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천주교 신자들에게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작성일 : 2010-06-16 16:45조회 : 2,214

“천주교 신자들에게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이상돈 (2010년 6월 16일)

지난 14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 성당에서 ‘4대강 사업 중단과 팔당 유기농지 보존 촉구를 위한 생명평화미사’가 성대하게 봉헌됐다.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와 최덕기 주교(전 수원교구장), 그리고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가 미사를 집전했으며 신부와 수녀 300여명, 일반 신자가 700여명 참석했다.

강론은 이용훈 주교가 하셨는데, “정부가 6-2 지방선거에 나타난 민의를 무시하고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4대강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정부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강우일 주교는 “주교단 자체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에도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4대강 사업이 중단되어야 한다는데 의견일치를 보았으며”, “천주교 신자들도 4대강 사업을 막고 아름다운 강산을 지키자는 데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하셨다. 또한 강 주교는 “주교의 뜻이 교회의 가르침임”을 분명히 강조하셨다.

미사가 끝난 후 사제와 신자들은 두물머리 유기농 단지까지 도보 순례를 했다. 강우일 주교와 최덕기 주교는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는 성경 구절을 쓴 플래카드를 앞세운 순례단을 앞에서 이끌었다. 천주교 주교단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면서 시위에 나선 격이었다.

강우일 주교가 “천주교 신자들에게 4대강 사업을 막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하신 부분은 천주교 신자이면서도 4대강 사업을 적극 지지하고 있는 경기도 김문수 지사와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김문수 지사는 지난 2008년에 팔당에 세계 유기농 대회를 유치하기로 한 것을 업적으로 자랑하고 있다가 4대강 사업이 진행되니까 별안간 태도를 바꾸어 팔당 유기농지를 자전거 도로와 야외 위락장으로 바꾸는데 앞장섰다.

천주교 신자는 영성체와 고해라는 독특한 의식을 한다. 그것은 천주교 신자의 의무이자 권리이기도 하다. 교회법은 천주교 사제가 교회의 가르침을 공개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위반하는 신자에게 영성체 의식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다. 유명한 사례는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민주당 후보였던 존 케리 상원의원의 경우다. 존 케리는 천주교 신자임에도 첫 번째 부인과 이혼했을 뿐더러, 교회의 공식입장인 낙태 금지와 다른 정치적 입장을 공공연하게 피력해서 물의를 일으켰는데, 결국 교구에서 그에게 영성체를 거부하는 사태로 발전하고 말았다. 그런 탓에 2004년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에 존 케리는 개신교회에 나가서 재의 의식을 하여야 했다.

강우일 주교의 언급은 김문수 지사의 계속되는 4대강 지지 행보에 대한 강한 경고로 해석되며, 향후의 상황 발전이 주목된다.

(c) 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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