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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상돈-김호기 대담 3 : 오세훈 시장(경향)
작성일 : 2011-03-09 12:55조회 : 3,274
경향신문 3월 7일자 기사입니다.
[이상돈·김호기의 대화](3)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다
- 이상돈 “무상급식 싸움은 너무 소모적”
- 오세훈 “국가운명 달린 문제, 타협 못해”
- 김호기 “강경 벗고 합리적 보수 됐으면”
물가와 4대강 사업 문제를 짚은 이상돈 교수(중앙대·법학)와 김호기 교수(연세대·사회학)의 세번째 <대화>는 지난 4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났다. 오 시장은 합리적 보수·진보의 길을 걸어온 두 교수가 찾은 첫번째 ‘정치인’이다. 두 교수는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면서 무상급식 반대의 선봉에 서 있는 오 시장의 속내와 논리, 상황 진단을 궁금해 했다.
서울시장 집무실에서 진행된 <대화>는 실제 ‘대화’보다는 ‘토론’의 양상을 띠었다. 오 시장은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무상급식과 무상복지의 문제점을 성토했다. 이 교수는 “소모적 논쟁”이라고 지적했고, 김 교수는 ‘강경 보수’로 변한 오 시장의 태도를 우려했다. 오 시장은 “한번 가슴에 손을 얹고 과연 어떤 방향이 바람직한 미래 설계인지 경향신문 독자에게 묻고 싶다”고 밝혔다. 중간중간 날카로운 신경전이 오갔던 세번째 <대화>의 무대는 서울시, 초점은 무상급식과 복지였다.
이상돈 교수(이하 이상돈) = 1기와 2기 시정이 판이하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회의 압도적 다수가 민주당으로 넘어갔고, 대부분 구청장 역시 야당에 넘어갔다. 서울시장 선거도 야권에서 더 많은 표를 얻었고, 야권분열로 오 시장이 당선됐다고 본다. 민심은 1기의 방향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오세훈 시장(이하 오세훈) = 그런 점에서 민심을 존중해 소통을 강조하면서 취임했다. 그러나 아무리 소통과 대화를 선행시킨다고 하더라도 양보할 수 없는 선이 있다. 시의회와의 대화에서 느끼는 것은, 보편적 복지 이야기를 하면서 같은 액수를 소득계층과 무관하게 나눠 준다는 개념을 견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자립을 유도하기 위한 복지로 틀을 새로 짜놓았기 때문에 큰 틀의 복지철학 충돌이 다른 충돌을 가져오는 상황이다.
이상돈 = 단순히 무상급식뿐 아니라 야당에서 제기하는 것은 부채가 오 시장 취임 후에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김호기 교수(이하 김호기) = 지난 지방선거에서 시민들이 압도적으로 시정에 요구한 문제는 일자리 창출이나 주거 문제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서울시민이 떠올리는 것은 디자인 서울, 광화문광장, 한강르네상스 이런 것들이다.
이상돈 = 시장이 일자리를 창출할 책임이 있다고 보는데 나는 반대다. 시장은 경제활동을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일자리는 공적 외의 부분에서 자생적으로 생기는 것이라 본다.
오세훈 = 두 분을 내가 중재하는 답변을 해야되겠다. 부채 문제는 정치적 공세다. 서울시 부채 현황은 예산대비 13% 정도이다. 한강르네상스는 야당이 공격하는 것처럼 한강변에서 시민들이 달리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일이 뒤로 밀리는 투자인지 봄에 한강변에 나와 보면 될 것이다. 디자인 서울도 과거에 없는 정책을 하다보니 매스컴에 등장했을 뿐이지 투자를 많이 한 것은 아니다.
김호기 = 우리 사회가 대면한 가장 큰 문제는 사회양극화이고 이것을 풀 수 있는 두 개의 유력한 정책이 일자리 정책과 사회복지 강화라고 생각한다. 보편적 복지가 필요한 이유는 첫째, 중산층이라고 해서 생활의 위기로부터 예외일 수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둘째, 빈곤층만 대상으로 복지를 하면 비용 대비 효과적이지 않다. 셋째, 보편적 복지는 사전예방적 성격이 두드러진다. 넷째, 못사는 집 아이들에게 낙인을 찍지 않은 사회통합적 효과가 있다.
오세훈 = 이 대목에서 한마디 묻고 싶다. 사회양극화 문제로 넘어가면서 복지 문제를 말하는데 양극화 문제를 보편적 복지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김호기 = 하나가 일자리 창출이고, 다른 하나가 복지 강화라고 말한 것이다.
오세훈 = 오히려 양극화를 해결하려면 선별적 복지가 효과적이다. 요즘 현장에 가서 공공근로자, 노숙인, 차상위 계층과 대화를 많이 한다. 보편적 복지를 하게 되면 그들에게 돌아갈 몫이 반드시 상대적으로 줄게 돼 있다. 현장에 가서 피눈물나는 말을 들어보면 그런 발상은 나올 수 없다.
김호기 = 무상급식 문제의 현안은 주민투표 문제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서울시의 태도나 오 시장 발언을 보면 합리적 중도보수라기보다는 강경보수적인 것으로 비치게 된다. 오 시장이 생각하는 복지는 뭔가.
이상돈 = 무상급식 문제가 이렇게 된 것은 야당이나 오 시장 양쪽이 불필요하게 증폭시켜서 나름대로 존재의식을 표현하기 위해 불필요한 싸움이 된 것 아닌가, 너무 소모적이지 않으냐 그런 생각을 갖는다.
오세훈 = 서울시 복지체계는 똑같은 액수를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나눠 주는 형태가 아니라, 어려운 사람도 노력하도록 만들고 그 사람들을 개조하는 과정에서 투자가 들어가는 복지다. 이렇게 시의 체계를 짜 놓았는데 난데없이 무상급식, 무상복지하자고 하는데 양립될 수 있겠나.
이상돈 = 무상급식도 야당이 더 이상의 무상시리즈를 중단하면 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 말하는 것 들으니깐 너무 큰 원칙이라서 흔들릴 수 없다는 것인가. 그럼 모순이 있는 것 아닌가.
오세훈 = 정치는 주고받는 것이다. 타협은 내가 양보하면 상대편이 양보할 게 있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시의회에서 다 예산을 깎았다. 다른 일을 하고 싶어서 한다면 정치적 타협을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상돈 = 지금은 타협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났다고 보나.
오세훈 = 작년 하반기 시의회와의 그 관계에 대해 설명이 빠져 있다. 대화를 위해 무진 노력했다.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에 가면 다수의 힘을 발휘해 원하는 대로 결론을 냈다. 그래서 전쟁 국면이 시작됐다.
김호기 =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발의에 필요한 유권자는 42만명 정도 되는데 과연 서명을 받을 수 있겠는가 주장하는 시각이 있다. 과연 무상급식 반대 안건이 통과될 것인지 결과도 봐야 한다. 무상급식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시민 다수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봐야 하지 않나. 정치적으로 타협할 가능성은 없는가.
오세훈 = 이미 활시위를 떠났다.
김호기 = 상황이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타협을 이뤄내는 게 정치력 아닌가. 그게 정치의 영역이다.
이상돈 = 과연 서울시장이 여기에 모든 것을 걸어야 될 정도로 큰 이유가 되는가, 그렇게 상징성이 큰가.
오세훈 = 오히려 두 분께 물어보겠다. 무상시리즈로 대변되는 보편적 복지가 국가 미래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국가의 운명이 달렸다고 생각하는데, 동의하지 않나.
김호기 = 무상급식에 대한 오 시장의 문제제기는 정치적 효과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기민했다고 보는 편이다. 문제는 지난해 연말 이후에 오 시장이 보여준 모습이 이제까지의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합리적 보수의 모습보다는 강경 보수의 모습이란 것이다.
이상돈 = 시정 1기 때는 시의회가 같은 한나라당이라서 대화와 타협을 할 필요성도 그다지 느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오 시장 자체가 성격이 바뀌었다고 보고 싶지 않다.
오세훈 = 최근 학부모들과 6번 대화를 했다. 우선순위를 매기면 무상급식은 4순위이다. 그것을 지켜낼 의무가 있다.
김호기 =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서울 구청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주민투표 실시는 구시대의 마지막 발악’이라며 ‘서울시의회 결의를 무시하고 뒤집은 것 자체가 권위주의적 발상’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 그 말을 보고 ‘아, 초조하시구나. 굉장히 인품이 훌륭한 분인데 그런 정도의 강한 표현을 한 것을 보면서 평상심을 잃었구나, 이미 여론이 민주당의 무상시리즈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김호기 =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상당히 크다고 보는 편이다. 국민들은 또다른 비전, 또다른 꿈을 원하는 것 같다. 오 시장이 꿈꾸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오세훈 = ‘국민이 행복한 나라, 세계가 사랑하는 한국’이다. 내적으로 모든 국민의 삶의 질이 올라가 평균 행복 총량이 올라가는 행정을 펴고 싶다. 외적인 평가에 초점을 맞춘다면 많은 나라들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나라다.
이상돈 = 우리나라는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원칙을 갖고 수도권 규제도 많이 해왔다. 국토균형발전, 수도권 규제, 행정수도 건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오세훈 = 서울은 국가평균 성장률을 깎아먹는 수도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 수도권 규제 때문이다. 그동안 균형발전전략은 우리 안의 것을 나누는 균형발전이었다.
이상돈 =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들은 입으로만이라도 국토균형발전을 외쳐야 당선이 됐다. 당선된 다음이면 몰라도 오 시장의 그런 발언이 과연 국민 전체가 받아들일 수 있는지 회의가 든다.
오세훈 = 우리는 통일을 준비해야 되는 나라다. 과연 지금의 경제력으로 갑자기 통일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것을 국민적 공감대로 현실화시킬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편적 복지도, 선택적 복지도 또 국가발전전략도 짜야 된다. 그 점에 대해 한번 가슴에 손을 얹고 과연 어떤 방향이 바람직한 미래설계인지 경향신문 독자에게 묻고 싶다.
김호기 = 바람은 우리 사회가 ‘합리적 보수’ 대 ‘유연한 진보’ 사이에 생산적 경쟁이 이뤄졌으면 하는 것이다. 오 시장은 합리적 보수의 대표적 리더 중 한 사람이다. 앞으로 합리적 보수를 이끌 리더가 될 수 있기를 바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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