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의 네번째 보고서
2008-02-20 01:34 1,545 관리자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의 네 번째 보고서
  (첨단환경 2007년 3월)


1. IPCC의 4차 보고서 요약본 발표

지난 2월7일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가 기후변화에 대한 제1실무단(WG1)의 네 번째 평가 보고서(Assessment Report)를 발표했다. 본 보고서는 아직도 준비중이고, 단지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이 먼저 발표된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4차 보고서 요약본의 중요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기후변화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unequivocal) 현상이며, 20세기 중반 이후 지구 기온의 평균온도 상승은 인간의 활동을 인해 대기 중에 방출된 온실가스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크며(very likely),  자연적인 기후과정이 독자적으로(alone) 이 같은 기후변화를 일으켰을 확률은 5% 미만이며, 21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기온은 섭씨 1.1도 내지 6.4도 상승할 가능성이 많으며(could rise), 해수면은 18 센티미터 내지 59센티미터 상승할 가능성이 많으며(probably rise), 무더위와 폭우가 보다 자주 있을 것이 90% 이상 확실하며(certain), 가뭄과 열대 폭풍 및 고조(高潮)가 증가(increase)할 것임이 66% 이상 확실하며(certain), 인간에 의한 과거와 미래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향후 1000년에 걸쳐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에 계속 기여할(contribute) 것이며,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메탄, 질소산화물은 1750년 이후의 인간 활동의 결과로 주목할 만큼(markedly)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 발표가 있자 영국의 가디언지(紙)와 독일의 스피겔지(紙)는 특집기사를 내보냈고, 이런 소식을 접한 우리나라의 신문 방송도 유엔이 지구온난화 재앙이 보다 빨리 닥쳐올 것이라고 예측했다는 보도를 앞다투어 내보냈다.

2. 기후변화에 대한 적신호가 올려졌나 ?

언론 보도의 속성이겠지만, 국내 신문은 IPCC가 예측한 최대치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금세기 말에는 지금보다 기온이 최대 6.2도가 오르고 해수면이 최대 59% 상승할 것이라는 식이다. 기후변화 재앙에 대한 적신호(赤信號)가 올려 졌다는 식의 보도인 것이다.
그러나 IPCC가 발표한 보고서는 21세기 말까지 1.1도에서 6.4도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며, 해수면은 18 센티미터에서 59 센티미터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 것이다. 사실 1.1도와 6.2도는 편차가 너무 크고. 18센티미터와 59센티미터도 그러하다. 거기다가 ‘아마도(probably)’ 상승할 것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는 것이다.
언론은 IPCC가 이번에 지구온난화에 대한 가장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맞는 말은 아니다. 2001년에 나온 3차 보고서는 1990년에서 2100년까지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가 1.4도에서 5.8도 상승할 것이고, 해수면은 같은 기간 동안 0.1 미터에서 0.9 미터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5.8도와 0.9미터는 아무런 대책을 취하지 않는 경우에(business as usual)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온도상승과 해수면 상승인 셈이다. 1990년에 나온 1차 보고서에선 향후 21세기 말까지 매 10년마다 0.2도 내지 0.5도 정도 기온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그렇다면 이번에 나온 4차 보고서의 예측은 기온상승에 대해선 과거의 보고서에 나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해수면 상승에 대한 예측은 전보다 오히려 온건해 진 셈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번 생각해 볼 점은 IPCC가 설립된 후 벌써 20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며, 그간 세계는 엄청난 경제성장을 했고 에너지도 많이 사용했다는 사실이다. 인류가 지구환경을 매우 걱정하는 과학자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이렇게 무책임하게 20년을 보냈으면, 더욱 절박한 온난화 경고가 나왔어야만 한다. 그런데도 그 적신호의 내용이 20년 전이나 별로 다르지 않는 것이다.

3. IPCC 보고서에 대한 비판

2월7일에 발표된 보고서 요약에 대해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의 벤 리버만(Ben Lieberman) 연구위원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특히 IPCC가 2001년에 나온 3차 보고서에 이어서 4차 보고서에서도 지구의 평균 온도가 수 천년 동안 변화가 없었다는 전제에 서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중세에는 온도가 온화해서 농사가 잘 되는 등 평온했으며, 소빙하기(little ice age)가 닥쳐와서 인류가 대단한 고통을 겪었다는 평범한 진실을 IPCC는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IPCC에 반대하는 학자들은 20세기 이후의 온난화는 근대의 추운 기후가 끝나고 중세의 온화한 기후로 복구하는 과정에, 온실가스의 방출이 추가된 것이라서, 온난화의 주된 원인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못하다고 반론을 제기해 왔다. 이러한 비판은 IPCC가 활동을 시작했던 때부터 있었지만 IPCC는 이런 주장을 전혀 참작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IPCC의 보고서는 구절마다 가능성이 많다는 의미로 ‘likely’ ‘probably’ 같은 부사를 붙인 보고서를 내어 온 것이다.
미국 기업연구소(AEI)의 앤 애플바움(Ann Applebaum)은 IPCC 보고서 발표를 계기로 또다시 교토 의정서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을 비난한 유럽의 여론에 대해 다음과 같은 반론을 워싱턴 포스트에 게재했다. 즉 인간의 활동에 기후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결코 새삼스러운 것이 없고, 미국이 교토 의정서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교토 의정서에 서명한 대부분의 국가들도 의정서의 기준을 지키지 못했고, 인도와 중국 같은 거대한 개도국은 교토 의정서를 적용 받지 않기 때문에 교토 의정서는 이미 실패한 조약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제 모든 나라에 적용되는 탄소세(carbon tax) 같은 새로운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 과학인가, 정치인가

미국 기업연구소, 케이토 연구소, 헤리티지 재단 등 보수성향의 미국의 싱크 탱크는 IPCC가 정치적인 과학자들에 의해 좌우되어 왔다고 비난해 왔다. 사실 IPCC는 수전 솔로먼(Susan Soloman), 로버트 왓슨(Robert Watson), 리차드 모스(Richard Moss) 등 유력한 기후학자들이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유엔의 연구비를 배정하는 등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해 조심스러운, 또는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는 학자들도 상당히 많다. 이러한 성향의 학자로 잘 알려진 사람은 프레드 싱어(S. Fred Singer), 패트릭 마이클스(Patrick Michaels) 등이 있다. IPCC에 대한 이들의 비판적 견해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이들은 IPCC의 기후학자들을 ‘공연히 겁주는 자(alarmists)’라고 불렀다. 반면 언론은 프레드 싱거 같은 학자를 ‘회의론자(skeptics)’라고 불렀다.
이제 싸움은 누가 보다 많은 기후학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느냐 하는 문제로 발전하고 말았다. 게임이 IPCC 학자 대(對) 프레드 싱거와 패트릭 마이클스를 넘어서 보통 학자들로 번져버린 것이다. 그러자 IPCC에 비판적인 기후학자들을 몰아세우는 여론이 조성되었다.
IPCC를 지지하는 엘렌 굿맨(Ellen Goodman)은 온난화를 부인하는 것은 나치에 의한 유태인 학살을 부인하는 것과 같다고 했고, 앨 고어는 미디어가 기후변화에 회의적인 학자들의 견해를 인용하지 말 것을 주장했다. 그러자 오리건 주와 델러웨어 주의 민주당 정치인들은 기후변화에 대해 비판적 언급을 해온 그 주 정부의 기후관(State Climatologist)인 조지 테일러(George Taylor)와 데이비드 리게이트(David Ligate)를 해고하라고 오리건 및 델러웨어 주 정부에 압력을 가했다.
이런 분위기가 많은 기후학자에게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당수 기후학자들은 자기들이 ‘회의론자’로 비추어지는 데 부담을 느끼고, 그런 학술 모임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마저 생겨난 것이다.

5. 가디언지(誌)와 미국 기업연구소 간의 공방

이런 대립은 영국의 진보적 신문인 가디언(Guardian)과 미국 기업연구소 간의 공방전으로 발전했다. 영국의 좌파 미디어의 대표격인 가디언은 2월2일자 기사를 통해 미국 기업연구소가 IPCC의 보고서를 깎아 내리기 위해서 학자들에게 1만 달러씩 뇌물을 공여했다고 비난하는 기사를 내 보냈다. 그러면서 가디언 지는 미국 기업연구소가 엑슨-모빌로부터 160만 달러를 지원받았고, 엑슨-모빌의 부사장을 지낸 리 레이몬드가 미국 기업연구소의 부이사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텍사스 A&M 대학교의 스티브 쉬레더(Steve Schroeder) 교수가 미국 기업연구소의 1 만달러 뇌물을 거부했다고 했다. 가디언은 “미국 기업연구소는 조지 부시의 코사 노스트라(마피아 조직의 공식 명칭)”이라고 지칭한 그린피스의 성명을 인용했다.
이에 대해 미국 기업연구소 측은 학자들에 대해 상당한 분량의 페이퍼를 발표하고 세미나에 참석하는 대가로 1만 달러의 보수를 지급하는 것은 통상적 관례라고 반박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가디언 지가 사실을 왜곡하고 센세이션화(化) 하는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6. 논쟁이 없는 우리나라

우리나라에선 미국에서와 같은 기후변화 논쟁을 찾아 볼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에 대해 하는 이야기를 보면 IPCC는 오직 진실만을 이야기하는, 전지전능(全知全能)한 존재로 보인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은, 기후협약에 대응하되 우리나라의 경제와 산업에는 영향이 없어야 한다는 정도의 초등학생 작문 같은 이야기이다.
IPCC의 판단에 반대하면 반(反)환경적 인사가 되는 것 같으니 대충 동조하면서, 그렇다고 무조건 온실가스를 줄여야한다고 주장할 수도 없으니까 경제와 산업에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말이야말로 실속 없는 ‘쭉정이’ 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4대강 '토론'을 하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