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LEESANGDON
나라와 사회를 올바르게 세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칼럼
박근혜 정부 100일 (경향신문)
작성일 : 2013-06-03 15:47조회 : 2,337
박근혜 정부 100일 (경향신문 2013년 6월 3일)
안홍욱 / 임지선 기자
ㆍ보수의 평가 -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
이상돈 전 중앙대 법대 교수(62)는 4일로 출범 100일을 맞는 박근혜 정부에 대해 “이 시대에 나아갈 길이 무엇인지, 지향점과 비전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 전 교수는 지난달 28일 경향신문 회의실에서 한 인터뷰에서 지난 100일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과거 대통령처럼 치사한 방법으로 권력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고 긍정 평가하면서 “대통령이 작은 데 신경을 쓰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 전 교수는 지난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과 대선 캠프 정치쇄신특위 위원을 맡아 박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했다.
▲ “복지가 너무 나가서 뒷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
경제민주화 수준 현재로도 부족하지 않아”
- 박근혜 정부의 100일을 어떻게 봤는가.
“100일이라고 하지만 대통령 당선부터 보면 150일이 넘었다. 솔직히 인사에서부터 실망스러운 점이 많다. 지도자는 자기가 다 하는 게 아니다. 지도자는 그 시대의 그 상황에서 자기가 무엇을 하겠다는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데 대선 과정에서 제시했던 비전이 많이 퇴색해버린 것 같다.”
-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무엇인가.
“박 대통령이 대선 출마선언 때 제시한 깨끗하고 투명한 정부를 구현하겠다는 의지가 얼마만큼 있는가. 초기 인사 실패가 너무 많았다.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준된 장관도 몇 명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발생한) ‘윤창중 사건’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 권위에 손상을 입었다. 또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주장했던 정치 쇄신에 대해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정치 쇄신에 의지가 있는지 걱정이다. 박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 중 한 명이 대처 수상인데 대처는 취임 이후 처음 칼을 휘두른 게 공공 분야 개혁이다. 공무원을 20% 감축하고 공무원을 관리하는 부서를 아예 없애버렸다. 그런 개혁은 정권 초가 아니면 할 수가 없는데 사실상 실기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든다.”
- 청와대는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 등으로 출범 자체가 늦었다고 한다.
“그건 이야기가 안 된다. 집권 세력이라면 청사진을 갖고 들어왔어야 한다. 100일 동안 가시적 결과를 요구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국민들이 기대하는 건 이 정부의 방향성이다. 야당과 언론이 무엇을 하든 간에 새 정권에 대해서 협력하는 기간인데 그 소중한 시기를 인사 파동으로 낭비했다. 박근혜 정부가 이 시대에 지향점이 무엇인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과연 준비된 정권인지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다. 단지 요새 터진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일관성 있는 입장을 취해 그나마 전통 보수층의 지지를 받는 게 아닌가 싶다.”
-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점은 무엇인가.
“박 대통령이 과거 대통령처럼 치사한 방법으로 권력을 행사할 사람은 아니라고 봤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 검찰이 국정원의 댓글 수사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이 감사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바로 지시할 사람은 아니라고 본다. 사실 이건 당연한 부분이긴 하다.”
- 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에 대해 야권은 후퇴했다고 평가한다.
“경제민주화는 현재 정도로 부족하지 않다고 본다. 별안간 우리가 재벌을 해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박 대통령이 빅딜을 해서 재계를 봐줄 사람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복지는 너무 나가서 뒷감당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반값등록금, 5세 이하 무상보육, 65세 이상 연금 등 시행에 연간 20조원이 든다. 방법은 세금을 올리거나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밖에 없다. 국가부채와 복지 문제는 앞으로 큰 이슈가 될 것이다.”
- 국민대통합 분야는 어떠했는가.
“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100% 대한민국’을 얘기한 것은 정치적 슬로건이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국민 30%는 박 대통령을 전혀 지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그런 사람들의 의견도 최대한 수렴해야 한다. 쇄신과 개혁을 통해 정의를 세워야 대통합이 된다고 본다.”
- 박 대통령이 소통 문제에서 아직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것 같다.
“대통령의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자회견이다. 대통령의 진면목은 기자회견에서 볼 수 있다. 대통령 기자회견을 못 보는 국민들은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현장에 가서 국민 고충을 보고 듣고, 국민을 위로하고 감싸는 것이 상징성이 있지만 그 자체를 소통이라고 할 수 없다.”
-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에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가.
“학자들 사이에 대체로 공통된 답이 있다. 대통령이 작은 데 신경 쓰는,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를 하면 안 된다. 대통령이 어떤 문제에서 먼저 결론을 내면 그 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 또 박 대통령과 정부가 일자리 문제에 너무 조급해하는 것 같다. 어느 시대나 성공한 대통령은 장기적 목표를 위해 인내하는 정책을 써야 나라가 바뀌고 발전한다고 했다.”
-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변화를 보여줬으면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박 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높은 여론조사 지지율 때문이다. 이 지지율은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향도 있겠지만 노무현, 이명박이라는 양 극단에 대해 중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제3의 정치로서 기대를 한 것이다. 노무현·이명박 정권의 실패를 극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초석을 놓았으면 좋겠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1972년 유신부터 1992년까지 20년간을 바로잡기 위해 있었고, 박 대통령은 지난 10년의 문제점을 바로잡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끝)
COPYRIGHT ⓒ 이상돈닷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