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서평, 오늘의 세계 분쟁 (시사IN)

작성일 : 2012-01-22 22:25조회 : 3,071

<시사IN> '올해의 책'

김재명, 오늘의 세계 분쟁 (2011년, 미지북스, 580쪽, 2만원)

우리는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내란을 주로 ‘외신’이라고 부르는 미디어 창구를 통해서 본다. 우리 신문과 방송에 나오는 이러한 보도는 대개 외신을 적당히 짜깁기 한 것이다. 요즘은 케이블 TV를 통해 BBC와 CNN을 시청할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외신을 직접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외신’이란 창구를 통해서 세계를 보는 것이다.

우리 언론사는 기자를 전쟁과 내란의 현장에 웬만해서는 보내지 않는다. 기자들도 자신들이 현지에서 전쟁과 내란을 취재해도 외신 보도를 따라 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 언론의 이러한 한계를 깨고 세계의 분쟁지역을 방문해서 현지 사정을 생생하게 전해준 사람이 있으니 그가 이 책의 저자 김재명이다.

신문기자 출신으로 미국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한 저자는 프리랜서 기자로 중동, 아프리카 등 전쟁과 내란으로 숱한 사람들이 처참하게 죽어간 현장을 취재했다. 그가 취재차 방문한 곳은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 보스니아, 코소보, 시에라리온, 캄보디아, 동티모르 등 지구촌의 위험한 지역을 망라하고 있다. 저자는 그간의 취재 결과를 이 한권의 책으로 엮어 냈다.

저자는 제1장에서 ‘인간은 왜 전쟁을 하는가?’라는 궁국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저자는 “영구 평화를 위해선 세계 국가가 성립되어야 한다”고 한 칸트의 주장이 오늘에도 유효하다면서, “지구상에서 전쟁이 사라질 날이 언제쯤일까”고 반문한다. 저자가 취재한 지역은 대개 1990년대 이후에 분쟁이 발생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공동체가 파괴된 곳이다.

저자는 현지에서 현지민의 사정과 시각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지도자와 지휘관을 만나기도 했고, 캄보디아에선 미군의 폭격과 크메르 루지의 만행으로 팔다리를 잃은 사람들을 만나서 전쟁과 내란이 남긴 엄청난 후유증을 기록했다. 볼리비아에선 체 게바라가 체포되어 처형된 오지를 찾았다. 보스니아와 코소보를 방문해서 참혹했던 인종청소 현장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전쟁과 내란을 보도하는 기자 중에는 단지 특종과 공명심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전쟁 취재에 중독되다시피 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저자는 물론 그런 편은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전쟁과 내란을 일으킨 원인을 조성한 자들에 대한 분노를 곳곳에서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전쟁과 내란을 일으킨 원인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데 있다. 저자는 그것이 ‘국제정치의 현실’이라지만 어떻게 보면 그것이 ‘인간사회의 한계’인지도 모른다. 간간히 사실과 평가에 있어서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는 부분도 눈에 뜨이지만 우리 현실에서 이런 책이 출판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축하할 일이다.
(저작권 : 시사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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