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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상돈-김호기 대화 (13) 역사 교과서 문제 (경향)
작성일 : 2011-05-16 07:41조회 : 3,437
경향신문 2011년 5월 16일
[이상돈·김호기의 대화](13) 한국사 교과서 집필한 주진오 상명대 교수
(정유진 기자)
ㆍ이상돈 교수 “북 인권침해 등 누락, 좌편향”
ㆍ주진오 교수 “정권 입맛 맞추려고 색깔공세”
ㆍ김호기 교수 “우파역사가 한국역사 아니다”
<역사란 무엇인가>의 저자 E H 카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다. 그러나 좌우로 갈라진 우리 사회의 현재는 각자 자신의 이념에 따라 서로 다른 과거와 대화를 나누며 충돌하고 있다.
우파 진영이 한국사 교과서를 겨냥한 ‘색깔 공세’를 재개한 가운데 이상돈 중앙대 교수(법학)와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가 지난 13일 열세번째 ‘대화’의 손님으로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를 만났다. 우파의 공세에 맞서 한국사 검정교과서 집필자 전원이 참여한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 협의회’를 구성한 주 교수는 “정상적 절차를 거쳐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를 좌편향이라 몰아붙여 논란을 부추기는 것은 검정 방식의 한국사 교과서를 다시 국정으로 바꾸기 위한 의도”라며 “정권의 입맛에 맞춰 교육 내용을 재단하려는 역사교육의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대화를 위해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구입해 미리 읽고 온 이 교수와 김 교수의 평가는 서로 달랐다. 이 교수는 “소련과 북한의 강제 수용소 등 인권침해에 대해선 언급이 없는 등 공산주의 체제에 너그럽고, 한국 기업인의 도전정신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 교수는 “박정희 체제 산업화의 빛과 그늘을 균형 있게 담아내는 등 좌우 이념을 넘어 현대사를 충실히 서술하려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공산주의 체제에 너그럽고 이승만·기업 평가 미흡…
인문학자 시각은 항상 우울” - 이상돈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이하 김호기) = 최근 역사교과서 논란이 다시 뜨겁다. 보수 언론이 역사교과서 좌편향 문제를 제기하자, 일부 학자들이 현대사를 새롭게 해석하겠다며 한국현대사학회를 출범시킨다고 한다. 학회의 주요 인사들은 지난번 교과서포럼에 참여한 학자들이기도 한데, 교과서가 어떻게 만들어지기에 이런 논란이 나오는 것인가.
주진오 상명대 교수(이하 주진오) = 교과서 편찬자 입장에서 볼 때 대단히 부당한 논란이다. 현재 사용되는 교과서는 모두 현 정부가 구성한 검정위원들에 의해 검정을 받았고, 국사편찬위의 내용 감수도 받은 것이다. 검정 기준에 따르면 특정 이론에 편향되는 것은 탈락 사유가 된다. 교과서를 제작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투자되는데 검정에서 탈락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나. 검정 통과를 고려해 최대한 균형 있는 교과서를 쓰기 위해 노력한 것을 생각하면 이런 논란이 더욱 안타깝다. 좌편향된 역사 교과서를 바로잡겠다는 한국현대사학회 구성원 중 일부는 우리 교과서 검정위원이기도 했다. 본인이 검정을 통과시켜 주고선 이제 와서 좌편향이라니 무책임하지 않은가. 불필요한 좌편향 논란으로 인한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가 감당해야 한다. ‘내가, 우리 아이가 지금 배우는 게 좌편향인가?’ 괜한 의심을 하면서 얼마나 불안해하겠는가.
이상돈 중앙대 교수(이하 이상돈) = 교과서에서 해방 이후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를 보니 대부분 근현대사이고 전근대사 내용은 별로 없다.
주진오 = 사실 지금 교과서는 ‘2007 개정교육과정’에 맞춰 집필된 것이다. 2008~2009년 2년 동안 집필하고 2010년 검정을 통과해서 2011년부터 적용됐다. 2007 개정교육과정에 따르면 전근대사는 중학교 때 주로 배우고, 고등학교 1학년은 근현대사 위주로 가게 돼 있다. 특히 세계사와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세계사 속의 한국사’를 가르치자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2007 개정교육과정이 학교 현장에 제대로 도입되기도 전에 2009 개정교육과정으로 바뀌었다. 바뀐 새 교육과정에 맞춰 결국 세계사 부분을 다시 빼고 전근대사 두 단원을 급하게 늘려야 했다. 2년 동안 공들여 만든 교과서의 3분의 1을 한 달 만에 뜯어고쳐야 했다.
김호기 = 교과서가 정권에 따라 너무 자주 바뀌는 것 같다. 초·중·고 교과서, 특히 국어와 국사 교과서는 국민적 교양을 위한 기본 교재다. 신중하게 만들어서 오래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닌가.
주진오 = 정부가 교육과정을 너무 자주 바꾸는 데다 한국사를 없애고 다시 만들기를 반복하면서 역사교육의 파행을 자초했다. 최근 정부는 2009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교과서를 새로 제작하겠다면서 오는 8월 교육과정을 고시한 후 내년 3월 다시 역사교과서 검정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교과서를 바꾼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몇 달 만에 다시 만들라니 이런 졸속이 어디 있나.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최근의 이런 논란이 교과서 검정 방식을 국정교과서 방식으로 바꾸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실제 한국현대사학회는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만든 국정교과서 한 가지만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주도하고 있다. 좌편향 논란을 스스로 만들어놓고는 논란이 있으니 국정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것만은 막아야 한다.
▲ “이념 넘어 충실히 서술… 인문학은 계몽이 목적,
지적 비관주의 당연한 것” - 김호기 교수
이상돈 = 교과서의 현대사 부분은 좌편향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한국전쟁도 남과 북을 등가적으로 서술했다. 노근리는 강조했지만 한국군 장병의 영웅적 희생은 언급이 없다. 소련과 북한의 강제 수용소 등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고, 동유럽 공산권의 몰락이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라는 점도 누락됐다. 전체적으로 공산주의 체제에 너무 너그럽다.
주진오 =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이 있다. 어떤 사람이 보면 좌편향이지만, 어떤 사람이 보면 우편향일 수도 있다. 실제 우리 교과서가 지나치게 민족주의적이라며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교과서는 개인 저서가 아니라 학계 모두가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최대치만을 서술한 책이다. 한국전쟁이 북한의 남침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밝히고 있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은 모두 담았다. 일각에선 왜 대한민국의 독재에 대해선 여러 번 언급하면서 북한의 독재에 대한 지적은 상대적으로 적으냐고 지적하는데, 기본적으로 교과서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북한의 분량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김호기 = 교과서가 상당히 균형 잡힌 시각으로 쓰여졌다는 데 동의한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가 좌우 이념을 넘어 추구해온 가치는 정치적 민주주의, 시장경제, 사회문화적 인간주의 이 세 가지인데, 여기에 충실하려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보수주의 사관을 갖고 있는 이들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좁은 의미의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로만 몰고 가면서 정통성을 독점하려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회민주주의와 케인스주의는 이단이란 말인가. 우파의 역사만이 대한민국의 역사는 아니다.
이상돈 = 대한민국 정통성에 관해선 이승만 대통령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을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로 인정받으려 했던 이승만의 노력과, 우리 영토를 압록강과 두만강까지로 규정한 헌법 3조를 누락했다. 5·16의 배경에 대한 설명도 거의 없다. 제3공화국 전체를 ‘독재’로 규정한 것도 문제다.
주진오 = 우리는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으며, 평화통일을 지향하고, 4·19 정신을 계승한다는 헌법 정신을 바탕으로 역사를 서술했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승만 대통령을 평가한다면 과연 분단국가가 최선의 길이었는지, 분단이 가져온 사회적 영향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가 분단국가가 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어쩔 수 없는 배경은 충분히 서술해주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현재 학계에서는 우리나라 민주화의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이냐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는데, 우리 교과서는 노태우 정부를 그 시점으로 잡았다. 노태우 정부가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된 최초의 정부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5·16 쿠데타가 아니라 혁명이라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분명 김영삼 정부 하에서 5·16은 쿠데타라고 정부가 규정했다. 우리는 그에 맞춰 용어를 선택한 것이다. 틀린 내용이나 없는 내용을 지어 쓴다면 문제가 되지만, 팩트(fact·사실) 위주로 쓴 내용을 이념적이라 몰아붙이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 “대한민국 역사 다루는데 북한 분량 적을 수밖에…
학계가 인정한 내용만 써” - 주진오 교수
이상돈 = 미국에서 포드나 카네기가 없는 역사책은 상상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한국 기업인의 창의와 도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경제대국이 된 한국의 현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주진오 = 미국에서 포드와 카네기는 정치적 이념을 뛰어넘어 자리잡고 있는 위치가 있다. 만약 한국 사회에서도 이병철이나 정주영 같은 기업가에 대해 그만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다면 당연히 교과서가 다뤄야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다.
김호기 = 나는 교과서가 박정희 체제가 추진했던 산업화에 대해 상당히 균형 잡히게 썼다고 생각한다. 아예 ‘한강의 기적 일으키다’가 한 단원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사교과서가 산업화 과정에서 기업의 역할을 너무 소극적으로 평가한 것 아니냐는 생각에는 어느 정도 공감한다. 역사의 주체는 정부, 기업, 노동자, 농민 등 매우 다양한데 경제 주체로서 기업에 대한 기술이 상대적으로 적긴 하다.
이상돈 = 이런 논란이 나오게 된 뿌리는 인문학자들의 기본적 세계관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인문학자들이 보는 세계는 항상 우울하다. 1970년대 민족경제학자인 박현채·유인호 교수들은 우리나라 경제가 크게 망할 것처럼 우려했지만 결국 박정희, 이병철, 정주영 같은 사람이 내다본 한국의 미래가 맞지 않았나.
김호기 = 사회과학이 사회 발전에 대한 구체적 문제 해결을 다루는 것이라면,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계몽이 목적이다. 계몽의 핵심은 권력 비판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지적 비관주의를 띨 수밖에 없다.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더불어 박현채·유인호 교수의 미래가 틀렸다고 하셨는데 외환위기나 재벌중심 경제, 비정규직 문제 등 한국 경제가 가진 구조적 한계에 대한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주진오 = 나는 우울한 역사관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기나긴 역사 속에서도 주권을 지켜온 우리의 역사는 기적의 역사라고 본다. 그러나 우리의 현재가 이상적인 사회만은 아니지 않은가. 어떤 분들은 역사를 통해 자부심과 자긍심을 길러야 한다고 말하지만, 역사교육의 첫번째 목적은 과거의 반성과 비판을 통해 우리 미래세대가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만약 부정적 서술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결코 부정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훈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다 함께 이해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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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교수 후기 ]
역사교과서 논쟁이 다시 가열될 징후가 있다는 소식은 이번 대화를 준비하면서 알게 됐다. 역사학계가 ‘좌편향’ 됐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나는 그것이 그리 신기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인문학자들마저 온통 ‘우편향’ 되어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말이다.
조금은 과장이라고 하겠지만 예일대 역사학부 교수진 중 진보 좌파가 아닌 교수는 두 사람 뿐이라고 한다. ‘강대국 흥망사’를 쓴 폴 케네디와 ‘냉전사’를 쓴 존 개디스가 바로 그 두 사람이다. 두 교수는 세계적 베스트셀러를 낸 ‘스타 교수’이고, 나머지 교수들은 보는 사람도 별로 없는 논문이나 발표하는 학자들이란 이야기다. 우리 학계, 그리고 이른바 보수진영의 문제는 케네디와 개디스 같은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역사는 사실이 아니다. 역사는 사실을 조합하고 해석하는 ‘스토리 텔링’이다. 따라서 역사는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고, 결국 ‘역사 소비자’가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주의할 점이 있다. 첫째, 관제(官製) 역사는 곤란하다는 것이고, 둘째 미성숙한 독자들이 읽는 역사 교과서는 조심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역사 교과서를 두고 논쟁을 하는 것이다.
인류 역사는 전쟁과 재해 등 불행으로 얼룩졌지만 그런 가운데서 참으로 놀라운 발전을 기록했다. 20세기 100년 동안 이루어진 진보는 그야말로 대단하다. 하지만 20세기에 인류는 두 개의 ‘거악(巨惡)’과 그로 인한 참담한 비극을 경험했다. 그 ‘거악’은 물론 전체주의와 공산주의다. 이 ‘거악’에 대한 도덕적 등가(等價)주의는 ‘지적 파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한테 내가 20~30대였던 70~80년대에 일어난 동서 냉전사에 있어 큰 사건을 뽑으라면 솔제니친의 서방 망명,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폴란드 방문, 그리고 로널드 레이건의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방문을 뽑고 싶다. 이들이 공산주의라는 ‘거악’을 총 한방 쏘지 않고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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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교수 후기]
5월이 우리 사회에서 기억되는 방식은 세대에 따라 다른 듯하다. 1960~70년대 청년 시절을 보냈던 노년세대가 5·16과 박정희 시대를 자연스럽게 떠올린다면, 1980년대 청년 시절을 보냈던 ‘486세대’에게 5월은 광주 항쟁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계절일 것이다. 세대에 따라 ‘두 개의 5월’이 있듯이 우리 현대사 해석에도 ‘두 개의 5월’을 보는 시각이 있는 듯하다.
79년 대학에 입학한 나는 486세대가 아니다. 하지만 80년대 초반 대학과 대학원을 다녔기에 486세대의 정신적 자장 안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셈이다. 과는 다르지만 사학과 선배인 주진오 교수 역시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유신체제의 종언, 광주항쟁과 군부정권의 재등장, 그리고 6월 항쟁과 민주화 시대의 개막으로 이어진 시대적 흐름 속에서 우리는 영·정조 이후 한국 근·현대사를 배우고 그 역사적 성취와 한계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적어도 연세대 안에서는 김용섭 교수와 고 방기중 교수의 가르침이 컸으며, 주진오 교수 역시 후배들에게 학문적, 실천적으로 작지 않은 영향을 줬던 선배 가운데 한 분이다.
역사학을 전공하지 않은 내가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학문적 월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은 과거를 미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나간 과거를 돌아봄으로써 다가오는 미래의 교훈을 얻기 위해서다.
문제는 지난 과거를 재구성하고 해석하는 데 하나의 시각만이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내가 이른바 뉴라이트의 현대사 해석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하나의 시각만을 배타적으로 강제하고 있다는 데 있다. 박정희와 정주영도 우리 현대사의 주인공이지만, 노동자 전태일과 광주 시민 윤상원도 이들에 결코 못지않은 주인공이다.
이번 대화는 정중하면서도 우리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 간 현대사 인식의 차이가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났다. 역사에서 엘리트의 역할을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시민들의 역할을 결코 과소평가해선 안된다.
대화를 마치고 신문사를 나와 광화문 쪽으로 잠시 걸었다. 금요일인 탓인지 인파가 제법 많았다. 문득 떠오른 것은 이 5월이 촛불집회가 시작된 계절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역사는 과연 누가 만드는가. 여전히 나는 시민 중심의 역사관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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