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LEESANG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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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전쟁통신 (주간경향 서평)
작성일 : 2012-09-19 14:53조회 : 2,437
주간경향 2012년 9월 18일 주간경향 993호
[북리뷰] 프랑스 종군기자의 한국전쟁 목격담
한국전쟁통신, 정진국 옭김. 눈빛 15,000원
이 책은 1951년에 프랑스에서 출판된 <한국에서 돌아오다>의 번역본인데, 한국전쟁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1950년 7월부터 1951년 2월까지 7개월 동안 한국전쟁의 최전선을 누빈 프랑스 종군기자 4명은 소중한 기록과 사진을 남겨 놓았다. 공저자 4명 중 한 명은 귀국 직전에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했다.
1950년 7월 말, 저자 일행이 부산에 도착했을 때 미군은 전쟁에 대한 확신을 잃고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선발대로 도착한 미 육군은 사기가 떨어져 있었고, 오직 미 해병대 증원군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8월 2일, 미 해병 1사단 병력을 실은 함정이 부산항에 도착하자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미 해병대는 공산군에게 넘어간 마산을 수복하기 위해 공격해 들어갔고 종군기자들은 해병을 따라 전선을 누볐다.
이런 급박한 전황을 이 책의 저자들은 담담하게 그려놓았다. 미군은 한국인 거동 수상자들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웠고, 북한군은 ‘서울의 장미’라는 선전방송을 틀어서 미군의 전의를 꺾으려 했다. 저자들은 일본으로 건너가서 인천 상륙을 취재하기 위해 미 해군 함정에 동승했다. 9월 15일, 인천 월미도를 향해 함포가 불을 뿜었고 상륙부대는 무사히 상륙할 수 있었다.
저자들은 인천 점령은 쉬웠지만 서울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는 힘들었다고 전했다. 서울 한복판에 들어선 미 해병대는 중앙청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시가전을 벌였는데, 저자들은 중앙청이 ‘예수회’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이라고 했다. 서울 탈환 기념식에 참석한 맥아더는 미 육군과 해병대 장병들에게 ‘하나님 아버지’를 외치는 기도를 하도록 했다면서 유럽에서 온 이 기자들은 빈정거렸다.
서울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 미군은 서울 시내의 거의 반 이상을 파괴해야만 했다. 서울을 탈환한 미군과 한국군은 얼마 후 평양을 장악했다. 29살 먹은 한국군 1사단장 백선엽 장군은 ‘한국의 패튼’을 자임했는데, 평양 지리를 잘 아는 그는 평양에 제일 먼저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저자들은 보드카 빈병이 뒹구는 김일성 저택을 돌아보고 빈집에 남아있는 캐비어와 샴페인을 즐겼다.
평양을 수복한 후 저자들은 공산치하에서 일어난 일을 전해주는 목격자들을 만나서 그들의 증언을 책에 남겼다. 기독교인들은 공산정권의 재판을 받고 처형되거나 투옥되었고, 평양 시내의 가톨릭 신부는 전원이 총살당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후퇴하는 북한 인민군은 미군 포로를 학살했는데, 송촌리에선 처형된 미군 시신 66구가 발견되어 미군 지휘관들을 경악하게 했다. 또 다른 포로 학살을 막기 위해 미군은 북한군 배후에 공정대원 3500명을 투입했는데, 한국전쟁에서 공수부대가 투입된 첫 케이스였다.
10월 26일 미 8군 오른쪽 지대를 지키던 한국군 6사단 선발대는 압록강에 도달해서 이승만 대통령에게 보낼 강물 한 병을 떠 담았는데, 한국군 6사단은 중공군에 의해 금방 고립되고 말았다. 맥아더가 원산에 상륙시켜 북으로 진격하도록 한 미 10군단은 장진호 부근에서 엄동설한 속에 중공군에 의해 포위되고 말았다. 장진호에 고립되었던 10군단 휘하 미 해병대는 영웅적인 전투 끝에 원산으로 철수했고, 저자들은 흥남 철수의 현장을 지켜보았다.
저자들은 1951년 1월 2일, 한강 얼음판을 건너다가 물에 빠져 익사하는 피난민 대열, 어린아이를 길가에 남겨놓고 혼자 남쪽으로 피난을 가는 여자의 모습 등 다급했던 서울 탈출 현장을 기록으로 남겼다. 저자들은 1951년 2월에 프랑스군을 따라 경기도 지평리에서 있었던 치열한 전투를 종군했고, 얼마 후 일본을 거쳐 본국으로 돌아왔다. 처절했던 한국전쟁의 실상을 알게 해주며, 치열한 기자정신을 느낄 수 있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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