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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로버트 리와 스톤월 잭슨. '트레블러'와 '리틀 소렐'
작성일 : 2010-12-28 00:21조회 : 4,324
로버트 리와 스톤월 잭슨, ‘트레블러’와 ‘리틀 소렐’
이상돈 (2010년 12월 28일)
남북전쟁 당시 링컨 대통령은 북군(Union Army)의 지휘관을 빈번히 바꾸었다. 반면 남군(Confederacy Army)는 로버트 리 장군이 초기부터 패배의 순간까지 지휘를 했다. 때문에 남부 대통령을 지낸 제퍼슨 데이비스 보다 로버트 리가 남부를 대표했다고 할 만하다.
로버트 리
버지니아의 명문 가문에서 태어나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로버트 리(Robert E. Lee)는 공병을 전공했다. 미국-멕시코 전쟁에 참전해서 전공을 세워 유명해진 그는 육사교장을 지내고 존스턴 장군 휘하의 기병여단에서 부여단장으로 근무했다. 부친이 사망하자 휴직을 하고 부친이 남긴 농장을 돌보기 위해 고향 버지니아 렉싱턴으로 돌아왔다.
로버트 리는 버지니아가 연방에서 탈퇴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링컨이 북군의 지휘를 부탁했을 때엔 자기가 버지니아 출신이라면서 사양했다. 전쟁이 발발하고 남군 지휘관이던 존스턴 장군이 전사하자 그는 남군의 지휘를 맡게 됐다. 그는 북부 버지니아군(The Northern Virginia Army)을 직접 지휘했다. 전쟁 초기에 남군이 승리했지만 메릴랜드의 안티탬 전투에서 실패하고 나중에 있는 펜실베이니아의 게티스버그 전투에서 패배해서, 결국은 서부 버지니아에서 북군에 포위되어 항복했다. 전쟁 후 그는 버지니아 렉싱턴으로 돌아와서 워싱턴 대학(Washington College)의 총장이 되어 피폐해진 대학을 다시 일으키다가 1870년 10월에 63세로 사망했다. 그가 사망한 후 워싱턴 대학은 워싱턴 앤드 리 대학(Washington and Lee University)으로 명칭을 바꾸었고, 대학 구내에 세운 리 채플(Lee Chaple)에 그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스톤월 잭슨
남북전쟁 당시 남군의 야전 지휘관으로는 토머스(스톤월) 잭슨(Thomas 'Stonewall' Jackson)이 가장 유명하다. 웨스트포인트를 나와서 미국-멕시코 전쟁에 참전한 그는 1851년에 버지니아 렉싱턴에 자리 잡은 버지니아 군사학교(Virginia Military Institute)의 교수가 되어 포병학과 자연과학을 가르쳤다. 그의 자연과학 강의는 인기가 없었다고 하는데, 1853년에 워싱턴 대학 총장의 딸과 결혼했다. 그의 아내는 첫 아이를 사산하던 중 사망했다. 잭슨은 1857년에 노스캐롤라이나의 데이비즌 대학 창설자의 딸 매리 애나와 두 번째로 결혼했다. 둘 사이에 태어난 첫 딸은 한 달 만에 죽었고, 둘째 딸이 전쟁 중인 1862년에 태어났다.
잭슨은 1859년에 렉싱턴에 아담한 집을 사서 부인과 단란하게 살고 있었는데, 전쟁이 일어나자 조국 버지니아의 부름을 받아 로버트 리 휘하에서 대령으로 참전했다. 그는 워싱턴 근교에서 벌어진 1차 매나사 전투(1861년 7월 21일)를 승리로 이끌어서 명성을 얻었는데, 그 때 ‘스톤월’(바위벽)이란 별칭을 얻었고 소장으로 진급했다. 스톤월 잭슨은 2차 매나사 전투(1862년 8월 28-30일)도 승리로 이끌었고, 메릴랜드로 북진하는 로버트 리를 따라 전략적 요충지인 하퍼스 페리에 진입한 북군을 기습공격해서 북군 12,500명을 포로로 잡았다.(1862년 9월 12-15일) 하퍼스 페리를 장악한 잭슨의 부대는 메릴랜드 샵스부르그에서 로버트 리 장군의 본대에 합류하여 북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지만 병력에서 우세한 북군에 밀리고 말았는데, 이것이 남북 전쟁 당시 하루 만에 가장 많은 전사상자를 낸 앤티탬 전투다(1862년 9월 17일).
스톤월 잭슨은 그 후에도 버지니아를 침공한 북군을 맞아서 프레데릭스부르그 전투(1862년 12월 11-15일)에서 챈슬러빌 전투(1863년 4월 30일-5월 6일)에 이르는 북부 버지니아 밸리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챈슬러빌 전투 중인 5월 2일, 남군인 노스캐롤라이나 부대가 잭슨과 그의 참모를 북군으로 보고 밤중에 사격을 한 일이 일어났는데, 그 때 왼쪽 팔에 두발을 맞는 중상을 입었다. 의사는 그의 왼팔을 절단하고 리치몬드 부근의 농장 가옥으로 옮겼는데, 폐염 증상이 발생해서 5월 10일 39세로 사망했다. 마침 리치몬드에 와 있던 잭슨의 부인이 그 소식을 듣고 어린 딸을 데리고 잭슨이 누워있던 농가로 달려 왔다. 잭슨은 아내와 딸을 보면서 눈을 감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잭슨은 모든 것이 신(神)에 의해 설계된 것으로 받아드렸다고 한다.
잭슨의 사망소식이 전해지자 로버트 리는 “나는 오른 팔을 잃었다. 내 심장 속에서 피가 흐른다”고 애통해 했고, “잭슨의 빈자리를 누가 채울 것인가” 하고 한탄했다. (잭슨의 빈자리는 게티스버그 전투에서 드러났다. 잭슨이 있었더라면 게티스버그 전투의 양상이 바뀌었을 것으로 군사학자들은 본다.) 잭슨의 장례식은 리치먼드에 치러졌고, 버지니아 사람들은 그의 이른 죽음을 애도했다. 잭슨의 유해는 고향 렉싱턴 묘지에 묻혔고, 로버트 리는 잭슨의 묘지를 자주 찾았다. 잭슨을 기리는 동상은 그가 교수를 지냈던 버지니아 군사학교, 리치먼드의 버지니아 주 의사당 정원 등 여러 곳에 있다.
로버트 리의 ‘트레블러’
로버트 리는 전쟁 중 새들브레드 종자인 흰색 말 ‘트레블러’(Traveller)를 타고 다녔다. 1857년에 태어난 트레블러는 1862년부터 로버트 리의 소유가 되어 전쟁 기간 로버트 리를 태우고 다녔다. 푸른 색 군복을 입은 로버트 리가 백말을 탄 모습을 매우 인상적이어서 남군 자체를 상징했다. 전쟁이 끝나자 트레블러도 렉싱턴으로 돌아 왔고, 1870년에 로버트 리가 사망한 후에도 대학 구내에서 살다가 그 이듬해 녹슨 못을 밟아서 파상풍에 걸려 14세 나이로 죽었다. 트레블러의 유해는 대학 구내의 숲속에 묻혔으나 몇 년 후 발굴되어 뼈를 맞추어 조립되어 대학 박물관에 오랫동안 전시되었다. 1971년에 트레블러의 유골은 이중으로 밀봉되어 로버트 리가 안치된 리 채플 정문 앞 정원에 안장되었다.
스톤월 잭슨의 ‘리틀 소렐’
남북 전쟁 발발 당시 스톤월 잭슨은 자신의 말을 갖고 있지 않았다. 당시 하퍼스 페리를 경비하고 있던 잭슨은 북군 군수 열차를 습격해서 물자를 압수하는 수확을 올렸다. 그 열차에는 북군 기병대에 공급할 말을 태운 차량이 있었다. 잭슨은 남부 정부에 돈을 주고 그 중 소렐 종자 두 마리를 샀다. 전쟁이 그리 오래 걸리고 참혹할 줄은 생각하지 못한 그는 두 마리 중 큰 말은 자기가 타고 작은 말은 아내에게 주려고 했다. 그런데, 큰 말 ‘빅 소렐’은 다루기가 쉽지 않았는데 작은 말 ‘리틀 소렐’(Little Sorrel)은 온순하고 인내력이 좋았다. 잭슨은 큰 말은 종군 목사에게 주고 자기는 ‘리틀 소렐’을 타기로 했다.
로버트 리의 트레블러는 위엄이 있어 보였지만 리틀 소렐은 그저 평범한 말이었다. 그러나 리틀 소렐은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버지니아의 험한 숲속을 잘 다녔고 치열한 전투 중에도 놀라지 않았다. 잭슨은 매나사 전투부터 그가 참여한 모든 전투를 리틀 소렐과 함께 했고, 챈슬러빌에서 중상을 입을 때에도 리틀 소렐을 타고 있었다.
잭슨이 사망한 후 리틀 소렐은 잭슨의 부인에게 보내졌다. 전쟁이 끝난 후 잭슨의 부인 매리 애나는 딸 줄리아와 함께 자기 친정인 노스캐롤라이나 주 링컨 카운티로 돌아와서 여생을 보냈다. 매리 애나는 재혼하지 않고 남편에 관한 회고록을 남겼는데, 그녀는 1915년에 사망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대농장에서 살게 된 리틀 소렐은 그 농장에서 말썽꾸러기로 소문이 났다. 총명한 리틀 소렐은 마구간 잠금 장치를 입으로 열고 다른 말들을 몰고 농장 밖 초원을 달리다가 다시 돌아오곤 했다. 1870년대 말에 리틀 소렐은 버지니아 군사학교로 돌아와서 학교 내에서 살았다. 1880년에는 리치먼드에 열린 박람회에 참가해서 인기를 끌었다. 리틀 소렐은 1886년 3월 16일에 리치먼드에서 35세 나이로 죽었고, 유해는 박제로 만들어져서 버지니아 군사학교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스톤월 잭슨의 동상을 보면 타고 있는 말이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제의 리틀 소렐은 아담하고 귀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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