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도권 '물값 불납투쟁' 이유없다 (한국일보 2008년 5월 1일)

작성일 : 2008-05-02 16:09조회 : 1,763

[기고/5월 1일] 수도권 '물값 불납투쟁' 이유없다

이상돈 중앙대 법학과 교수

팔당댐 주변에 있는 양평 광주 등 7개 시ㆍ군이 한국수자원공사에 내던 물값을 내지 않기로 결의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7개 시ㆍ군은 수도권 상수원 보호를 위해 가해지는 각종 규제 때문에 지역발전이 저해되고 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자기들의 텃밭에서 취수하는 데 대해 수자원공사에 돈을 내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물값 납부 거부 투쟁’은 몇 가지 상황과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첫째, 서울시가 취수장을 보다 상류 쪽으로 이전하면서 수자원공사와 맺은 기존 계약을 무시하고 물값 지불을 거부한 것이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 수자원공사와의 물값 소송 1심에서 패한 서울시가 2심 판결을 앞두고 물값 납부 거부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았나 추리해 볼 수도 있다. 둘째, 수도권 규제완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경기도가 도내 자치단체의 지역정서에 호소하고 나선 측면도 있을 것이다.

수도권 2,000만 시민의 생명줄인 팔당 상수원을 보호하기 위해 토지이용 규제가 가해지고, 이로 인해 경기도 동부 지자체들의 개발과 성장이 제한되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들 지자체로서는 보통 억울한 일이 아니다. 공장 신ㆍ증설도 할 수 없고 아파트 건설도 자유롭지 못해 지역 발전이 지지부진하다.

하지만 한강을 끼고 있는 경기도 동부지역은 자연환경이 수려한 상류지역에 있다는 것이 하나의 장점이기도 하다. 수도권 서남부에서 볼 수 있는 고밀도 개발만이 능사가 아니므로, 상류지역은 상수원 보호를 위해 가해지는 규제의 테두리 안에서 나름대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환경부가 팔당호 주변 지역 지자체에 대해 1999년 이후 물 이용 부담금을 1조원 이상 경기도에 지원해 지역발전을 도운 점도 중요하다. 상수원 지역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수 있는 것도 물 이용 부담금의 지원으로 하수처리장을 확충한 덕분이다. 7개 시ㆍ도가 물값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서울 인천, 수원 성남 등 다른 경기도 지역의 주민들이 낸 물 이용 부담금이 양평 광주 이천 등 상류지역의 발전을 위해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팔당 주변 지자체들도 법에 의해서 내야 할 물값은 정당하게 내고, 법에 의해 보장된 물 이용 부담금 지원을 늘려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소양댐과 충주댐에 의해 생산된 댐 물에 대해 물값을 못 내겠다고 버티는 것은 엉뚱한 화풀이에 불과하다.

특히 서울시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서울시야말로 소양강댐, 충주댐 등 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한강 수계 다목적댐에 의해 가장 큰 혜택을 보고 있다. 양평 광주 이천 등 상류지역 지자체의 개발이 억제되는 것도 순전히 서울시 때문이다. 수자원공사가 건설해 운영하는 다목적 댐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서울시가 댐 물값을 내지 않겠다고 버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팔당 특별대책지역 지정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보는 서울시가 그로 인해 피해를 당하는 지자체들에 대해 물값 거부 운동에 동참하자고 종용했다면,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다. 경기도 역시 팔당 상류지역에 가해진 규제에 힘입어 분당 일산 등지에 신도시를 건설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서울시와 경기도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지역 수리권’은 황당무계한 주장이다. 자신들의 행정구역 앞을 흘러가는 물은 마음대로 끌어 쓸 수 있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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