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LEESANG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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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제민주화 큰 흐름에선 변함없을 것”(주간경향 인터뷰)
작성일 : 2012-12-26 22:01조회 : 2,272
<주간경향> 2013년 1월 3일자 (제1003호)
이상돈 “경제민주화 큰 흐름에선 변함없을 것”2013 01/01ㅣ주간경향 1007호
ㆍ이상돈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
대선 1년 전인 2011년 12월 19일 박근혜 당선인은 당시 한나라당의 비상대책위원장 자리를 맡았다. 당 내부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던 그때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비대위원으로 쇄신 요구를 적극 피력하며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이 교수는 비대위 체제가 대선 체제로 전환된 뒤에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으로 활동하며 박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도왔다.
이 교수는 박 당선인의 당선 의의로 무엇보다 깨끗한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는 점을 들었다. 또 이 교수는 임기 후반이 측근비리로 얼룩진 현 정부에 비해 측근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상태로 국정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도 새 정부의 장점이라고 주장했다. 박 당선인이 박빙의 상황에서 승리를 거두게 된 요인과 앞으로 국정을 어떻게 장악하고 운영해갈지에 대한 전망을 이 교수에게 들어봤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어디서부터 풀어나갈까.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당내 후보 경선에서부터 대선까지 깨끗한 선거를 치러 이긴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주변의 잡음 없이 홀가분하게 임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지만 일각의 비판처럼 육아·교육을 피부로 느끼지 않은 사람이라는 약점도 있다. 하지만 여성의 유리천장을 깼다는 의의도 있다. 영국의 대처 전 총리가 당시의 보수세력이 요구하던 강한 리더십을 실천했던 것처럼, 시대마다 여성 정치인에 대한 기대상은 달라진다. 문 전 후보에겐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있던 분열과 갈등의 그림자가 많이 보여 중도층이 등을 돌리고 박 당선인이 여성 정치인으로 제시한 포용적인 이미지에 기대를 걸었다고 본다.”
박근혜 당선인이 대선과정에서 위기도 겪었는데 승리한 요인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여러 번 부침을 겪었지만 그래도 추세를 지켜보니 지지율이 가장 떨어졌을 때도 35% 아래로 내려가진 않았다. 이렇게 공고한 지지는 단순히 보수 후보라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박 당선인이라 가능했던 것이다. 4월의 19대 총선과 새누리당 경선을 거치며 박 당선인의 정치적 리더십이 드러나고 깨끗한 경선과정이 부각될 때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대선을 100일 남겨둔 때부터 유신 관련 발언을 비롯해 시련이 닥쳐왔다. 이러한 위기는 일종의 자만에서 왔다고 본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계된 피해자분들께 사과하고 다시 지지를 회복하다가 정수장학회와 MBC 사이의 논의가 불거지면서 소강되던 이슈에 다시 불이 붙기도 했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캠프 내의 갈등으로 손 떼고 나가겠다고 나섰을 당시도 큰 위기였다고 본다.”
안철수 전 후보가 나서고 야권 단일화가 이뤄진 것도 큰 위협이 아니었나.
“단일화 바람이 불던 때가 캠프 내부의 위기상황과 맞물렸다. 안철수 효과는 선대위를 내내 긴장하게 만든 부분이었다. 상당수가 문재인 전 후보보다는 안 전 후보를 위협적이라고 보고 걱정했는데 내 생각은 약간 달랐다. 나는 어차피 문 전 후보로 단일화가 될 것이라고 봤고, 문 전 후보가 단일후보가 된 뒤 안 전 후보가 적극적으로 돕게 되면 격차가 좁혀질 것으로 예측했다. 마지막까지 초박빙이긴 했지만 공고한 지지층을 회복했고 플러스 알파로 박 당선인이 1년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당 이름까지 바꾸며 쇄신하는 모습이 국민들의 기억에 남아있었기 때문에 현 정권 심판론을 피하고 결국 이길 수 있었다.”
선거가 끝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아직 야권 지지층에선 박 당선인이 내건 ‘국민대통합’에 대한 의심이 크다.
“치열한 선거였던 만큼 허탈감도 클 수밖에 없어 그것이 표출되는 것일 뿐이다. 또 민주통합당도 진통은 겪겠지만 무너지거나 할 일은 없다. 일단 당선됐으니 박 당선인이 약속한 대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대승적·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현재로선 기대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공약으로 내건 것들이나 토론과정에서 나왔던 약속 중 검찰개혁을 실시해 현재의 검찰 행태를 바꿀 것이라고 한 것, 또 4대강사업 위원회를 만들어 사업의 전반적인 문제를 재검토하겠다고 한 것 등을 들 수 있다. 아직 언급하진 않았지만 쌍용차 해고자 문제나 언론 파업과 해직 문제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문제여서 다뤄야 한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에서 언론과 정부의 관계에서 갈등이 심해진 것같이 여러 방향에서 사회적 갈등이 드러났는데, 이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경제민주화 의제는 국민들의 관심을 모은 주제인데 대선 종반으로 오면서 힘이 덜 실리는 것을 보며 실행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 있다.
“경제민주화의 대표적 인물인 김종인 위원장이 손 떼고 나가겠다고 했을 때 사실 박 당선인의 지지율엔 큰 변동이 없었다. 경제민주화 의제가 대선국면의 흐름에 따라 더 강조되거나 덜 강조되거나 하는 차이는 있었지만 큰 흐름에선 변함이 없었고, 이는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그럴 것이다. 김 위원장이 나갈 뻔한 것이 국민들에게 경제민주화를 포기한다는 메시지로 전해지는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앞으로의 국정운영에서 주요한 이슈로 자리잡게 됐다는 면도 있다. 신자유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경제민주화 자체를 부정할 것이란 일각의 비판은 근거가 없다. 국민의 시대적 요청이 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이 다소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했지만 과거사 문제에 대한 비판도 임기 중 계속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선거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듯 결과적으로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박 당선인을 선택했고, 또 그 중의 절반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에 대한 향수가 있기 때문에 뽑은 50·60대 이상 유권자들이다. 이들 세대는 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있었던 인권문제도 목도했지만 고도성장기를 경험하고 그 혜택을 받은 세대인 것이다. 당시를 경험한 세대의 입장에서는 그 기간의 명암을 모두 경험하고 투표했다. 반면 젊은 세대는 그 시기를 직접 겪지 못하고 2차적으로만 경험한 세대라 어느 정도 선입견이 들어갔을 수 있다. 세대간 간극이 크게 드러난 것은 역사에 대한 관점의 차이일 뿐이다.”
이 교수 말처럼 이번 대선에서 세대간 대결구도가 강하게 드러났다.
“문 전 후보 쪽에선 복지와 일자리 모두를 강조했는데 사실 이 두 문제는 하나를 강조하면 다른 하나는 약해질 수밖에 없는 서로 배치되는 문제다. 복지란 노년층의 기득권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대선후보가 이 문제를 건드리기 쉽지 않다. 청년층의 입장에선 일자리를 요구하는데 일자리를 늘리려면 재정지출을 통한 복지 확대와는 배치된다. 이번 선거에선 일자리와 복지 모두를 강조한 문 전 후보 공약의 문제점이 부각되지 않았지만 다음 대선에선 어느 것을 우선할 것인지를 놓고 세대간 갈등이 더 심화돼 나타날 수 있다. 박 당선인의 임기가 지나고 다음 대선을 맞을 때 청년들이 일자리 때문에 보수정당을 지지하게 될 수도 있다.”
경제 전망이 좋지 않은데 박 당선인이 임기 동안 청년층에 비전을 제시해야 가능한 가정이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인수위원회에서부터 현 정권 동안의 재정건전성과 공기업 부채 등 국가재정 문제를 면밀히 살펴보고 시작하게 된다. 정권의 성향을 떠나서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해 건전성이 악화되는 면이 있다. 이명박 정부도 세계적 경제위기를 잘 막았다고 하지만 결국 부채를 통해 재정적자를 누적시키며 막아낸 것이라 의미가 없다. 앞으로 국민을 설득해 어쩔 수 없는 부분에선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낼 필요도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고도성장의 시대는 지나갔다. 고용효과가 큰 제조업에도 공동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청년실업 문제가 커지는 것이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지만 새 정부는 이에 대한 해법을 찾아내야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우선 인수위가 구성돼 활동에 들어갈 텐데 매번 그랬듯 내홍이 벌어지진 않을까.
“돌이켜 보면 김대중 정부가 들어설 때까진 노회한 정치인들의 힘 때문에 인수위를 둘러싼 잡음은 크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설 때부터 별안간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상대 세력과 대결구도를 취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설 때는 가장 핵심적인 인사들을 고를 때에도 온갖 말들이 다 나왔다. 소위 ‘갓파더’라 불린 대통령 측근들이 여기저기 개입했기 때문이다. 그 측근들이 지금은 다 교도소에 가 있고 실패한 경험이 있지 않나. 박 당선인은 이런 측근 문제에서 자유롭고 부친으로부터 배운 노하우가 있어 이전 정권보다 나을 것으로 본다. 인사를 완벽하게 하는 것은 대통령에게도 가장 큰 욕구다. 현실적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지만 성공적인 인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 당위적인 차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다.”
현 정부와의 차별성은 대북·외교정책에서도 이어질까.
“이명박 정부가 처음부터 강경 위주의 대북정책을 펴려 했던 것은 아니다. 초기의 대북정책은 전 정부의 햇볕정책과 유사한 점도 많았는데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이후 국내 정치의 압력 때문에 강경한 노선으로 선회했다. 박 당선인은 남북간 신뢰관계가 무너진 것을 회복하려고 나설 것이다. 대내외적인 대립을 가급적 초기에 풀어가면 대북정책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다. 과거 정권에서처럼 무차별적인 대북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북간 갈등과 위기를 원만하게 해소하는 차원에서의 대북지원은 재개될 것으로 본다.”
1년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시작으로 대선까지 1년을 겪은 소회는 어떤가. 또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정말 홀가분한 심정이다. 지난 1년 동안 정신 없이 지내온 일들이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간다. 벌써부터 앞으로 더 바쁘겠다는 말을 건네는데 아직 이렇다 하고 밝힐 수 있는 것은 없다. 선거 결과에 안도하고 있고 미련이나 후회는 없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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