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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상득 진작 탈당했어야 (시사IN)
작성일 : 2012-02-20 15:02조회 : 2,752
“이상득 진작 탈당했어야” (시사IN 인터뷰)
새누리당 비대위의 ‘이슈 메이커’ 이상돈 교수를 만났다. 그는 여론조사와 제한적 국민경선이라는 공천 틀을 만든 것을 성과로 꼽으며, MB 정부 책임자들과 김종훈ㆍ나경원 출마 불가 의견을 거듭 밝혔다.
시사인 [231호] 2012.02.20 천관율 기자
이상돈 중앙대 교수(법학)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최고의 이슈 메이커였다. 공천 룰을 만드는 비대위 정치쇄신분과를 담당한 이 교수는, 지난해 12월 임명 직후부터 ‘MB 정부 실정 책임자 용퇴론’을 거침없이 제기해 화제의 중심에 섰다.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그가 직간접으로 불출마를 요구한 인사만 해도 이재오·홍준표 의원, 나경원 전 의원, 이동관 전 대통령 언론특보, 박영준 전 차관,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등에 이른다. 정권 핵심 실세와 상징성이 큰 인사가 다수다.
정치쇄신분과 활동이 일단락되고 공이 공천위로 넘어간 2월10일, 이 교수를 연구실에서 만났다. 마침 이날은 부산고등법원이 4대강 사업의 일환인 낙동강 정비사업에 대해 국가재정법 위반이라는 판결을 내린 날이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해온 이 교수는 고무된 표정이었다.
-낙동강 정비사업의 위법 판결로 청와대가 곤란하게 됐다.
4대강 전도사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공천받기는 더 어려워졌다. 낙동강 소송까지 이렇게 돼 가지고 비빌 데가 없다. 큰 사건이다.
- 판결의 의미가 뭐라고 보나.
공사를 많이 진척했기 때문에 소급해서 다 취소할 수 없다고는 했지만 법리 면에서 국민소송단 손을 들어줬고 정부 공사가 불법임을 판결했다. 의미 있는 판결이다. 지금이라도 부작용, 안전성, 수질악화 등의 문제에 대해서 정부가 열린 자세로 관민 합동조사를 하는 것이 첫 순서다. 여야 간 합의를 할 수 있다고 본다.
- 비대위 정치쇄신분과 활동이 마무리 단계다.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당장 시급한 문제인 국회의원 공천제도, 또 하나는 중장기 과제로 전당대회나 광역단체장 경선 같은 당내 선거개혁 방안. 전자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는데, 후자는 시간도 촉박하고, 총선을 코앞에 둔 한계가 있었다.
- 이를테면 쇄신파에서 나온 ‘중앙당 폐지론’ 같은 걸 말하나?
그건 말이 안 된다. 중앙당을 없애면 당이 없어지는 건데. 원내 정당으로 하면서 중앙당을 전국위원회 체제로 바꾼다는 게 옳은 표현이다. 처음에 표현을 잘못 쓰는 바람에 굉장히 부정적인 분위기가 됐다.
- 공천 룰은 어디까지 나갔나?
여론조사와 제한적 국민 경선이라는 틀은 합의가 됐다. 어느 정도 비중으로 어떤 선거구에 할 것인지는 공천위원회가 상황을 봐서 결정한다.
- 현역 의원 25% 우선탈락 원칙도 나왔다.
발표하니까 현역 의원들이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인위적 물갈이가 좋은 건 아니지만, 완벽한 제도는 세상에 없지 않나. 교체지수와 경쟁력 지수를 병행 사용하면 그래도 합리성이 있다. 현역 교체 욕구가 많은 유권자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 교체지수와 경쟁력 지수가 뭔가.
현역 의원이 다시 출마하면 그때도 지지할지를 물어서, 재지지 의견과 반대 의견의 비율을 구하면 그게 교체지수다. 경쟁력 지수는, 현역 의원과 야권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할지, 또는 현역 의원과 당내 도전자 중 누구를 지지할지를 묻는다. 이걸 합산하는 복잡한 수학 공식이 있던데, 계산법까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위 25%는 공천 신청을 해도 배제하고, 상위권은 공천 절차를 간소화하고, 중하위권은 또 나름으로 공천위가 판단하고… 그렇게 갈 거다. 물론 순위를 발표하지는 않는다.
- 25%만 넘으면 공천 보장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더라.
역대 총선의 공천 물갈이 폭은 대략 40% 안팎이다. 그런데 여론조사로 그 선에서 잘라버리면 너무 기계적이라서, 25% 규정은 일종의 발판이다. 그 이상은 공천위가 판단하면 된다.
- 강세 지역인 강남 3구와 목동(양천갑), 분당에는 비례대표 출신을 공천하지 않기로 했다.
비례 의원들이 강세 지역에 몰려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여론이 많았다. 강세 지역을 영남권까지 확장하자는 논의도 했는데, 영남에 도전하는 여성 의원들의 배려 문제가 있었다. 지금은 영남에 여성 의원이 너무 없다. 부산·경남은 지금은 강세 지역으로 보기도 어렵고. 그래서 그 문제는 공천위에서 판단하기로 했다. 박근혜 위원장도 의지가 확고했다.
- 이재오·나경원·홍준표… 줄기차게 MB 정부 책임자 용퇴론을 제기했다.
실명 거론은 내가 한 게 아니라 생방송에서 예스냐 노냐 물으니 답한 거다. 유도신문 조심하라는 조언도 많이 받았다(웃음). 논리적으로는 내 말이 맞다고 본다.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꾼 다음 날 아침에 신문 보니까, 새누리당 기사라고 나온 게, 검찰 수사 중인 이상득 의원 기사가 나오더라. 환장하겠더라. 차라리 탈당을 해주셨으면 부담이 적잖나. 누누이 얘기하지만 멀쩡한 다수 정당이 붕괴 상황에 몰렸는데 아무도 책임을 안 느끼면 이상한 거 아니냐.
- 구주류 쪽에서는 이 교수와 박근혜 위원장의 ‘교감설’을 제기한다.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쇄신파 의원들 중심으로 이대로 다 안고 갈 수는 없는 거 아니냐는 공감대가 있다. 그걸 내가 대변한 것이다. 정치쇄신분과에서 나오는 의견을 반영 못 시키거나 수위를 낮춘 것도 많다. 나한테 지나친 부담을 줘서 분과 위원들이 미안하다고 하기도 했다.
- 박근혜 위원장이 이 교수의 잇단 발언을 제지하지 않은 것은 사실 아닌가?
거기에 대해서는 논평하지 말자(웃음).
-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불가론도 펼쳤다.
그 분 고향이 대구니까 대구에 가지 않겠나. 거기는 한나라당이 유력한 지역이어서 플러스 알파는 없는데, 그분 영입 때문에 농촌 표가 흔들리면 곤란하지 않나. 시너지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총선 국면에서 가장 어려운 게 전통적 우세 지역이었던 충청·강원권이 다 무너졌다는 점이다. FTA의 장기적 국익 문제를 떠나, 현재 농촌 인심이 뒤숭숭한 것은 사실 아닌가.
- 충청권 민심 이반이 문제라면, 세종시 수정안을 주도한 친이계도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 문제는 박근혜 위원장이 당시 반대를 했고 결국 원안대로 하는 걸로 했기 때문에 일단락된 거 아니냐. 다만 상처받은 충청 민심을 되돌리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 박희태 국회의장이 사퇴했다. 검찰 쪽에서 돈봉투를 받은 의원 명단을 일부 확보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신빙성이 있나 확인해봐야 하겠지만, 받았다는 사람이 부정할 텐데 확인이 될까? 하지만 만약 실명이 공개된다면, 폭탄이 되는 거지 뭐. 그렇게 되면 털고 가는 수밖에 없다.
- 당내에서는 박근혜 위원장이 불출마 선언을 했는데 영남 중진들은 왜 결단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공개적으로 나온다.
선수(당선 횟수)와 연령이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교체지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과거에 물의를 일으킨 바가 있는가 등 평가 요소가 많다.
- 총선 전망은 어떤가?
2004년에 탄핵 역풍 속에서 박근혜 위원장이 대표를 맡아서 120석을 지켜냈다. 120석을 승패 분기점으로 본다. 영남이 버텨준다 해도, 충청·강원이 무너지면 힘들다. 수도권은 상징성이 있는 종로·중구를 지켜야 하는데 걱정이다. 나경원 전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 때 자기 지역구인 중구에서도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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