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LEESANG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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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간경향 인터뷰 (2012년 1월 10일자)
작성일 : 2012-01-06 20:25조회 : 3,270
주간경향 2012년 1월 10일자
[신동호가 만난 사람]‘MB정부 실세 용퇴론’ 제기
이상돈 한나라당 비대위원2012 01/10ㅣ주간경향 9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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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지지층 늘리지 못하면 한나라당 소멸”
끊임없이 울려대는 휴대전화 진동음이 귀에 거슬렸다. 연구실 유선전화의 요란한 신호음도 여러 차례 대화를 멈추게 했다. “괜찮아요. 받기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 이상돈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오히려 불안해하는 기자를 진정시켰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박근혜 의원·이하 비대위)에 참여하면서 특급 뉴스메이커로 떠오른 이 교수와의 인터뷰는 이렇게 어수선하게 시작됐다.
대표적인 보수논객으로 꼽히면서도 현 정부에 대해 날선 비판을 퍼부었던 그의 비대위 참여는 그 자체가 뉴스거리였다. 게다가 처음부터 ‘대형사고(그 스스로 그렇게 표현했다)’를 쳤다. 이른바 ‘MB정부 실세 용퇴론’이다. 정치권이 벌집 쑤신 격이 되었으니 그의 전화기에 불이 날 만했다.
11명으로 구성된 비대위에는 4개 분과가 설치됐다. 정치개혁, 정강·총선공약 마련, 국민소통, 인재영입 등이다. 이 교수는 정치개혁을 다루는 1분과 위원장을 맡았다. 정치인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공천 기준과 절차, 방식 등을 만드는 곳이니만치 가장 바람을 많이 타고 험로가 예상되는 분과가 될 게 틀림없다. 지난 12월 29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법학관에 있는 이 교수의 연구실을 찾은 까닭이다.
- 우선 첫 회의를 한 느낌이 어떻습니까.
“과거와는 다르리라고 생각은 했지만 구성부터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파격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한나라당이니까 좀 엄숙한 사람들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지 않습니까. 결과는 어긋났잖아요. 원내 다수 의석을 갖고 있는 집권 여당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건 세계 정치사에도 별로 없는 일이에요. 회의 분위기가 경직돼 있었는데 이준석 위원 같은 분이 말을 트니까 굉장히 색달라져버렸거든요.”
- 일단은 긍정적인 느낌이라는 뜻입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잘 모르겠어요. 민주당에서도 20·30대를 비례대표 몇 석으로 한다, 이런 얘기를 하지 않습니까. 과연 잘 하는 것인지는 자신이 없습니다.”
- 비대위는 지난 12월 27일 구성됐다. 전체 회의를 딱 한 번 했지만 디도스 사건에 대한 국민검증위 설치,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최구식 의원 탈당 권유 등 가시적인 결과를 쏟아내고, 위원들이 인적 쇄신을 언급하는 등 속도감을 더하고 있다.
비대위원의 한 마디 한 마디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예상했던 일입니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파장이 큰 것이 그 참… 저도 솔직히 말해서 거기서 한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대해 (언론이) 그렇게 궁금해할 줄 몰랐어요. 그게 무슨 현상인지 묻고 싶을 정도예요.(웃음) 변화에 대한 갈구인지 언론의 지나친 관심인지….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한 얘기 하나하나를 막 쓰니까 좀 뜻밖이었어요.”
- 박근혜 위원장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이 교수의 말을 제일 경청하는 것 같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전 얘기 별로 안 했는데요? 박 위원장께서 처음에 덕담 한 번 하셨죠. 어디 신문에선가 비대위원을 수락한 동기가 뭐냐고 묻기에 제가 수락한 게 아니라 운명으로 엮인 것이라고 했거든요. 그걸 봤는지 저한테 ‘교수님은 운명으로 엮이셨다면서요’라고 해서 ‘그런 것까지 보시느냐’고… 하하하.”
- 운명으로 엮였다는 게 무슨 뜻이죠.
“얘기가 길어지는데, 제가 박 위원장을 좀 좋아했죠. 야당 대표 시절 추운 겨울에 길거리에서 사학법 투쟁을 할 때부터 말이죠. 대통령 후보 경선 때는 당선되기를 바랐고요. 그런데 안 됐잖아요. 대다수 보수세력이 박 위원장에게 (이명박) 정부를 도와야 한다, 안 도와서 정권이 어렵다고 할 때 저는 군데군데 그것이 잘못된 거라고 얘기를 했죠.”
- 도와야 한다는 얘기였습니까.
“도와주면 같이 침몰한다, 그런 거 몇 번 썼어요.”
- 정권을 담당한 세력, 다시 말하면 주류가 책임을 지고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군요.
“자기가 했으면 자기가 책임져야죠. 책임 있게 하고, 실패하면 자기 책임인 거잖아요. 하지만 제가 볼 때는 실패한다, 반드시 실패한다… 처음부터 제가 그랬어요.”
이 교수는 “현 정권의 공신이나 당 대표를 지낸 사람들이 ‘우리 책임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가 아니다”라며 “그 사람들을 두고 쇄신을 하면 누가 믿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공신이라면 이상득·이재오 의원을 말하는 것이고, 이명박 정부 들어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사람은 박희태 국회의장, 정몽준·안상수·홍준표 의원 등이다. 이 교수는 인적 쇄신과 관련해 조선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재오 의원이나 이상득 의원 같은 정권 실세들이 스스로 책임 있게 결정해야 한다”며 실명까지 거론한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 이 교수의 발언이 ‘MB정부 실세 용퇴론’으로 번져 큰 파장을….
“(말을 막으며) 제가 대형사고를 쳤다는 게 그런 건데 자종지말은 이래요. 조선일보 기자가 저녁 늦게 전화해서 친근감을 갖고 자기를 소개하고는 얘기를 했어요. 사실 쇄신이라고 하면 인적 쇄신을 빼면 아무 의미도 없는 것 아니냐, 이렇게 얘기하는 과정에서 제가 우리 회의에서도 과거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없는 쇄신이 의미가 있느냐는 얘기도 나왔다, 그런 얘기를 한 것이죠. 그랬더니 이상득 의원은 총선 불출마 선언도 했고, 이재오 의원도 좀 책임을 져야 되는 거 아니냐고 해서 제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고 한 거예요.”
- 아, 기자가 거명을 하면서 물었구먼요.
“기자의 미끼에 그냥…(웃음) 그래서 시작된 거예요.”
- 한 비대위원이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민감한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는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이 교수께 전달하겠다고 하던데, 그런 연락을 받았습니까.
“이런 게 있다, 즉 굉장히 격앙된 분위기가 있었다는 건 전달을 받았죠.(웃음)”
- 정무적 판단이라는 게 어떤 것일까요.
“정치적으로 아무리 옳더라도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는 것 아니겠어요. 사실 정치란 그런 게 필요하죠. 타협이 필요하니까… 맞는 말이죠.”
- 거기에 동의한다는 겁니까.
“상당한 부분 동의하죠, 예.”
- 지나치게 정무적 관점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이제까지 한나라당이 국민과는 유리된 측면이 있다고는 보지 않습니까.
“그런 양면의 위험성이 있죠. 위원회가 그것을 감내해야 되겠죠.”
이 교수는 현 정부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라고 할 수 있는 4대강 사업이나 천안함 사태 등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하거나 다른 견해를 밝혀왔다. 특히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서는 홍준표 전 대표가 이날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사람을 한나라당 비대위원으로 둬서 되겠느냐”며 이 교수를 비판했고, 다음날에는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이 부분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천안함 사태는 정부가 말한 걸 반증할 수 있는 게 전혀 없어요. 그러나 처음에는 별의별 얘기가 많았죠. 침수사고라는 보도도 있었고요. 감사원 감사도 받았잖아요. 거기에 대해 시사저널에 제가 써놓은 글이 있습니다. 오늘 (홍 전 대표의) 얘기는 잘못된 거예요.”
- 4대강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제까지 취해왔던 반대 입장을 그대로 고수하는 겁니까.
“지금 중요한 건설공사는 끝났지만 완성된 건 아니잖아요. 계속 부작용이 생길 것이고, 그래서 영원한 완공은 안 된다고 보니까요. 또 어차피 시공은 다 끝나버렸잖아요. 이제는 4대강 문제가 중장기 과제가 돼버렸단 말이에요. 당장 이걸 어떻게 한다는 건 불가능하지만 문제가 있다는 것 정도는 인식해야 한다는 거죠. 그것도 인정하지 않고서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요. 야당이 틀림없이 또 문제를 삼을 텐데요.”
-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될 사안으로 보는군요.
“옛날에 공사를 한다고 할 때는 막아야 한다는 시간적 절박성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의미는 없어졌잖아요. 거기에 대해서 전혀 문제가 없다는 듯이 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상당히 회의적입니다.”
- 4대강사업 위헌·위법심판을 위한 국민소송단 공동집행위원장 직은 계속 맡는 겁니까.
“제일 먼저 전화했죠. 제가 이렇게 됐으니까 국민소송단에서 제외시켜달라고 했어요. 사퇴한 겁니다.”
- 비대위 참여가 아까는 운명적이라고 했는데, 현실적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가 정치에 참여한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웃음) 제 생각은 이래요. 이 나이에 국회의원 초선 한다는 건 난센스라고 생각합니다. 제 자신이 우습게 돼버리는 거니까 저는 그럴 생각은 전혀 없어요. 제가 좀 주장해온 바가 많이 있잖습니까. 과거에 두 개의 정부를 각각 다른 입장에서 비판해온 것은 결국에는 새로운 모델의 정당, 정권, 정치가 우리나라에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그런 부분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와 경향신문 ‘대화’에서 얘기를 나눴고, 박 전 대표도 매사에 진보니 보수니 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런 말 하지 않았습니까. 그 뒤에 저한테 부탁을 하니까 거부할 논리가 없었던 거죠. 거부하게 되면 제가 10년 동안 주장한 게 우습게 돼버리는 거잖아요.”
- 박 위원장과 개인적인 인연은 어떻게 됩니까.
“이번 말고 대면으로 만난 건 다섯 번밖에 안 됩니다. 몇 사람이랑 테이블에서 만났는데 일반인의 선입견과는 달리 굉장히 겸손하고 열린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비대위가 성공해서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고 새로운 정부가 필요로 한다면 직접 참여할 용의가 있습니까.
“일단은 ‘이프(if)’가 몇 개씩 붙은 거잖아요.(웃음) 총선에서 망하면 그냥 끝나는 거고, 총선에서 성공한다면 대선에서 또 별개의 문제고, 총선이 끝나고 잘 됐다고 해도 제가 계속 한다는 것도 또 다른 문제잖아요.”
- 정치 쇄신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한 게 있을 텐데요. 그 전에 정확한 문제 인식부터 필요하지 않을까요. 한나라당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한나라당의 문제라기보다 우리나라 보수의 한계라고 봐요. 지난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그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표가 그것밖에 안 된다는 것, 엄청 줄었다는 것, 앞으로 갈수록 더 줄어든다는 것이죠. 그런 위기감 때문에 박 전 대표도 이번에 젊은 사람이나 김종인 박사 같은 분을 영입한 것 아니겠습니까. 사실 김 박사는 경제적인 기준으로 볼 때 오히려 진보에 가까운 분 아닙니까. 그런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거죠. 영국에서 노동당이 대처의 보수당한테 선거 때마다 연전연패했잖아요. 자신의 지지기반인 노조에 너무 집착하다가 중산층을 잃은 거죠. 이런 틀을 과감하게 깬 사람이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 아닙니까. 한나라당도 이들처럼 기존 지지세력에 ‘플러스’를 붙이지 않으면 그 자체로 소멸된다고 봅니다. 그런 인식을 박 전 대표는 가지고 있는 거죠.”
- 정치개혁과 관련해서는 대강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까.
“분과 위원 구성이 된 뒤 정치분야의 훌륭하고 실력 있는 분들과 같이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는 개혁방안보다는 한 가지 예를 들고 싶어요. 미국에서는 다선 의원들이 굉장히 훌륭하지 않습니까. 학식도 풍부하고 비전도 있고 존경도 받습니다. 그런 다선 의원들이 나올 수 있는 국회, 그럴 수 있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대통령의 말이 잘 안 먹힐 것 아닙니까.”
- 우리나라는 초선 때 성실하고 개혁적이다가도 선수가 높아질수록 그런 이미지가 퇴색되는 것 같습니다.
“말이 안 되는 거죠. 초선은 공부하는 입장인데… 말하는 것도 초선은 진지한데 선수가 높아질수록 유치해지는 경우가 많잖아요.(웃음) 훌륭한 다선 의원이 국회에 있어야만 국회나 정당이 행정부에 예속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한나라당 내부 갈등을 넘어 보수세력도 분화 내지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나 전원책 변호사 등 총선을 겨냥한 독자 행보를 취하고 있는 보수세력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갖고 있습니까.
“현재 비대위 구성원 중에서는 그런 문제를 생각할 수 있는 분은 별로 없을 것 같고요. 워낙 개성이 센 사람들이라… 보수의 기본은 시장 아닙니까. 아이디어도 시장에 맡길 수밖에 없잖습니까.(웃음) 인위적인 것은 되지도 않을 뿐더러 그 자체도 나쁘다고 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사람, 좋은 사람이 국회에 들어와서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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