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LEESANG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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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칼럼
상지대 임시이사회 사건 대법원 참고인 진술 (2007. 2.)
작성일 : 2008-04-05 08:56조회 : 1,863
참고인 진술
대법원장 귀하
사건 2006다19054 이사회 결의 무효확인 청구
원고 (피상고인) : 김문기 외 4인
피고 (상고인) : 학교법인 상지학원
위 사건에 대한 본 참고인의 진술서를 첨부와 같이 제출합니다.
2007년 2월 5일
중앙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이 상 돈 (인)
존경하는 이용훈 대법원장님, 그리고 대법관님들께,
피상고인 김문기 씨 등이 제기한 학교법인 상지학원 이사회 결의 무효확인 청구소송에 대해서 본인이 대법원에서 참고인으로 진술하게 되었음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본건은 단순히 상지대학교란 1개의 사립학교의 운영주체가 누가 되어야 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모든 사립학교의 운명과 향방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건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개인의 재산권이 법에 의해 정당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가에 관한 사건이기도 합니다. 학교법인 등 많은 기관의 재산권이 ‘공공성’이란 이름으로 심각하게 도전 받고 있는 불안한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지를 가름해 볼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1. 사립학교의 ‘자주성’과 ‘공공성’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사립학교는 일단 개교를 하면 공공에 위탁(trusted for the public)되거나, 공공(public domain)에 속하게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본 사건의 근거에도 사립학교를 이렇게 보는 시각이 깔려 있습니다.
현행 사립학교법 제1조는 “사립학교의 특수성에 비추어 그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양양함으로써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자주성(自主性)이란 사립학교가 사립학교 외부로부터 통제 당하지 아니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되며, 공공성(公共性)이란 사립학교는 ‘교육’이란 공공적 가치를 실현하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자주성’과 ‘공공성’은 일견 상충되는 것으로 보이나, 헌법이 사유재산권을 보장하면서도 사회질서와 공공복리를 위해서는 사유재산권 행사에 일정한 제한을 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또한 교육이란 공공적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이며, 사립학교도 그것을 추구하는 이상 통상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기관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의미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헌법은 재산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기본권의 본질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헌법의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사립학교법은 ‘자주성’ 확보를 주된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자주성을 ‘확보(確保)’하고 공공성을 ‘앙양(昻揚)’한다는 표현을 보더라도 그 점은 분명할 것입니다. ‘확보’는 강제성을 띠고 있지만, ‘앙양’은 권장의 의미를 띠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사립학교법은 임원 취임에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가 임원승인을 취소할 수 있게 하는 등 법문상으로만 보면 자주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측면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도 그러한 권한의 행사를 대단히 자제하여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정부가 오히려 이러한 권한을 더욱 빈번하게 행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2005년에 개정된 사립학교법 제14조 3항-6항은 학교 법인 이사회에 일정숫자 만큼의 외부인사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해서 ‘사립학교의 자주성 확보’를 사실상 형해화(形骸化)하고 말았습니다.
사립학교에 대한 이 같은 정부의 규제는 사립학교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 시에도 많이 나온 이야기 중의 하나가 바로 사립학교의 ‘공공성’ 문제입니다. 사립학교법 자체가 ‘공공성 앙양’을 목적으로 정하고 있으니까 사립학교의 지배구조(governance)를 아예 공공화하거나 이해관계인들의 ‘참여’를 확대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논의는 ‘공공성’에 관한 가장 중요한 본질을 왜곡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학교, 신문, 방송, 그리고 기업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공공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학교, 신문 방송, 기업 등이 국민에게 가져다 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국민이 원하는 좋은 서비스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좋은 서비스를 가져 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국민이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입니다. 소비자가 선택을 할 수 있어야 시장에서 공급자 사이에 경쟁이 생겨서 보다 좋은 서비스가 공급되는 것입니다.
신문과 방송에는 공공성이 있음은 분명하지만, 그렇지만 공영방송과 공영신문만 허용한다면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는 상실되고 말 것입니다. 신문과 방송의 공공적 성격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경쟁을 허용하고 소비자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신문과 방송의 공공성이 제고되는 것입니다.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성이 있는 여러 학교 중에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학교간에 경쟁이 생기고, 그로 인해서 학교의 질이 좋아져서 결과적으로 좋은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공립학교가 사립학교를 따라오기 어려운 것은 정부의 통제 하에 있는 공립학교는 교육소비자의 다양한 수요를 신속하게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먼은 “교육은 정부에 맡겨 두기는 너무나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즉, 교육이 공공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공공성을 달성하기 위해선 선택과 경쟁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립학교법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는 ‘자주성’이 ‘공공성’ 보다 앞선다는 전제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공공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공공성’이 추구하는 가치 그 자체가 훼손된다는 것입니다.
2. 사립학교의 지배구조
사립학교법이란 특별한 법률을 두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그리고 대만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유럽 대륙은 전통적으로 사립학교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은데 비해, 영국, 미국 등 영미계통 국가는 사립학교가 공립하교 보다 더 오랜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일본은 공립학교와 사립학교가 공존하는 있는 형태이고, 우리나라의 경우도 그러합니다.
사립학교가 많은 미국에서 사립학교는 사법상의 법인 설립일 뿐이며, 이에 대해 특별한 근거 법률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미국의 명문 사립학교는 대단한 자산가들이 기탁한 재산을 씨앗으로 해서 찬란한 싹을 틔웠습니다. 존 하버드가 남긴 유산이 하버드 대학을 만들었고, 석유재벌 존 D. 록펠러는 시카고 대학을 건립하기 위해 거액을 기증했습니다. 이들은 대학을 설립하기 위한 재산을 출연하고는 더 이상 학교의 운영에 간여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학에 간여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간여하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립학교는 설립하게 되면 창업자의 손을 떠나서 공공 섹터로 편입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같은 미국의 명문 사립대학을 예를 들지만, 그것은 이런 학교에 관해서만 타당한 이야기입니다.
하버드 같은 미국의 명문 사립대학들은 창립자의 뜻에 따라 창립자의 손을 떠난 것이지, 사립학교가 본질적으로 창립자의 손을 떠나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닙니다. 창립자의 손을 떠났기 때문에 이러한 대학들이 명문대학으로 큰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명문으로 성장한 미국의 사립대학들은 학생을 자유롭게 뽑을 수 있고, 커리큘럼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등 자유가 있었고, 또 그 같은 자유를 통해 학교간의 경쟁을 이겨냈기 때문에 명문 대학이 된 것입니다.
미국의 사립대학 중에는 가톨릭 등 기독교 교단이 운영하는 대학이 많습니다. 조지타운 대학, 로욜라 대학, 노트르담 대학, 포드햄 대학, 세인트 존 대학, 웨슬리언 대학 등 천주교 및 개신교 교단이 운영하는 좋은 대학이 많습니다. 이 대학들은 헌장에 의하여 각 교단이 운영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각 대학은 필요에 따라선 외부 인사를 이사로 영입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율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이 대학들 중에는 명문의 반열에 오른 대학도 많은데, 그것도 역시 자율과 경쟁에 의해서 그렇게 성공한 것입니다.
사립대학이나 사립학교를 창설하는 것은 엄청난 돈이 들기 때문에 개인이 사립학교, 특히 사립대학을 창설하고 운영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만, 개인이 원하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창업을 한 사람이 학교의 운영에 대한 모든 권한과 책임을 지는 것 역시 당연한 것입니다. 최근의 예로 아베 마리아 대학(Ave Maria University)을 들 수 있습니다. 도미노 피자의 사주(社主)인 톰 모내한은 요즘 미국 사회가 성모 마리아의 전통을 잊어버리고 있다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아베 마리아 대학 재단을 세워서 2003년에 개교했습니다. 학교는 플로리다의 네이플스 시(市)에 있는데, 이 대학은 가톨릭 교단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이사장인 모내한이 책임지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가 앞으로 그 대학의 재단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그와 그를 돕는 다른 이사들이 결정할 일이며, 외부에서 간여할 사안이 아닙니다. 아베 마리아 대학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그 대학에 다니지 않거나, 그 대학에서 일하지 않으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립학교란 어디까지나 설립자의 의도가 중요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다만 정부는 자유롭게 설립된 사립학교가 최소한의 학력을 인정받기 위한 요건을 갖추고 있나 등을 심사할 수 있으며, 또한 그 학교가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점을 고려해서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사립학교의 자율성과 자주성이 의미하는 것입니다.
3. 우리나라 사립학교법
우리나라의 사립학교법의 뿌리는 1908년에 일본제국 통감부가 반포한 칙령 62호 사립학교령(私立學校令)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 법은 사립학교 설립에 인가를 받도록 하고, 학교장과 교원의 자격 등을 정하였습니다. 이 법은 구 한말에 많이 세워진 사립학교를 옥죄기 위한 식민정책의 발로(發露)였습니다. 한일 합방 후인 1911년 조선총독부는 사립학교규칙(私立學校規則)을 제정해서 사립학교에 대한 감독을 더욱 강화하였습니다. 이 규칙은 사립학교 설치에 총독부의 인가를 받게 한 것은 물론이고, 설립자와 학교장 및 교원의 변동의 경우에 총독부의 승인를 받게 하였고, 법을 위반한 경우에 설립자에 대해선 인가를 취소하고 학교장과 교원은 해고하도록 하였습니다.
이 같은 총독부의 정책으로 1910년에 2,080개이던 사립학교가 1915년에는 1,154개교로 줄어들었습니다. 상당수 사립학교는 운영을 포기하고 공립학교로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일제는 전문학교를 하기 위해서는 재단법인을 조직하여야 한다고 해서 한국인들이 대학급 학교를 만드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했습니다. 우리나라 사학은 일제 시대에 이 같은 무시무시한 통제를 받아 가면서 민족교육을 했던 것입니다. (‘한국의 교육발전과 사학’, 사립학교교원연금관리공단)
1948년 우리나라 정부 수립 후에는 사립학교법은 제정되지 않았고, 교육법에 의해 법인과 사인이 사립학교를 설립 경영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쳤습니다, 교육법은 모든 학교가 교육의 공기(公器)라고 천명하였는데(제7조), 이것은 교육의 공공성을 지칭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립학교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감독청의 인가를 받아야 하며(제85조), 사립학교는 교원의 채용 해직의 경우에 감독청에 보고하여야 하고(제87조), 예산 결산을 보고하도록 하였습니다(제88조).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 정부는 사립학교에 큰 지원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이러한 감독도 최소화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이, 이 시기에 상당수의 사립대학들은 정원 외로 청강생을 받는 등 부당한 행위를 했고, 그러한 연유로 우골탑(牛骨塔)이란 말이 나왔던 것입니다.
1961년에 군사정부가 ‘교육에 관한 임시특례법’을 제정 공포하였는데, 이 때 학교법인의 임원을 선임하는 경우에 문교부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하였고, 문교부장관은 일정한 경우 임원 취임승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제19조). 또한 문교부장관은 이해관계인의 청구 또는 직권으로 임시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제20조). 사립학교의 임원에 대한 정부의 통제는 이 때 생긴 것입니다. 군사혁명정부는 1950년대에 정부가 사립학교에 대해 방임적 태도를 취해서 사학의 비리를 조장했다고 보았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1963년에 제정된 사립학교법(私立學校法)은 위의 임시특레법의 관련 조항을 모두 수용하였습니다. 그 후 사립학교법은 수 차례 개정되어 오늘날까지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간 우리나라의 경제․사회적 환경이 엄청나게 바뀌었음에도 임원 선임 승인과 임시이사 파견 등 정부의 간섭정책은 그대로 유지되어 왔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사립학교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많은 것은 일제시대의 법적 전통에다, 1950년대에 만연했던 부정부패, 그리고 5․16 군사혁명 후의 경직된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라 하겠습니다. 그 후 우리 사회는 보다 자유롭고 개방된 사회로 탈바꿈했지만 유독 교육에 대한 정부의 통제는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잘못된 법적 전통이 우리나라의 사립학교 발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사립학교에 관한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는 가급적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법을 해석하고 적용할 것이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즉 사립학교법이 이러한 전근대성(前近代性)을 고려하여, 사립학교법을 해석 적용하는 경우에는 가급적 사학의 자율성과 자주성을 최대한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립학교법(2005년 개정 전)이 갖고 있는 큰 문제는 관할관청이 사립학교의 임원 취임을 승인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임원취임을 취소할 수 있다고 한 부분입니다. 이 조항은 일제시대에 일본 총독부가 한반도에 강요했던 사립학교 규칙에서 유래한 통제적 전통에다, 군사혁명 정부의 경직된 사고(思考)가 가미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더구나,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후에 이런 통제적 조항을 삭제해 버렸는데, 우리나라는 이런 독소(毒素) 조항을 계속 강화해왔던 것이며, 특히 2005년 개정시에는 지배구조 자체에 변경을 가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사립학교법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악법(惡法)’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겠습니다.
우리나라는 학생들의 국외탈출이 출(出)애급기가 무색해질 정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사립학교를 옥죄어 온 정부의 정책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사립학교에 대한 규제가 너무 많았던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사립학교가 모두 이상적인 운영을 해 왔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보기에 따라선 어느 사립학교는 지배구조나 운영 등에 있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립학교를 퇴출시키는 것은 정부의 간섭이 아니라, 시장(市場)에 의한 자율조절 기능이어야 합니다. 어느 사립대학의 지배구조나 운영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정부가 개입해서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흔드는 것입니다.
4. 사립학교법 임원승인 조항
사립학교법 제20조는 사립학교 임원은 관할청의 승인을 얻어 취임한다고 규정합니다. 지금까지의 관례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관할청은 사립학교 이사회가 선임한 임원을 승인해 왔습니다만, 만일에 관할청이 이사회가 선임한 임원에 대한 승인권을 남용한다면 사립학교의 운영은 난관에 부딪치고 말 것입니다.
이론적으로 말한다면, 사립학교의 성패(成敗)는 자유로운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할 것이지, 이에 대해 관할관청이 간여할 바는 아닌 것입니다. 관할관청이 사립학교의 지배구조에 개입하는 것은 그 자체가 대단히 비민주적인 처사입니다만, 우리나라 사립학교법은 감독관청에게 임원취임 승인과 임원승인 취소라는 권한을 주고 있습니다.
2005년 12월 개정 전 사립학교법에 의하면 사립학교 법인 임원이 사립학교법을 위반하거나, 임원 간 분쟁 및 회계부정 등으로 학교법인의 설립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하거나, 학사행정에 대하여 학교장의 권한을 침해한 경우에 관할청은 임원승인을 취소할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20조의2) 〔2005년 개정법은 관할청이 임원승인을 취소할 수 있는 경우를 더욱 확대해서 사실상 관할청은 마음대로 사립학교 임원승인을 취소할 수 있게 해서, 이 개정법은 사학에 대한 ‘사형선고’와 같다는 말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여하튼 관할청이 임원승인을 취소하면 교육부장관은 임시이사를 선임하게 됩니다(제25조 1항). 임시이사는 조속한 시일 내에 임시이사를 선임한 사유가 해소되도록 노력하여야 하며(제25조 2항), 임시이사는 이 같은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재임하며(제25조 3항), 임시이사는 사학법인의 임원, 즉 정식이사로 선임될 수 없습니다(제25조 4항).
5. 임시이사는 정식이사를 선임할 수 있나 ?
사립학교법은 임시이사들이 그들을 선임하게 된 사유가 해소되도록 노력하라고 만 하고 있어, 임시이사가 정식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법문이 임시이사들로 하여금 그들을 선임하게 된 사유가 해소되도록 노력하라고 한 것은 실질적 사유를 해소시키도록 노력하라는 의미이지, 정식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정식이사를 선임한다고 해서 임시이사 선임에 이른 실질적 사유가 해당 사학법인에서 소멸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도였다면 사립학교법은 관할관청이 처음부터 임시이사가 아닌 정식이사를 임명하도록 규정했을 것입니다.
이처럼 임시이사로 하여금 정식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주장은 제25조의 기본취지를 위반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만일에 그렇게 해석한다면, 법률조항의 해석적용이 헌법에 제31조 제4항 등이 보장하고 있는 ‘사학의 자유’를 침해하는, 적용상의 위헌이 될 것입니다.
문제는 물론 사립학교법이 임시이사 체제를 끝내고 정상운영 체제로 복귀하는 절차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지 않은데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에는 임시이사들이 학교의 운영을 정상화한 다음, 일정한 조건을 붙여 재단 설립자 측에 다시 인계시키는 방법을 써왔습니다. 그러면 대개의 경우, 설립자 측은 관할관청의 감독이 계속 있음을 감안해서 학교를 ‘정상화’시켰고, 이런 과정을 거쳐 사안이 종결되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관행은 비록 사학이 일단 설립되면 모든 출연재산은 학교법인으로 귀속되고, 설립자와는 법적으로 완전히 차단되는 것이라는 형식적 논리가 타당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사학의 대부분은 설립자가 재산을 출연하고, 그와 동시에 설립자가 주도하는 법인이 학교 운영을 책임지는 형태입니다. 말하자면 하버드 대학 식이 아니라 아베 마리아 대학 식인 것입니다. 사정이 어렵던 일제시대에는 많은 사립학교 설립자들은 학교설립 후에도 학교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눈물어린 노력을 했는데, 이는 그들이 학교를 책임진다는 주인의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설립자가 종교법인이나 특수한 법인체가 아닌 사립학교의 경우에는 법인 이사의 신분에 변화가 생겨 이사회의 주도권이 설립자의 친지나 가족으로 이전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이사회가 이사를 선임하는 지극히 합법적 과정을 거친 것입니다.
그러나 교육부가 임명한 임시이사가 정식이사를 임명하게 된다면 그것은 전혀 다른 문제가 되고 말 것입니다. 학교를 설립한 사람들의 의도에 관계없이 학교가 굴러가게 되기 때문입니다. 법문은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지만 임시이사는 그 성질상 학교의 지배구조를 흔드는 권한을 행사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지금까지의 사립학교법 운영의 불문율(不文律)로서 인식되어 온 것이며, 사립학교 재단 관계자들도 오랫동안 그 같은 법적 확신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임시이사들이 정식이사를 임의로 선임하는 것은 사립학교법의 기본 취지를 위반한 것이고, 임시이사는 관할관청이 임명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는 곧 정부가 헌법 31조 4항이 보장하는 사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6. 사립학교법과 민법과의 관계
사립학교법에 의한 학교법인은 사립학교법에 의해서 엄격한 규제를 받으며, 또한 임시이사라는 독특한 제도는 사립학교법에만 있기 때문에, 이 사안은 민법이나 상법과는 관련이 없다고 할 것입니다.
민법과 상법에서의 임시이사 및 일시이사는 법원이 선임한다는 점에서 행정청이 선임하는 사립학교의 임시이사와 구별됩니다. 민법과 상법에 의한 임시이사 등의 선임은 법원에서의 절차가 보장되는데 비해 사립학교법에는 그러한 장치가 없습니다. 또한 민법 및 상법과 달리 사립학교법은 임시이사의 권한에 대해 제한을 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립학교법에서의 임시이사의 권한 등에 대해서 민법과 상법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민법 및 공익재단설립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설립된 비영리법인에 대해서도 실제로 임시이사가 선임되면 적잖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임시이사가 비영리 법인의 지배구조마저 변경할 수 있는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헌법과의 충돌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으나, 이런 문제는 본건과는 별개라 하겠습니다.
7. 이른바 ‘설립취지의 인적 보장’ 보장
우리나라 사립학교법은 그 운영 초기부터 ‘설립의 취지’를 사실상 인정해 왔다고 할 것입니다. 그것은 일제시대부터 있어온 오래된 관행(慣行)입니다. 만일에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기독교 재단이 세운 학교법인에 정부가 임명한 임시이사가 들어와서 그 학교를 탈(脫)기독교화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사학의 설립자가 갖고 있는 이러한 기대이익은 충분히 법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것입니다. 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고 일종의 불문율(不文律)로서 인정된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만일에 이러한 법익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임시이사가 정식이사를 선임하고, 그렇게 선임된 정식이사는 학교법인의 정관을 개정해서 설립취지를 뒤엎을 수 있고, 그러면 기독교 학교가 심지어 다른 종교학교로 탈바꿈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사립학교는 이사회가 운영하는 것이기에, 이 같은 사립학교의 설립취지를 보장받는 유일한 길은 학교법인 이사회를 설립자가 유지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법인 창립시 이사들이 이사회를 구성하여 그 전통을 부단하게 유지시킬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헌법 제31조 4항 및 사립학교법 제1조에 의해서 보장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다만 이사회의 구성이 자연스럽게 바뀌고 그런 이사회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설립자의 취지를 벗어나는 방향으로 학교를 운영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이사회의 인적 구성이 자연스럽게 변하는 과정에서 그런 변화가 생기는 것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파견한 임시이사가 설립자의 취지를 벗어나는 방향으로 학교에 변화를 가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8. ‘임시이사’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
사립학교의 설립에 대하여 특별한 법률을 두고 있는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경우에도 우리나라 사립학교법 같이 임원 취임에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관할관청이 임시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1949년에 제정되어 수 차례 개정되어 온 일본의 사립학교법은 사립학교 설립과 운영 및 해산에 관해 규정하는데, 임원의 승인이나 임시이사 선임 같은 조항은 아예 없습니다. 법령 위반 등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경우에 사립학교에 대해 해산명령을 내릴 수 있을 뿐입니다.
대만의 사립학교법은 1963년에 제정되어 수 차례 개정되었는데, 사립학교 설립자는 영구이사로 별도로 임기가 없도록 하였고, 그 외의 이사는 이사회에서 선임해서 감독관청의 인가를 얻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정부가 임시이사를 선임해서 사립학교의 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게 하는 조항은 없습니다.
따라서 임시이사 제도는 우리나라 사립학교법에 특유한 제도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9. 맺는 말
요즘 우리나라에선 ‘참여’를 확대해서 기업, 학교, 언론 등 사적 단체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 많이 나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가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진정으로 국민들이 참여를 많이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권한과 간섭을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공적 섹타를 줄이고, 민간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줄여서, 원래 민간의 것을 민간의 손에 되돌려 놓는 것이 진정한 ‘참여’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공공성’, ‘투명성, ’참여‘라는 미명을 내세우고, 우리 헌법이 서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소유권 제도에 입각한 시장경제 체제를 허물려는 풍조가 만연되어 있습니다. 본건 사건 역시 그러한 풍조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단순한 실정법의 미비점을 해석하는 문제 보다 훨씬 더 중요한 정치․철학적 쟁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만일에 교육에 ‘공공성’이 있다는 이유로 사립학교에 임시이사를 파견하고, 이들이 정식이사를 선임해서 지배구조를 바꾸어 버리는 것을 허용한다면, ‘공공성’이란 애매한 개념을 내 걸고 사유재산을 마음대로 제약하고, 심지어 박탈하는 현상이 봇물 터지듯 생겨날 것입니다. 그러면 대한민국이 어떠한 나라가 될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정 사립학교의 사정을 보면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잘못된 사립대학에 대하여 정부는 행정적 제재를 가할 수는 있지만 사법적(私法的) 소유관계에 개입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사립학교에 대한 궁국적 판단은 시장(市場), 즉 교육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에 의하여 이루어 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이 사건은 사립학교 운영자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효과가 대단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개방화 시대에서 갈수록 치열해 지는 국제경쟁에서 살아 남을 위해 교육분아에도 민간의 투자가 요구되고 있는데, 사립학교의 자주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아무도 사립학교에 투자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사건이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제도에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되어 좁은 식견을 동원해서 감히 참고인으로 진술하오니, 깊은 혜량(惠諒)이 있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07년 2월 5일
참고인 중앙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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