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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사저널 인터뷰 (2012년 1월 4일자)
작성일 : 2012-01-07 09:53조회 : 2,954
시사저널 2012년 1월 4일자 인터뷰
“현 정권에 책임 있거나 존재감 없는 의원들 모두 용퇴해야 한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 이상돈 교수 인터뷰
(감명국 기자)
5년 6개월 만에 다시 한나라당 당권을 움켜쥔 ‘박근혜호’의 모습이 드러났다. 지난 12월27일 출범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의 외부 인사 6명 가운데 단연 화제의 주인공은 26세의 청년 CEO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사장이었지만, 가장 주목받은 인사는 이상돈 중앙대 교수였다. 그는 ‘보수 논객’으로 알려졌지만, 누구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 비판을 많이 해 대표적인 ‘MB 저격수’로 꼽히기도 한다. 따라서 향후 그의 역할은 ‘MB 색깔 지우기’와 ‘박근혜 중심의 당내 역학 체제 구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 그는 비대위 내에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 개혁 과제 정리와 공천 제도 마련 분과’ 위원장을 맡았다. 12월 28일에는 “이재오 총선 불출마”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이날 <시사저널>은 중앙대 연구실에서 이상돈 위원을 만났다.
- 박근혜 위원장과는 따로 특별한 인연이 있었는가?
직접 대면하기는 지난해부터 모임에서 보는 정도였다. 아마 평소 내가 쓴 글들을 많이 본 듯하다.
- 이 교수를 가리켜 ‘MB 저격수’라는 표현을 쓰는데.
썩 내키지는 않지만, 언론에서 굳이 그렇게 쓰는 것을 뭐라고 하겠는가. 정정 보도를 요구할 것도 아니고.(웃음)
- 흔히 ‘합리적 보수’ ‘대화가 통하는 보수 논객’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한 진보 성향 언론에서 처음 썼는데, 보수를 조금 부정적인 시각에서 보면서, ‘그래도 이런 이런 사람들은 그나마 대화가 좀 된다’ 뭐 그런 식으로 쓴 용어로 알고 있다. 그러면 원래 보수는 나쁜 집단인가? 역시 썩 내켜 하는 표현은 아니다.
- 그래도 진보 성향의 학자들과 대화가 잘 통하는 보수계 학자로 손에 꼽힌다. 실제 김호기 연세대 교수와 함께 ‘이상돈-김호기의 대화’를 경향에 오래 연재하기도 했다. 이 역시도 결국은 이명박 정부의 소통 부재를 꼬집는 상징성이 엿보인다.
현 정부의 문제는 소통 못지않게 목표와 정책에도 있었다. 정책 자체가 소통이 될 수 없는 것들, 해서는 안 될 무리한 정책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4대강 문제만 해도 그렇고, 최근의 종편도 그렇다. 새로운 방송을 만든다는 것이, 광고 시장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신규 방송사의 출현을 요구받기 마련이다. 1991년 SBS의 경우도 그랬다. 그런데 과연 지금 광고 시장이 커가고 있는가. 나는 기본적으로 시장 원칙을 중시하지만, 지금 우리의 시장 형편에서 어떻게 종편 4개사를 한꺼번에 쏟아내는 그런 무책임한 발상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 현 정부를 매번 강하게 비판하는 데 대해서 보수층 일각에서는 언론 플레이에 치중한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위장 보수’라고도 하고….
내가 제기한 내용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틀렸다고 얘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는 학교에 몸담고 있었지만,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8년 하면서 사설·칼럼만 5백 편 넘게 써왔다. 내 필체가 교수보다는 언론인에 더 가깝다. 그런 점이 교수답지 않은 글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 일각에서는 박위원장에 대해서도 권위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소통 능력에 의문을 표시한다.
내가 박 위원장과 같은 학번이다. 대학 때 박정희 정권에 반대하고 시위도 많이 했다. 그런데 박정희 딸이 사학법 반대하는 시위를 하는 것을 보고 “이럴 수도 있구나” 하고 감동을 받았다. 한번은 사석에서 따로 만난 적이 있었는데, 내가 자리에 앉기 전 의자를 권해드리려 했더니 “어, 그러지 마세요” 하고 뿌리치면서 자신이 직접 의자를 빼서 앉더라. 생각보다 소탈하다. 흔히 대중이 박 위원장에 대해서 갖는 선입견과는 많이 다르다.
- 지난 2007년 대선 때는 무소속으로 나온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선거 때 한 달 동안 특보 명함을 가지고 다닌 적이 있다. 당시에 나는 대선이 이대로 (이명박 대세론으로)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이회창 후보를 도왔던 인사들 가운데는 대개 그 전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 위원장을 도왔던 인사가 많이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둘 다 안 되는 쪽만 줄을 선 셈이다.(웃음)
- 왜 당시에도 그렇게 이 대통령에 대해서 반대했나?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그의 전력 때문이다. 1996년 총선에서 선거 비용을 속이고 증인을 국외로 도피시켰다는 사실이 밝혀져 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내가 미국법에 능통한 법학자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한 결정적 이유는 진실을 은폐한 것뿐만 아니라 사법 당국에 가서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사법 기능을 저해하는 범죄에 대해 미국은 매우 엄격한 반면, 우리는 너무나 관대하다. 증인을 도피시킨 죄는 크다. 미국에서는 그 전력만으로도 정치인으로서는 사실상 끝이다.
- 이번에 출범한 한나라당 비대위에 대해 친(親)서민과는 거리가 먼 엘리트 위주로만 짜여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듯한 면이 있다. 하지만 비대위가 정당의 최고 정책을 판단하는 기구인데, 이 정도도 사실 파격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민의 수렴은 수렴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꼭 대표성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 ‘박근혜를 위한 비대위’라는 얘기도 있다. 과연 비대위원들이 박 위원장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겠는가에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어제 첫 자리만 하더라도, 박 위원장이 ‘소통’을 강조하니까 김종인 위원이 “박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라”라고 쓴소리를 하지 않았나.
- 한나라당의 비대위라면, 박위원장과 대립하는 당내 인사인 김문수 경기도지사나 이재오 의원들도 다양하게 아우를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모두를 아우르는 데 대해서는 몇 가지 논의가 있을 수 있다. 우선은 이른바 보수 대연합을 해서 다 안고 가라는 것인데, 사실 그것은 길이 아니라고 본다. 이미 지난 서울시 주민투표와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계를 보여주었다. 또 원내 안정 의석을 갖고 있던 집권 여당이 지금 이렇게 처참히 무너진 데 대해서, 지금껏 당을 이끌어 왔던, 또 현 정권에 일정 부분 참여했던 책임 있는 사람들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선거에 나가면 유권자에게 무슨 쇄신을 말할 수 있겠는가. 지난 2004년 노무현 탄핵 파동 이후 한나라당의 중진들이 “우리들의 시대는 지났다”라며 용퇴하고 나갔기 때문에 그 빈 공간을 박근혜 대표가 들어가서 메웠고 총선에서 그나마 선전할 수 있었다. 오히려 지금은 그때보다 더 나쁜 상황이다.
- 결국 인적 쇄신을 위해 비대위가 공천에서 칼을 쥐는 악역을 담당하게 되는 것인가?
칼이라는 표현은 그렇지만, 거기에 해당하는 정치인들은 당연히 거기에 따라 처신해주어야 한다. 또 하나는 지역주의에 안주하는 의원이 많이 있다. 몇 선씩 했으면서도 존재감이 없는 의원들은 용퇴해야 한다.
- 이른바 ‘안철수 현상’은 어떻게 보는가?
다소 이해가 안 되는 면은 있다. 하지만 기존 정당의 안 좋은 모습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나라당도 이 모양이지만, 민주당도 당내 분규에 내내 시달리며 저 모양 아닌가. 양 정당이 가장 나쁜 상황에 있을 때 그 진공을 파고 든 것이라고 본다.
- ‘정치인 안철수’로서의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가?
그런 분이 시장을 하면 참신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블룸버그가 기업인으로서 뉴욕시장을 한 것처럼. 그런데 별안간 대통령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경험 법칙상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박위원장에게 이것만은 꼭 고쳐야 한다는 점을 요구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려운 얘기인데, 박 위원장은 부모에 대해 아픈 기억이 있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견디지 못할 부분이다. 야권에서는 부친 때 있었던 어두운 부분에 대해서 사과나 혹은 의견 표명을 요구하는데, 이에 대해서 박 위원장은 지금껏 역사에 맡길 일이라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사실 자식한테 부모를 평가하라는 데는 좀 합당치 않은 면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을 바라본다면, 정리를 한번은 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예를 들면, 정수장학회나 영남대 그리고 MBC와 부산일보 등에 대해 박 위원장이 정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그것이 지금 법적으로는 완전히 떠난 것 아닌가?
- 사실상 박위원장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이 일반적 정서인 것으로 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내가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실정법적으로 볼 때는 이미 떠난 것인데…. 거기에 대해서 법학자인 내 입장에서 언급하는 데는 조금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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