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데일리안 기사> 이상돈-전원책 대담 (2008 2 27)

작성일 : 2008-03-06 00:54조회 : 2,211

보수논객 2인의 ´이명박정부 엿보기´

<대담>원조라이트 이상돈 교수-전원책 변호사의 뒷 담화

"이념대신 실용 강조한 취임사 유감…인사 검증 아마추어적"

<2008-02-27 17:40:01 데일리안>

대통령 취임식이 열렸던 25일 오후. 소복한 눈이 내리는 서초동의 한 사무실에서 이곳 주인인 전원책 변호사(53)와 이상돈 중앙대 교수(57)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짧게는 노무현 정권 5년, 길게는 김대중 정권까지 약 10여 년 동안 ‘펜’과 ‘입’으로 해당 정권에 대항하고 비판해왔던 이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보수진영의 대표 논객들. 상황이 지금과 같지 않았던 노무현 정권 초기엔 보수적 주장을 하다 각종 사회적 몰매를 얻어맞기도 했었던 이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대선 당시 우파진영의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 문제로 ‘절망’하다 막판에 깨끗하고 강경한 보수를 주창하고 출마한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었다. 유석춘 연세대 교수를 포함해 이들 세 인사는 흔히 ‘자유선진당 보수논객 3인방’으로 지칭되면서 선진당의 아이콘으로 표현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현재는 선진당에서 한발 짝 멀어져 있는 상태. 이 총재와 당에 대한 포지션도 기존의 절대적 지지에서 비판적 지지로 돌아섰다.

필리핀에 머물고 있는 유 교수를 제외한 나머지 ‘2인방’은 이명박 정부의 공식 출범일인 이날 이렇게 선진당이 아닌 개인 사무실에 모여 새 정부에 대한 각종 우려와 평가들을 쏟아냈다.

10년만의 정권교체라는 역사적 취임식에 대한 이들 ‘보수’의 평가는 하나같이 냉소적이었다. 심지어는 “정권교체가 아닌 정권승계”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인수위의 지난 정책 추진과 새정부 각료 인사에 대해서는 “유치하고 아마추어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이념을 넘어선 실용의 시대로’라는 취임사 대목에 집중, “철학과 국가정체성 정통성에는 관심이 없고 다만 실용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품격이 없는 정권이 탄생하는 게 아닌가 한다”(이상돈), “새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우려를 엄청나게 증폭시키고 있는 대목”(전원책)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전체적인 철학과 눈은 대체적으로 대동소이한 두 논객은 발언 스타일은 정반대. 이 교수는 차분하고 나긋나긋하게 조목조목 설명하는 스타일이라면 전 변호사는 네티즌이 붙여준 ‘전거성’이라는 별명답게 자유분방하고 속사포성 말투가 특징이다.

‘보수논객 2인방’이 바라본 이명박 정부, 또 자유선진당과의 관계에 있어서의 속사정 등을 이날 이들이 나눈 1시간 반여동안의 대화를 통해 각색해봤다. 대화는 발언 순서대로 정리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 어떻게 봤나. 취임사를 중심으로 평가를 한다면.

-전원책 변호사(이하 전)=“취임사 분량이 굉장히 많고 시간도 길었는데 전체의 골간은 실용, 선진화, 통합이었다. ‘이념의 시대 넘어 실용의 시대’를 표방한다고 했는데 이 부분에서 나는 실망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이념을 넘어선 정부는 존재 할 수가 없다.

어떤 정부든 정책의 바탕이 되는 이념이라는 것은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보수정부, 진보정부 이런 말들이 나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실패한 원인이 바로 오만과 독선인데, 새 정부 인수위의 지난 여러 가지 행태를 보면 이명박 정부도 독선에 빠질 우려가 매우 높다고 본다.”

이상돈 교수(이하 이)=“정권교체가 됐다고 하는데 나는 이명박 정부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취임사는 실망감조차 들지 않는다. 나나 전변호사 등 많은 보수 동지들이 희망했던 것은 ‘제대로 된 정권교체’였다. 과거 10년 좌파정권 기간 동안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나라의 품격과 자존심이 큰 상처를 입었다.

집권자들은 국민을 분열시켜서 그것을 정권연장의 도구로 사용을 했고 사립학교법 개악, 집단소송법 제정 등 잘못된 법을 만들어서 자신들의 기반을 넓혔다. 소수 부유층에는 무차별적인 세금을 물려 그것이 마치 대부분의 보통사람을 위한 것인 양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써왔다.

일단 그런 노무현 정권이 심판 받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과거 10년 동안 망가진 정권을 교체한 정부라면 실용 정부라는 말은 하면 안 된다. 이는 과거 10년 동안 잘못된 정부와 싸워왔던 사람들의 자존심을 굉장히 훼손시키는 발언이다. 그런 사고를 갖고 있는 한 새 정부가 순탄히 간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념의 시대 넘어 실용의 시대’라는 새정부의 슬로건이 어떤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는가.

전=“진보, 보수를 가르는 부분이 바로 대북정책이다. 노무현 정부가 한미 FTA를 성사시켰는데도 진보좌파로 분류되는 이유는, 북한 정권을 우리와 대등한 정상국가로 인정했고 김정일을 지원해 평화를 구걸하는 것이 마치 정상적인 통일정책으로 인정받도록 만든 했기 때문이다.

이런 좌파정권이 10년 동안 주창한 것이 바로 ‘이념을 넘어선 평화 추구’였다. 우리는 그간 이 부분을 맹비난해왔는데 이명박 대통령도 오늘 당장 취임사에서 ‘이념을 넘어서겠다’고 했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우려를 엄청나게 증폭시키고 있는 대목이다. 기가 막힐 일이다.

이 대통령은 또 최근 ‘새 정부 출범으로 북한이 긴장할 이유가 없다’고 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북한은 김정일을 지칭하는 것일 것이다. 김정일이 긴장할 필요 없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냐. 정상적인 정권으로 되돌아 왔다면 김정일에게 긴장해야 한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 점에서 실망을 금치 못했다. 이명박 정부가 정권 교체로 탄생된 것이 아니라 정권 승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기에 족한 말들이었다.

이=“과거 10년과 다른 새 정부가 들어선 것이라면 주변국가들, 특히 북한에는 정권의 등장 자체에 대해 분명한 시그널을 주었어야만 했다. 그것이 진정한 정권교체다. 1981년 초 레이건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소련과 폴란드, 헝가리 등 공산국가의 국민들은 뭔가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의 진정한 정권교체는 너무나 멀게만 느껴진다. 초록동색이라는 생각이다. 노무현 정권과 이명박 정권이 다를 바 없어 보인다는 뜻이다. 철학과 국가정체성 정통성에는 관심이 없고 다만 실용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품격이 없는 정권이 탄생하는 게 아닌가 한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노선은 지난 새 정부 인수위원회의 추진정책을 통해 가름할 수 있다. 인수위의 지난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전=“인수위가 내놓은 여러 정책들을 보면 이 정부가 기본적으로 철학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줬다. 영어공교육 정책은 정말 웃기는 얘기였다. 보수 정권이 강조해야 할 교육은 커리큘럼의 정상화다. 즉 우리말과 우리 글, 국사, 철학을 제대로 가르쳐서 제대로 된 한국인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보수정권이 갖고 가야할 교육 방향이다.

인수위원장은 ‘기러기아빠’라는 엉터리 조어로 표현되는 현상이 그저 영어 때문인 줄 알았다. 그가 느닷없이 ‘오렌지가 아니고 오륀지’라는 개그 같은 말을 하고 대통령당선자와 ‘굿모닝’이라고 아침 인사를 태연하게 하는 동안 민심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영어에 넋이 나가도 그렇지 국어와 국사를 영어로 가르치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기본적으로 철학이 없는 것이다. 철학 없는 사람들이 오만 독선에 빠지면 굉장 위험해진다.

그 인수위에서 부동산 정책을 자문한다는 자가 거간꾼이라는 게 밝혀지자 인수위는 이것을 만회하기 위해 수도권의 버스전용차로를 확대해 출근시간을 30분 당겨주겠다고 했다. 승용차, 택시 타는 사람은 시간당 생산성이 굉장히 높은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의 시간을 뺏어서 버스 중앙차로에다 준다는 것은 좌파식 정책이다.

남대문을 불나게 한 원인도 이런 전시행정의 대표적 사례다. 멀쩡한 남대문에 잔디밭을 깔아 개방한 것까지는 좋다. 그렇다면 관리 대책 제대로 세워야 했다. 남대문의 1차적 관리책임은 중구와 서울시에 있다. 2차적 책임은 문화재청에 있다. 그런데도 문화재청장 욕하기 바쁘다. 역대 서울시장과 중구청장이 엎드려 절해야 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국민 성금을 하자고 했으니 국민의 반발을 산 것이다. 이게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과 눈높이를 못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오만과 독선이다.

이것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바로 이명박 후보에 대한 특별검사다. 김경준을 열두 차례나 불러 치도곤을 냈던 특검은 수사 막바지에 한 때 요정이었던 삼청각의 으리으리한 방에서 꼬리곰탕을 먹으면서 당선자를 두 시간 조사했다고 했다. 나는 그것은 조사는 아니었다고 믿는다.

수인사하는 시간, 상 차리고 먹고 치우는 시간, 조사한 시간, 조서를 인쇄하고 검토하고 서명 날인한 시간까지 다 합쳐 두 시간이라면 제대로 된 조사는 한 시간도 하지 않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건 국민을 우습게 알아도 너무 우습게 알았다. 그 삼청각에서의 굴욕을 스스로 감행한 특검이 돌아오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는 데는 그저 할 말을 잊는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 피의자든 피내사자든 간에 검사와 함께 최고급식당에 함께 앉아 만찬을 즐기면서 조사를 받은 전례가 있던가.”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각료인선이 갖가지 논란을 빚고 있다.

이=“정권이 품격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번 각료인선 부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너무나 유치하다. 암에 걸리지 않아 남편이 집사줬다는 것을 말할 정도의 사람을 각료로 선정했다는 것은 희대에 남을 일이다. 한 두건도 아닌 여러 건의 표절 의혹 교수가 장관감이라면 대통령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만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지도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덕성이다. 도덕성이 결여된 정권은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정권이 바뀌었다. 그러나 지금 돌아가고 있는 사정을 보면 똑같은 일이 되풀이 되는 것 같다. 장관으로 임명된 교수들이 표절 시비로 시달리고 있고, 부동산 과다 보유로 구설수에 올라 있다. 재산은 상속받을 수도 있고, 이재에 밝으면 돈을 늘릴 수도 있으니 재산이 많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시비를 걸 수는 없다.

오히려 더 챙겨서 볼 것은 과연 논문다운 논문을 썼고, 책다운 책을 쓴 교수들인가 하는 점이다. 무엇보다 당사자들이 하는 변명 아닌 변명을 듣기가 민망하다. 부부가 교수를 25년 해서 재산이 30억이면 ‘양반’ 축에 든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부부 교수는 모두 100억 대 부자라는 말로 들린다. 교수 25년 해서 재산이 10억이 안 되는 사람은 ‘양반’이 아니라 아예 ‘황제’ 축에 들 판국이다.

자연녹지를 지켜야 할 환경부장관이 절대농지를 불법으로 사 놓은 것이 문제되니까 겨우 하는 말이, 자기가 땅을 사랑해서 그러했단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 자기 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그 많은 토지 규제법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땅을 너무 사랑하고 좋아하기 때문에 만들어 놓은 것이다. 도무지 환경부장관이 무엇하는 자리인지를 알고서 하겠다고 덤비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대운하는 한반도에 대재앙을 불러 올 것’이라고 소신 발언을 한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환경부장관에 비하면, 이명박 정부의 첫 환경부장관은 만인의 웃음거리다. ”

-해양수산부 폐지, 여성부 존치로 요약되는 정부조직 개편 결과를 어떻게 보는가.

전=“일반적으로 작은 정부라는 뜻은 규제를 줄이겠다는 것이지 부처를 줄이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부처조차도 제대로 축소가 안 되고 오히려 대통합부서가 돼 버렸다. 그러니 보건복지가족부라는 것이 탄생한 것이다. 이건 결코 작은 정부와 거리가 먼 것이다.

작은 정부는 부서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각종 규제를 줄이기 위해 해당 부서를 줄여가야 하는 것인데, 그런 측면에서 이번 접근방법은 아주 잘못됐다. 과학기술처와 해양수산부를 없애면서 여성부라는 이상한 조직을 그대로 뒀다. 여성부 존치와 여성 권리 신장문제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여성부의 지난 5년간 업적중 대표적인 것이 성매매특별보호법인데 여성들이 집장촌에서 돈을 벌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여성부는 존치해야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양성평등문제는 어떤 위원회를 두고 그곳에서 조정하고 조율하는 정도의 기능을 두는 것이 적합하다고 본다. 여권은 최근 10년 동안 많이 신장이 됐다. 그 과정에서 급진적 페미니스트도 등장해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는데 이는 여성운동전체를 훼손시키는 것이다.

미국 대학 사회에서도 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극단적 동성애자라는 인식이 돼 좋지 않은 어감을 띄고 있다. 지금까지의 여성부는 남녀평등 문제는 특정한 시각에서 봤다. 즉 항상 모든 사물을 지배와 피지배 문제로 본 것이다. 즉 남성은 지배, 여성은 피지배자라는 것인데, 세상문제 항상 그렇게 볼 수는 없다.”

-지난 정부조직개편 협상이 사실상 여야 간 첫 정치대결이라는 점에서 여러 가지 상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협상과정에서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정치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전=나는 우선 통일부 문제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가 전부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통일부는 박정희 전 대통령 때 통일정책을 만듦과 동시에 통일이후의 소위 북한 주민에 대한 정책을 미리 준비를 시키기 위해선 만든 것이다. 그것이 김대중 정권 때부터 대북지원정책을 주관하는 부서로 바뀌었다.

사실 대북지원을 포함한 대북정책은 통일부가 해서될 문제가 아니다. 통일부는 문자 그대로 통일정책과 통일 이후의 대북한 주민 정책을 준비해야하는 곳이다. 현재 통일부가 맡고 있는 지원정책이나 대북정책은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만들어 국회에 보고를 하면 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아마추어적이라는 것을 또 느낀 것이 통일부와 외교부를 통합하는 부분에서다. 외교수장이 맡고 있는 외교정책과 민족문제인 통일부는 완전히 다른 문제로, 충돌하는 부분이 대단히 많다. 책상 맡에서 생각 없이 몇 명이서 구상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만드는 대목이다.

나는 보건복지부가 거대하니 거기서 장애인 부분을 떼어내 장애인청을 단독적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지자체에 맡겨서 될 문제가 아니다. 최소한 국가전체에서 관리를 해야 할 문제다. 시각 장애인만 해도 그 분포도가 국가전체에서 관리해야 할 규모다. 국가에서 시각장애인학교를 만들어준다든지 해야 한다. 인수위는 이런 것은 생각을 안했던 모양이다.”

이=“이명박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번에 개편된 것은 작은 정부가 아니다. 건설교통부 자체도 굉장히 큰데 해양을 붙여 기형적 내각을 만들었다.

특히 해양부를 없앤 것은 미묘한 상징성이 있다. 해양부는 1992년 대선 때 김영삼 당시의 후보의 대선공약으로, 1995년 당시 시프린스호 유류오염사건으로 발족시키게 된 것이다. 사실 정부에서 단독적으로 해양부라는 각료급이 있는 나라는 많진 않지만 최근 태안 기름유출 같은 큰 사고가 난 상황에서 해양부를 없앤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본다. 반면 존치된 여성부의 존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이다. 그것을 볼 때 이명박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업적을 파기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 것을 계승한 것이라는 상징적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손학규 대표의 정치적 승리가 아닌가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현충원 방명록 맞춤법이 또다시 네티즌들의 도마 위에 올랐는데.

전=“우리말 우리글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사람은 절대로 영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사람들이 이것을 사소한 문제로 보는데, 지난번에 이미 지적받아 도마 위에 올랐으면 신경써야 했다. 국가 대통령의 발언과 글은 나라의 품격문제다. 대통령 정도라면 맞춤법을 제대로 써야하지 않나.”

이=“영어가 문제가 아니라 나라를 이끄는 사람부터 맞춤법을 똑바로 쓰는지 반성해야 한다. 훌륭한 대통령이나 정치가, 이를테면 처칠, 케네디, 레이건 등은 하나같이 대단한 문장가나 역사가였다. 오늘날 한국의 정치인들은 한참 못 미친다.”

-박미석 수석의 ‘논문 표절 의혹’도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제자 논문을 표절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 교수는 학교를 그만둬야 한다. 학교에서 이 교수를 제거하지 않으면 그 학교 전체가 욕먹는 것이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 주변의 문제이기도 하니 문제가 확인되면 서둘러 조치를 해야 한다.”

전=“어휴. 자존심 상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우리는 칼럼을 하나 쓰더라도 혹시 남이 쓴 표현이 있나 싶어 신경이 쓰이는데 말이다.”

-두 분과 유석춘 교수는 이른바 자유선진당 보수논객 3인방으로 지칭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당 입당을 유보하고 있는데….

전=“비판세력으로 남는 것과 현실정치에 들어가는 문제는 굉장히 고민해야 할 문제다. 지금 현실정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보수의 개념과 조금 다른 것 같다. 이회창 총재도 나름대로 고민과 애로점이 많을 것이다.

다만 섭섭한 것은 당의 구성원이 보수와 동떨어진 사람이 몇몇 보인다는 것이다. 또 당의 구성원들이 보수이념에 충실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보수, 또 한나라당과의 차별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질문이 던져졌을 때 거기에 대해 명확한 자기 나름의 판단을 갖고 자신있게 보수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분이 과연 선진당에 몇 사람이나 있을까 싶다. 이에 대해 우리는 반성과 회의감을 갖는다.”

이=“전 변호사는 지난 대선 당시 대중 앞에 나서서 이회창 후보 출마의 당위성을 정당화시키는 등 많은 기여를 했다. 나 역시 미력이나마 도움을 보탰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그때처럼 선진당의 모습을 정당화 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다. 우리가 그동안 위장보수, 부패보수, 가치와 정신이 없는 보수라고 수없이 비판했던 정치인들이 지금 선진당에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전=“이 총재께서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대선에 출마했을 때는 분명히 명분이 있었다. 다만 창당과정을 통해서 출마이후로 순수·정통·미래 보수의 색깔이 탈색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선진당이 우리가 바라는 순수·정통·미래 보수의 모습이 잡힌다고 해서 당장 큰 보수정당이 되진 않을 것이다. 이 총재로서도 현실정치를 감안할 때 피치 못할 사정도 있을 터이다. 다만 그렇게 가다보니 그동안 보수를 주창해온 순수보수들이 소외가 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여기에 대해 좀 섭섭한 점은 있다.”

이=작년 남대문 단암빌딩에서 출범식을 할 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선거캠프 내외에서 일을 했다.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헌신적으로 일했던 상당수의 사람들이 두어달 동안의 선진당 창당 과정에서 사람들이 떠나버렸다. 왜 이렇게 됐는지에 대한 원인들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선진당이나 이회창 총재에 주문하고 싶은 것은.

이=“나는 총재께 지난 대선 당시 출마의 변을 지키라고 늘 말한다.”

전=“사람숫자가 적더라도 이념적 무장이 돼 있으면 강한 결사체가 된다. 그런 점에서 선진당은 강한 결사체는 아니다. 한나라당처럼 비대한 공룡처럼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다면 왼쪽으로 가든 오른쪽으로 가든 그 당은 무너지진 않는데, 선진당같이 작은 정당이 이념적으로 흔들려버리면 쉽게 무너진다.

이 총재께서는 우리 ‘보수3인방’보다 더 후진 엘리트들을 많이 받아들여 전문가 학자 법조인 등의 신진 보수 인사들을 영입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젊고 신선한 모습의 정당이 돼야 한다. 우리는 젊은 신선한 새로운 보수세력을 당에 접목시킬 수 있는 하나의 교량역할은 할 수 있다.”

이=“한나라당 공천심사에서 지난날 우파 운동을 했던 인사들이 줄줄이 탈락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모양이다. 과거 수년 간 노무현 정부에 대항해 글이나 운동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수단으로 싸웠던 사람들이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내각을 위시한 정부 구성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선진당이 기회를 갖고 있는데 그런 것을 포착 못한 게 아쉽다. 아예 충청당이 되어 버린 형상이니, 우파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설 땅이 아예 없다.”

-선진당에서 두 분에게 지역구 출마를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출마 계획은 없는가.

전=“이 교수님은 출마하실 것이다. 동작을 지역구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이 교수님이 손사래를 쳐도 그렇게 써 달라. 보수 3인방 중 한명이라도 의회에 나가셔야 할 것 같다.”

이=“당으로부터 출마를 권유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럴 생각이 없다. 곧 개강이다. 학교로 돌아갈 것이다.”

전=“서울지역에 출마하라는 것은 사망하라는 얘기다. 그러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당이 순수정통미래보수로 뭉친다면 일선에서 장렬하게 전투를 하다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명분이 없다. 선진당에서 비례대표를 받거나 안정적인 충청지역구에 배정된 인사들이 보수인사들이라면 나는 지역구에 나가 이 한 몸 장렬히 전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명분 없이 전투에 나가 죽는다는 것은 전혀 동기가 생기지 않는 일이다. 당이 이 교수님을 충남이나 전국구에 배정한다면 나는 종로든 마포든 나가서 싸울 수 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은 왜 선진당을 떠나지 않느냐고 하는데, 책무나 책임의식 때문에 이렇게 떠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오늘처럼 ‘이념을 넘어선 실용’이라고 한다면 더욱더 떠날 수가 없다. 가슴속의 분노, 비판의식이 스물 스물 기어 나온다. 정직하게 말하면 우리가 무력한 것이다.”

이=“노력안한 건 아니지만 한계와 벽이 높았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은.

전=“사실 우리 헌법정신에 충실한 유일한 통일방법은 바로 흡수통일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주의 아래서 헌법상 한반도가 우리 영토로 돼 있으니 흡수통일 밖에 더 있는가. 그러나 이 말은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사라졌다. 지금 이 얘기를 하면 미친놈 소리를 듣는데 이것이 바로 지난 10년의 성과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10년이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다’며 차기 정부는 이념을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대북정책의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는 인수위 자문위원과 간사의 입으로 인해 벌써부터 세간에 돌았지만 그래도 한 가닥 기대를 걸었던 보수 세력들은 이명박 정부가 정권 교체로 탄생된 것이 아니라 정권 승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기에 족한 말들이었다.

그 대선이 끝나고 두 달 동안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아직 구관이 명관이라는 한탄까지 나오진 않았지만 나는 그 말이 곧 나올 것이라는 걸 안다. 아무 치적도 없다는 노무현 정권에 대해,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소외층에 대한 복지를 넓히고 정경유착을 끊었다는 칭송은 머지않아 나올 것이다. 아, 그때가 마음 편했구나 하는 탄식들이 사람들의 입에서 나올 때쯤 한국 보수는 무너져 다시는 빠져나올 수 없는 허방에 빠질지 모른다. 나는 그것이 두렵다.“

이=“지난 10년 간 좌파 정권이 국정을 농단할 때 가장 꼴 보기 싫었던 것은 그들이 마치 선민(選民)인 척 하는 것이었다. ‘민주화 운동’인지 뭔지를 했기 때문에 그들은 모든 면에서 특혜를 받아야 하고, 윤리적 법적 기준에서 면제되어야 한다는 식의 사고가 팽배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낫 놓고 기역자 모르는 인간들이 격에 어울리지 않는 감투를 쓰고 정의가 어떻고 평화가 어떻고 하면서 나라의 품격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것이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지금 돌아가고 있는 일련의 사정을 보면 똑같은 일이 되풀이 되는 것 같다. 이런 사정을 보면 과거 좌파 운동권이 갖고 있었던 특권의식 정서가 이명박 권부 내에 팽배해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간단한 진리를 어긴 탓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른다. 윤리 기준은 좌우와 상하를 구별하지 않는데 말이다.”

(윤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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