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성난 민심'을 확인하다 (시사인)

작성일 : 2011-05-06 16:26조회 : 3,140

<시사인> 2011년 5월 7일자 (제190호)
-에세이-

‘성난 민심’을 확인하다

이상돈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난 4·27 재·보선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조용한 혁명'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한나라당의 아성이던 성남시 분당을의 유권자들은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손을 들어주었고, 보수성향이 강하다고 알려진 강원도 유권자들도 민주당 최문순 전 의원을 당선시켰다. 순천에선 야권 통합 후보가 당선시켰다. 순천에서는 야권 통합 후보가 당선되었고, 기초자치단체 선거에서도 민주당과 민노당이 좋은 결과를 올렸다.

한나라당은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었지만, 한나라당이 승리했다기보다는 유시민의 국민참여당이 패배했다고 보아야 한다. 작년 6·2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재보선 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은 'MB 정권'의 독선과 오만, 그리고 광포함에 대해 분명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한나라당은 재보선이 집권당에 대한 심판이기 때문에 원래 야당에 유리하다고 자위할 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아전인수(我田引水)에 불과하다. 재보선에선 야권 성향인 20-40대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낮아서 한나라당에게 근본적으로 유리함에도 이번 재보선이 야권의 완승으로 끝난 데 주목해야 한다. 분당을 선거의 결과는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참패할 것임을 예고해 의미가 깊다. 분당을에서 보여 준 20-40대의 모습은 1987년 6월에 보았던 '넥타이 부대'의 바로 그것이었다.

선거운동 과정에 불거진 강원도 펜션에서의 '전화홍보' 사건은 근래에 없던 것이었다. 한나라당은 "지지자들의 자원봉사"이며 한나라당이나 엄기영 후보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해을 선거에서는 이재오 특임장관의 불법개입 의혹이 불거졌는데 한나라당은 그것 역시 단순한 '사적 모임'이라면서 반발했다. 자유당 말기에서나 있을 법한 현상이 다시 일어난 것인데, 한나라당의 초라한 변명은 듣기도 민망하다.

재·보선 결과는 집권세력에게 조종(弔鐘)을 크게 울렸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별로 없을 것이다. 4대강 파괴, 미디어법 개정, 언론 탄압, 재정파탄 등 온갖 일을 저질러 온 청와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민심은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반성을 촉구한다"고 에둘러 말하는 것조차 우스운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자신이 말하듯이 '레임덕'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이 정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파멸'과 '심판'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당직자와 최고위원들이 사퇴한다고 한다고 하지만 우리 국민은 이들이 권한도 능력도 없는 청와대의 심부름꾼이라는 것쯤은 잘 안다. 우리 국민은 형님이니 교회니 하는 사적 연고 집단이 정부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도 잘 안다.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북한 인권에 관심이 없는 좌파니 뭐니 하는 정부가 정작 자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고 있음도 우리 국민은 잘 안다. 4대강 정비니 뭐니 하니 하는 것도 황당한 거짓말임을 잘 안다.

4·27 재보선은 'TK 구태(舊態) 정치'의 몰락을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지난 1990년에 있었던 '3당 합당'이란 정계개편은 호남을 인위적으로 고립시켰다. 그런데 작년에 치러진 6·2 지방선거와 4·27 재보선은 TK가 고립되는 정반대 양상을 초래하고 말았다. 이번은 인위적 정계개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선거라는 정치과정을 거쳐서 그렇게 됐다는 사실이 특히 중요하다.

4·27 재·보선이 손학규 대표에게 날개를 달아 주었다면 박근혜 전 대표에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고 하겠다. 한나라당과 TK라는 '현실'에 안주할 것인지, 아니면 그런 구태를 타파하고 명실상부한 '국민 정치인'이 될 것인지는 이제 박 전 대표가 선택할 일이다. 4·27 재보선을 통해 표출된 '성난 민심'은 우리에게 희망이 있음을 알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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