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종편' 전성시대라고요 ? (뮤인 2월호)

작성일 : 2011-01-22 10:45조회 : 3,251

월간 <뮤인> 2011년 2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c) 월간 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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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틱>

‘종편’ 전성시대라고요?

이상돈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현재 미국의 뉴스 채널은 보수 성향의 ‘폭스 뉴스’와 진보 성향의 ‘MSNBC’가 시청률 1,2위를 다투고 있다. 전통의 공중파 네트워크를 물리치고 케이블 출신의 이들이 시청자를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방송통신위원회가 새로운 종편 사업자를 선정한 것과 관련,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기존의 공중파 4개 채널에 신규 종편 4개 채널, 보도 전문 2개 채널이 더해져 내년 말부터는 10개의 채널에서 저녁 뉴스를 내보낼 판국이다. 땅덩어리가 넓어 뉴스거리도 많고 세계의 뉴스를 함께 만들어 내보내는 미국도 뉴스는 3개의 공중파와 3개의 케이블 채널인 것에 비하면 많아도 너무 많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폭스 뉴스로, 보수 방송의 대표격이다. 우리에게는 아직 ‘보수 방송’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다. 원래 언론은 ‘진보적’인 것이 정상이다. 언론에 대해 기대하는 것이 사실 보도와 사회 감시이고, 정부와 대기업에 대한 견제니까. 하지만 ‘보수 언론은 안 된다’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언론의 공정성이란 것은 사실보도에 관한 것이지 오피니언을 두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미디어의 오피니언은 보수일 수도 있고 진보일 수도 있다. 문제는 사실 보도를 제대로 하느냐, 바로 그것이다.

유럽과 달리 사기업이 방송을 해온 미국은 애초에 CBS와 NBC라는 TV 네트워크가 있었다. 이들과 함께 미국의 3대 공중파 네트워크 체제 중 하나인 ABC는 1940년대 초, 두 개의 네트워크를 갖는 것이 독점금지법에 위반된다는 법원 판결로 NBC가 매각한 결과물이다. 세 네트워크는 저녁 뉴스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1970년대 말까지는 월터 크롱카이트가 진행하는 CBS가 선두를 점했다. 이러한 판도가 바뀐 것은 케이블 TV가 보급되면서부터다. 테드 터너가 24시간 뉴스를 진행하는 CNN이 1980년에 등장, 큰 성공을 거두었고 호주 출신의 루퍼트 머독은 거의 같은 시기에 복합 미디어 회사를 창설했다. 이후 20세기 폭스사를 인수한 머독은 미국에 제4의 네트워크라 불리는 폭스 TV를 구축하는데 성공한다. 폭스 채널의 성공은 쉽지 않았다. 초기에는 <심슨 가족>이라는 만화 시리즈를 등장시켰고, 1990년대에는 <베벌리 힐스 90210>, <멜로즈 플레이스>, <X 파일> 등을 만들어내 젊은층 사이에서 히트를 쳤다. 당시에는 뉴스 채널도 없었으니 초창기에는 철저하게 상업적인 프로그램들로 승부를 낸 셈이다. 케이블 채널인 ‘폭스 뉴스’가 등장한 것은 1996년이다.

‘폭스 뉴스’는 처음부터 보수 성향을 드러냈다. 기존의 TV 뉴스가 진보 성향 위주라는 시장상황을 보고 ‘보수 방송’이라는 블루 오션을 찾아내 성공시킨 것이다. 공화당 정치인과 보수 논객들을 자주 등장시켜 진보성향의 뉴스를 등지던 시청자들을 끌어들였고, 제작비가 적게 드는 대담과 토론 프로를 주력으로 배치해 충성도가 높은 시청자를 확보했다. 빌 오라일리가 진행하는 <오 라일리 팩터>는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최고 인기프로로 롱런하고 있는데, CNN의 <래리 킹 라이브>를 누르고 시사대담 프로에선 부동의 1위를 굳히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뉴스 채널에서 시청률 1위가 폭스 채널이라면, 2위는 최근 CNN을 제친 MSNBC이 있다. 1996년, NBC가 마이크로소프트사와 함께 발족시킨 케이블 뉴스 채널이다. 초창기에는 시청률이 저조해 존재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말들이 많았으나 2003년에 시작한 키스 올버맨의 시사프로가 히트를 치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올버맨은 공공연하게 진보 성향을 드러내며 친(親)민주당을 천명, 폭스 뉴스와는 반대되는 성향의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승승가도를 달리는 두 방송사의 뉴스 프로그램을 보면, 시청자들이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것보다 관계자나 전문가가 등장해 진행자와 토론하는 방식을 더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24시간 뉴스를 전달하는 CNN이나 BBC의 경우는 15분 이상 시청자의 관심을 붙들어놓기 힘들지만, 폭스 뉴스의 빌 오라일리와 MSNBC의 키스 올버맨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경우는 토론을 통해 장시간 시청자를 붙들고 있다.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해 혹은 존재 가치가 있는 채널로 남기 위해서는 방송사가 추구하는 명확한 철학과 이를 끌어갈 뚝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보수’가 담론을 펼 정도로 당당하지도 못한 우리나라에서 ‘보수 종편’이 과연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
* 에디터 : 김만나
(c) 월간 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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