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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상돈-김호기 대화 (20) 송영길 인천시장 (경향)
작성일 : 2011-07-06 23:31조회 : 3,196
경향신문 2011년 7월 5일자
[이상돈·김호기의 대화](20) 송영길 인천시장
(박준철 기자)
- 송영길 “경인운하의 한∼중 유람선은 실현성이 전혀 없어”
3선 국회의원을 그만두고 인천시장으로 변신한 지 1년. 송영길 인천시장(48)에게 지난 1년은 엄청난 채무와의 싸움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임 시장 시절 쌓인 인천시 빚은 올 연말이면 9조원이 된다.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 구원투수로 등장한 송 시장은 “재정 위기와 구도심 문제를 해결하고 신성장동력산업 발굴로 인천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스무번째 맞은 ‘대화’에서 이상돈 중앙대 교수와 김호기 연세대 교수가 지난 1일 인천시청을 찾아 취임 1년이 된 송영길 시장을 만났다. 세 사람은 인천시의 재정위기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송 시장은 1년 전 빚더미를 마주했을 때 “파산”이란 그림까지 떠올랐다고 했다.
이 교수는 “전임 시장의 무분별한 개발 행정의 전철을 밟지 말고 지혜를 모아 재정 위기를 해결할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송 시장과 민주당이 자치단체장을 맡았으니 여당과는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 달라”고 말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이하 김호기) = ‘486세대’로 수도권 첫 자치단체장이 됐다. ‘대한민국 심장, 경제수도 인천’을 목표로 시정을 추진했는데 소감은.
송영길 인천시장(이하 송영길) = 인천시 재정이 어려운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취임했을 때 외환보유액이 39억달러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참담했다’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월미 은하레일과 자전거도로, 인천도시축전 등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지만 대부분 낭비성 사업이었다. 위기를 기회로, 걸림돌을 디딤돌로 바꾸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했다.
이상돈 중앙대교수(이하 이상돈) = 인천시 재정이 심각하게 된 배경과 재정 위기 타개책은 갖고 있는가.
송영길 = 인천의 부채는 연말이면 9조원, 내년이면 10조원이 넘는다. 전임 안상수 시장 시절 인천시는 부동산 경기가 좋을 것만 생각하고 무분별, 마구잡이 개발을 해 왔다. 인천도시개발공사가 검단신도시에 7조원 넘게 투자했는데 그것도 문제다. 여기에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과 인천도시철도에도 4조원이 들어간다. 이들 사업을 멈출 수도 없다. 아시안게임 사업비 2조5783억원에서 6337억원을 절감했다. 올해 시 예산도 6000억원 줄였다. 긴급하게 필요하지 않은 사업은 늦추거나 재정비하고 있다. 그렇지 않았으면 인천은 파산했을 것이다.
이상돈 = 경인운하 사업에 대해 처음에는 찬성했는데 지금 생각은 어떤가. 경인운하 양안을 개발한다고 하는데 시의 입장은.
송영길 = 처음엔 찬성했다. 경인아라뱃길은 고려시대부터 논의됐던 숙원 사업이다. 홍수 예방에 기여하고, 미래 남북관계가 풀리면 물류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선거에서 야권연대가 이뤄지고 곳곳에서 환경 문제가 제기됐다. 당선 후 검증위를 구성해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관광유람선은 실현성이 전혀 없다고 본다. 서울에서 3000∼4000t급을 띄워 중국까지 가려면 10시간 이상 걸린다. 5만t 선박에는 편의시설이 있지만 작은 배에는 없다. 누가 중국까지 조그마한 배를 타고 가겠는가. 양안을 친수공간으로 개발하면 요트 등 레저기능은 의미가 있다.
김호기 = 송도국제도시는 인천 시민만이 아닌 국민들의 관심도 높다. 삼성 바이오단지를 유치해 활기를 띠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괜찮은가. 청라와 영종은 어떤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앞선 단체장이 선거를 의식해 사업을 과도하게 추진해 후임 단체장이 이를 감당해야 하는 일종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송영길 = 부동산 경기 침체로 송도가 심각했는데 삼성을 유치해 숨통을 텄다. 송도를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만들 것이다. 롯데도 1조원 투자하고 국제학교인 채드윅도 개교했다. 세계 1위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시스코 글로벌센터도 들어온다. 영종도에 대한항공이 1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P&W 항공엔진정비센터도 조성된다. 용유·무의 문화관광레저복합도시도 추진 중이고, 청라와 영종도를 잇는 제3 연륙교와 높이 400m 시티타워도 건설한다. 그동안 송도 살리기에 전념했다면 이젠 청라와 영종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싶다.
이상돈 = 재정이 없는 상태에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사회인프라에 투자할 수 없다. 경영 효율화를 위해 민영화를 할 수도 있다. 민간 자본투자를 통해 사회인프라 구축을 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한데.
송영길 = 재정이 없어 민간자본을 끌어 들이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조건이 문제이다. 민영화를 잘못하면 장기적으로 민간사업자의 볼모가 될 수 있다. 2조원을 투자한 인천대교는 30년 최소보장액과 추정이익까지 보장해 줘야 한다. 경합할 수 있는 시설도 못 놓도록 조건까지 달았다. 수요 예측을 잘못한 인천공항 고속도로에 매년 1000억원의 혈세를 지원하고 있다. 재정투자가 우선이지만 민간자본 유치는 조건과 사후의 철저한 관리가 중요하다.
▲이상돈 “사회 인프라에 투자, 재정 없이는 불가능…민간 투자도 고려를”
김호기 = 송 시장이 관심을 기울여 온 부분이 남북관계 개선이다.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으로 서해 5도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높다. 강경 일변도인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송 시장의 대북정책은 무엇인가.
송영길 = 남북관계는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자치단체는 한계가 있다. 연평도 포격 이후 5·24 조치로 남북관계는 모두 단절됐다. 남북관계가 경색될수록 서해의 긴장이 고조되고 시민들은 불안해한다. 인천은 올초 중국 쿤밍시에서 중국, 북한 등과 유소년축구대회를 갖는 등 물꼬를 트려 하고 있다. 중국과 합작회사를 만들어 우회적으로 북한에 도움을 주려 하고 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말을 되새기며 남북화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하겠다.
김호기 = 세계 사회는 주요 2개국(G2)으로 재편되고 있다. 한·중 관계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베이징경제권과 상하이경제권에 대응해 이른바 ‘서울∼인천∼개성’을 잇는 트라이앵글을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우리 경제의 100년이 달려 있다. 동북아체제를 구축하는데 인천은 무엇을 해야 하나.
송영길 = 인천∼해주∼개성은 옛날부터 공동문화권이다. 인천의 자본과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해 개성공단처럼 강화 교동도에 330만㎡(100만평)의 제2 남북공동 특별산업단지를 개발하려 한다. 북한 노동자의 출·퇴근은 교동도∼해주 2.8㎞간 교량만 연결하면 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황해·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과 연계하는 서해안 경제벨트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면 중국 연안 도시와 환황해 초광역경제권을 구축할 수 있다. 백령도와 대·소청도를 제2의 제주도로 육성해 중국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싶다.
김호기 = 지방자치 20년이 됐지만 여당이든 야당이든 변한 게 없다는 이야기가 많다.
송영길 = 6년째 환경파괴 논란이 일었던 계양산 골프장을 백지화시켰다. 인천만 조력발전소도 반대 입장을 확고히 했다. 4년 동안 천막농성을 벌였던 GM대우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했다. 인천메트로도 노·사·정 대화합 결의를 이끌어 냈다. 아시안게임 주경기장도 축소했고 친환경 무상급식도 시행하고 있다. 시정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이상돈 = 한나라당 소속 전임 시장의 문제점은 무엇이었나.
송영길 = 권위적이고 소통하지 않았다. 시정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 고민하지 않은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시장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무분별하게 동시다발적으로 무리한 사업을 벌여서 재정위기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김호기 “전임 시장 사업 남발, 후임이 뒤치다꺼리…위기 악순환 막아야”
이상돈 = 정부가 인천공항 지분 매각 방침을 세웠는데 송 시장은 반대하고 있다. 인천시장으로서 반대하는 건가, 야당 정치인으로서 반대하는 건가. 4대강에 들어갈 돈 때문에 인천공항 지분을 매각하려 한다면 민란이 일어날 상황이 아닌가 싶다.
송영길 = 국회의원 때부터 반대했다. 인천공항은 국가 관문이면서 인천의 대표적 중요시설이다. 인천공항은 자율형 사립고를 짓는 등 지역사회 공헌사업도 많이 했다. 지분이 매각돼 이익 논리에 빠지면 목적외 사업은 할 수 없다. 선진경영기법을 배운다고 하는데 이미 세계 최고이다. 민간이 지분 3%만 갖고 있으면 회계 장부를 열람할 수 있어 경영 노하우도 유출된다. 정부가 매각을 서두르는 것은 꼭 4대강 때문이라고 할 수 없지만 급전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김호기 = 486세대가 정치적으로 중요할 역할을 하고 있다. 송 시장은 486세대 가운데서도 세계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더 많은 보호를 동시에 강조하는 ‘개방적 진보주의자’다. 송 시장의 정치철학의 요체는 무엇인가.
송영길 = 안보와 평화,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유능한 진보주의자’이고 싶다. 정치 지도자라면 4대 강국에 둘러싸여 있는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 국제외교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본다. 국민통합 능력도 절실하다. 인천에는 8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산다. 인천에서 통하면 전국에서 통한다는 말이 나오도록 하고 싶다.
김호기 = 앞으로 어떤 사업에 주력할 계획인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송영길 = 황해도 난민촌인 아카사키사업와 같은 도시재생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아카사키는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입주민들이 100% 재정착하도록 주택개량과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것이다. 4년째 끌어온 동인천 북광장 사업도 해결했다. 아시안게임은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40억 아시아인의 축제에 걸맞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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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교수 후기
송영길 인천시장은 흔히 말하는 ‘486 세대’ 정치인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80년대에 대학을 다니면서 민주화 운동을 한 세대와는 거리가 있다. 나라고 해서 그들의 민주화 운동을 폄하할 리 없지만 그들이 심취했던 ‘전환시대의 논리’와 ‘해방전후사의 인식’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무 번째 대화에서 비로소 ‘486 정치인’ 대표주자 중의 한사람인 송영길 인천시장을 만났다.
취임 1주년을 맞아 언론의 인터뷰가 많은 탓인지 시장실은 부산했다. 내가 처음 만난 송 시장의 인상은 ‘불난 집에 불 끄러온 소방대장’ 같은 모습이었다. 송 시장에게 지난 한해는 파산상태에 빠진 인천시를 끌고 가느냐고 분주하게 달려온 한해였고, 앞으로도 그런 상태가 계속될 전망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송 시장과 나 사이에 있을 법한 생각의 간극(間隙)은 전임 시장의 난정(亂政)에 대한 분노 속에 녹아내리고 말았다. 전임 안상수 시장의 시정(市政)은 방만한 정도가 아니라 한마디로 ‘미친 짓’(‘madness’)이었다. 송도니 청라니 뭐니 하면서 벌인 사업을 보면 부동산은 영원토록 무제한하게 오른다고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시장, 도지사는 민간부분에서 일기 쉬운 그런 광풍(狂風)을 경고하고 잠재울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상태를 앞장서서 이끌어서 시정을 난파시킨 것이다. 명색이 보수정당이라는 한나라당 소속 시장이 인천을 이런 꼴로 만들었으니 “운동권 정치인은 경제를 모른다”는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황당한지를 잘 보여 준다.
나는 한나라당이 이 같은 ‘인천 상황’에 대해 당 차원에서 반성하고 성찰하지 않으면 미래가 어둡다고 본다. 송영길 시장이 한해 예산을 6,000억 원이나 삭감하면서 인천시를 살리려고 고군분투하는 동안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강에 띄어 놓은 둥둥섬인지 뭔지 하는 것을 업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은 멀쩡한 4대강을 파헤치고 시멘트 삽질하는데 수십조 원을 퍼붓고 있으니 한심하고 기가 찰 노릇이다.
송 시장이 인천 재정을 바로잡고 더 큰 꿈을 이룰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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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교수 후기
그 동안 ‘대화’에서 쓴 후기 가운데 이번 경우가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 같다. 가장 쉽다는 것은 송영길 인천시장을 매우 잘 알기 때문이고, 가장 어렵다는 것은 그러기에 객관성을 확보하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학벌주의가 우리 사회에서 극복돼야 할 과제라고 생각하지만, 먼저 밝혀야 할 것은 학과는 다르나 송 시장이 대학 후배라는 사실이다.
오래 전부터 송 시장과는 여러 이야기들을 솔직히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지내 왔다. 그것은 지식인과 정치인의 통상적인 관계라기보다는 1980년대 같은 공간에서 20대 체험을 공유한 선배와 후배의 인간적인 관계에 바탕한 것이었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학교생활의 거점이었던 중앙도서관과 학생회관, 최루탄 연기가 자욱했던 백양로, 훼드라를 포함한 학교 앞 주점들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이런저런 기억들을 공유하고 있다.
선배로서 보기에 송 시장은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486세대의 정치 리더 중 누구보다도 경험이 넓고 깊은 후배다. 총학생회장, 노동운동, 변호사, 그리고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그는 거침없이 살아 왔으며, 이러한 다양한 경험은 송 시장이 펼치는 행정에 작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송 시장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장점은 국제 감각인데, 한미관계와 한중관계에 대한 그의 식견은 결코 전문가 못지않다. ‘대화’에서도 언급했지만, 송 시장은 성장과 분배, 대외개방과 대내 복지의 생산적 결합을 모색하는 ‘개방적 진보주의자’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486세대 정치인들이 갖는 위상은 다른 세대와 비교할 때 특기할 만하다. 20대에는 민주화운동의 중추였고, 30대에는 정치와 사회운동 영역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그리고 50대에 도달했거나 바라보는 현재는 미래 권력의 중심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서구사회에서 68세대가 한 시대를 풍미한 것처럼 486세대가 국정을 책임져야 할 시간이 서서히 임박하고 있다. 송 시장은 이러한 486세대 가운데 선두주자이며, 그만큼 그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인천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 이상돈 교수와 인천시청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부평역에서 1호선 전철로 갈아탔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광경은 오래 전부터 보아온 익숙한 풍경이었다. 끝없이 잇닿아 있는 집과 건물들, 그 사이에 더러 보이는 공장들, 그리고 좁은 골목길을 달려가는 어린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 사는 세상의 풍경이었다. 바로 이곳에서 노동운동과 변호사 활동을 시작한 초심(初心)을 송 시장이 아주 오래 동안 기억하기를 선배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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