

<Something's Got to Give> 촬영 스케듈이 지연되자 먼로는 뉴욕 맨해튼에서 열리는 케네디가 참석하는 모금 행사에 다녀왔는데 덕분에 심한 감기에 걸렸다. 먼로는 감기 기운이 심할 뿐더러 대본마저 대폭 수정돼서 도저히 촬영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먼로는 4월 23일 촬영 첫날 스튜디오에 나오지 못했다. 몸 컨디션이 계속 좋지 않은 먼로는 5월 5일부터 1주일 간 집에서 쉬어야 했다. 5월 14일부터 먼로는 촬영을 재개할 수 있었으나 5월 19일 뉴욕 매디슨 스웨어가든에서 열리는 케네디 생일 축하 행사에 다녀오는 바람에 촬영은 또 지연됐다. 하지만 케네디를 만나고 와서 기분이 좋아진 먼로는 풀장 장면을 누드로 찍었고, 그 소문은 크게 났다. 20세기 폭스사의 경영진도 먼로의 누드 장면 때문에 영화가 개봉되면 성공할 것이라면서 좋아했다.

5월 28일 월요일, 감독은 먼로가 나오는 간단한 장면 촬영을 시작하려고 했으나 먼로는 넋을 잃어버린 듯 멍하니 있어서 촬영은 연기되고 말았다. 먼로에게 무슨 큰 일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먼로는 다시 힘을 내서 다음 날부터 6월 1일 금요일까지 촬영을 진행했다. 6월 1일은 먼로의 36번째 생일이었다. 촬영이 끝난 후 스태프들은 돈을 모아서 축하 케이크를 샀고 딘 마틴(Dean Martin 1917~1995)이 가져온 샴페인으로 먼로는 36번째 생일 파티를 조촐하게 했다. 그리고 먼로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다저스 스터다움에 가서 자선 경기 시구(始球)를 했다. 그 날이 먼로가 스튜디오에 나온 마지막 날이고, 그녀의 마지막 생일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6월 2일, 먼로는 눈이 잘 안 보이는 정맥염이 재발해서 그 주일 내내 집에서 머물러야 했다.

6월 8일, 20세기 폭스사는 먼로를 해고했다. 매디슨 스퀘어가든 행사를 다녀온 먼로가 풀장 장면을 누드로 촬영하자 영화 홍보를 했다면서 좋아했던 폭스사가 불과 열흘 만에 먼로를 해고했음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먼로는 그 후 폭스사와 8월 1일에 재계약을 하게 된다. 먼로는 8월 4일 밤에 사망했다.)

매디슨 스퀘어가든 행사가 있고 사흘 후인 5월 22일, 에드가 후버는 케네디 대통령에게 긴급 면담을 신청했다. 24일, 후버는 케네디를 백악관 집무실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그런 후 백악관은 신속하게 조치를 취했다. 먼로가 알고 있는 케네디 직통전화 번호를 바꾸었고, 교환원에게는 먼로와는 연결을 시키지 말라고 지시했다. 케네디는 피터 로포드에게 먼로에게 모든 것이 끝났다고 전하라고 지시했다.

5월 27일 밤, 피터 로포드는 매사추세츠 히아니스포트에 있는 케네디 본가에서 먼로에게 장거리 전화로 그런 말을 전했다. 로포드는 먼로에게 다시는 케네디에 연락할 생각을 하지 말라면서, “Look, Marilyn, you're just another one of Jack's fucks."라고 말하고 끊었다고 전해진다, (”너는 케네디의 여러 성적 상대방의 하나 일 뿐이야.“) 이 전화를 받은 먼로는 거의 졸도를 해서 다음 날인 28일에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돼 버린 것이다. 매디슨 스퀘어가든에서 케네디의 생일을 축하하는 노래를 부르고 나서 열흘이 안 되어 이런 말을 들었으니 청천벽력(靑天霹靂)이었을 것이다.

- 사진 (1) : 주디스 캠벨, 케네디, 샘 지앙카나, 프랑크 시나트라.
- 사진 (2) : 먼로의 36번째 생일 파티.
- 사진 (3) : 케이크를 준비하는 모습. 스튜디오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 사진 (4) : 샴페인을 들면서 담소하는 먼로, 오른쪽이 딘 마틴, 먼로가 안겨 있는 남자는 조연 배우인 월리 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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