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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MBC 보도, 4월 4일자 칼럼

작성일 : 2010-04-06 01:02조회 : 2,146

천안함, MBC 보도, 4월 4일자 칼럼

이상돈 (2010년 4월 6일)

천안함에 관한 MBC 보도에 대해 쓴 글이 지나치게 주목을 받은 것 같아서 이에 대해 몇 가지 밝혀 두고자 한다.

천안함 사건은 단순한 ‘진실 게임’을 넘어서는 ‘중대한 문제’가 된 것 같다. 다른 사람들도 그러했겠지만, 사고 직후에 천안함 함장과 장교는 “배에 천공이 났다”, “화약냄새는 나지 않았다”고 말했고, 해경 관계자는 “침수하고 있다”는 구조 요청을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리고 공개된 해경일지는 9시 15분경에 구조요청을 받았다고 기록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보면 천안함은 ‘자체 문제’로 침몰한 것으로 보였다. 그 후 정부와 군이 취한 태도는 무언가 숨기는 듯 했고, 국방장관과 합참의 육군장성들은 말을 자꾸 바꾸고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했다. 평소 현 정부의 정직성과 신뢰성 추락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나는 이번에도 정부가 무엇을 숨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도 그러한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MBC가 정부의 상황일지를 입수해서 공개하자 나는 이 정부가 ‘진실’을 숨기려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그에 대한 소감을 4월 4일 3차례에 걸쳐 올렸는데, 처음에 쓴 글(‘천안함에 대한 MBC 보도’)만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이 글은 MBC 보도가 진실이라는 전제 하에 내 생각을 정리해 본 것인데, 그 자체가 경솔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MBC 보도가 진실일 경우에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는 ‘가설’이기 때문이다.

MBC 보도 중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선 별도로 글(‘천안함이 전속력으로 육지를 향했다?’)을 올려놓았다. 선체가 파공이 되어 침수가 시작되는 순간에 함정이 육지를 향해 전속력으로 항해하고, 그러면서 함장이 함장실에 머물렀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해경이 발표한 좌표에 의하면 7분 동안에 천안함은 9 km를 간 것으로 되어 있고, 육지를 2 km 앞두고 두 동강이 났다는 것이다. 참으로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다.

MBC 보도에 대해서 군은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 데 비해, 청와대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점도 의아하다. 나는 혹시 이른바 ‘Wag the Dog’, 즉 내정이 혼란에 빠져 있을 때 대통령이 대외적 위기를 조장해서 국내 정치위기를 탈피하려고 하는 현상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그와는 오히려 반대되는 현상이 있는 셈이다. MBC 보도가 진실이라면 정부와 군은 중대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고, MBC가 인용한 정부 자료가 진정한 것이 아니라면 그것 역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 청와대는 그 사이에서 ‘진실’이 ‘미궁’에 빠지는 것을 선호하는 듯하다. MBC가 입수한 자료가 ‘사실’이 아니라면 평소에 MBC에 대해 적대적이던 청와대가 발끈해야 하는 데, 지금까지는 그런 움직임이 없다.

최초의 발언과 정황은 ‘자체 사고’에 무게가 실리게 하였지만, 그 후의 여러 가지 조사는 오히려 ‘어뢰 폭발’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리한 하중으로 인한 구조적 실패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지만 그래도 ‘해군 자체'의 조사라면 믿어 볼만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해군 장성이 브리핑을 하기 시작한 것도 반가운 조짐이다. 해군 문제에 대해 육군 장성들이 설명을 했으니 무언가 사정이 있는 것 처럼 느껴졌었다. 해군이 오직 ‘전문성’에 입각해서 조사하기를 바랄 뿐인데, 그러기 위해선 해경 관계자의 발언, 7분 안에 9 km를 항해했다는 항적 등에 대해서 확실한 답을 내어놓아야 할 것이다.

(c) 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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