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완으로 끝난 참혹한 기록 (시사인)

작성일 : 2010-12-31 15:05조회 : 3,560

<시사인> 172호 2011년 1월 1일자 부록 <2010 행복한 책꽂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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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으로 끝난 참혹한 기록

* ‘6 · 25 한국전쟁사’ 전6권 (김행자 지음, 2010년 2월, 에세이 퍼블리싱)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60년에 되는 해였다. 수필가 고 김행자씨의 유작인 이 여섯 권짜리 책은 한국전쟁 60주년을 대표할 만한 저작이다. 만학으로 국문학을 공부하고 수필가로 등단한 저자는 전국에 세워있는 한국전쟁 기념탑에 얽힌 이야기를 엮어서 책으로 낸 적이 있다. 풍요 속에서 60년 전 일어났던 처절한 전쟁의 참상이 망각되고 있음을 안타까워하던 저자는 공식적인 전쟁사 기록과 자신이 직접 만난 참전용사들의 진술을 토대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한국전쟁사를 만들어 보고자 했다. 환갑을 훌쩍 넘긴 여성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일이었는지, 저자는 작업 도중 컴퓨터 앞에서 잠을 자듯이 쓰러져 홀연히 세상을 뜨고 말았다.

이 같은 안타까운 사정을 뒤로하고 나온 ‘6 25 한국전쟁사’는 비록 미완이지만 한국전쟁의 전체적 흐름과 참혹했던 전쟁의 실상을 이해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책의 1-2권은 ‘동부전선’, 3-4권은 ‘서부전선’, 5권은 ‘중부전선’, 그리고 6권은 ‘백마고지 전투와 장사동 상륙작전’에 관한 것이다.

1-2권은 동부전선을 지키던 국군 8사단의 이야기로 전쟁발발과 후퇴, 보현산 전투와 영천대첩. 지리산 공비토벌 등을 그리고 있다. 3-4권은 개성 등 서부전선을 지키던 국군 1사단이 초기에 겪은 참혹한 패배와 후퇴, 낙동강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전투, 그리고 북진과 중공군 개입으로 인한 후퇴에 관한 것이다. 5권은 연천 포천 의정부를 지키던 국군 7사단이 서울을 적군에 내어주는 눈물의 패퇴 과정을, 6권은 휴전협상 도중에 한 치의 땅을 더 확보하기 위해 국군 9사단이 벌인 백마고지 전투와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학도병 부대가 경북 영덕군에서 벌인 양동작전인 장사동 상륙작전을 그리고 있다.

저자가 작품을 완성했다면 더 훌륭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전쟁이 임박했다는 첩보를 묵살한 채 적의 능력도 잘 모르고 사수만을 외쳐서 개전 초기에 훈련된 병력을 모두 상실하고, 임관을 앞둔 사관생도를 사병으로 동원해서 무의미하게 죽게 한 전쟁 초기의 우리 정부와 군 최고지휘관들의 무지와 안이함은 지금의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상돈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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