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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4대강',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자 (경향)
작성일 : 2013-07-18 09:34조회 : 2,245
<경향신문> 2013년 7월 18일자 시론
'4대강',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자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은 대운하를 건설하기 위함이었다는 감사 보고서를 내 놓았다. 4대강 사업이 부실하다는 보고서를 내어 놓은 데 이어 4대강 사업의 목적이 운하건설이었음을 추가로 밝혀 낸 것이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대운하 건설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예산이 4조 원 정도 더 들어갔다고 했다. 4대강 사업은 운하건설이 아니면 목적과 용도가 없다고 주장해 왔던 비판론자들의 주장에 귀를 막고 있다가 정권이 바뀌니까 조금씩 말을 바꾼 셈이다.
감사원 발표가 있자 몇몇 언론은 대단한 발견을 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으니 우스운 일이다. 하천이라곤 한강다리를 건너는 것 외에는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책상머리 언론인과 사이비 논객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별의별 궤변을 쏟아 내며 4대강을 옹호했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 언론 또한 책임을 면키 어렵다.
그것의 실체가 운하 건설이든 무엇이든 간에 멀쩡한 강을 파헤치고 시멘트를 퍼부은 4대강 사업은 애당초 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었다. 하천법, 환경법, 국가재정법 등 중요한 실정법을 무시하고 밀어 붙인 불법의 결과는 참담하다. 강을 가로막고 있는 시멘트 흉물에는 더러운 물이 고여 있고, 하천과 그 주변은 자연의 모습을 상실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수자원을 확보한다고 우겼지만 보에 담겨 있는 더러운 물을 쓰겠다는 곳이 없다. 이 지경을 만들기 위해 정부 예산, 수자원공사 부채 등 30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후보시절에 대운하 사업은 강바닥에서 퍼 올린 골재를 팔아서 충당하면 되기에 정부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골재를 팔아서 갑문과 리프트, 부두를 만들어야 하는 대운하 건설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면 그 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4대강 사업을 하면 정부가 골재를 팔아서 공사를 끝내고 최소한 몇 조원을 남겼어야 한다. 그러나 강바닥에서 퍼 올린 모래와 자갈이 하천변 곳곳에 산맥을 이루고 있고 그것을 관리하느냐고 허리가 휘는 지자체가 한둘이 아니다. 대운하이건 4대강이건 MB 정부가 내세운 논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허망한 궤변이었다.
문제는 지난 몇 년 동안 '4대강'을 중심으로 일종의 '운명공동체'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에 앞장선 국토부, 환경부, 수자원공사, 정치권, 그리고 영혼을 팔아넘긴 이른바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 공동체는 아직도 민심과 여론에 귀를 막고 버티고 있다. 2010년 지방선거와 그 후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를 거듭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게 된 원인 중의 하나가 4대강 사업인데, 이들은 이제 자신들의 보신(保身)을 위해 박 대통령의 뜻도 무시하고 있다.
국무총리실이 4대강 조사위윈회를 몇 달이 지나도록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들 때문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MB 정부와는 무관한 사람이지만 이들에 휘말려서 미로(迷路)를 헤매고 있다. 검사 출신인 정 총리는 대학시절에 "누구든 자기 일을 자기가 심판해서는 안 된다"는 법언(法諺)이 '자연적 정의'의 하나임을 공부했을 것이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장본인들을 조사위원회에 포함시키겠다는 발상은 피의자를 배심원단에 포함시키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 법률가인 정 총리의 양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4대강 사업을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두고 찬반 토론을 하는 단계가 아니다. 4대강 사업이 이미 실패했음은 발품을 팔아 4대강을 대충 훑어보면 알 수 있다. 4대강 사업은 단군 이래 가장 부실하고 부패한 공공토목 공사일 가능성이 크다. 4대강 곳곳에서 이루어진 담합의 결과는 비자금 조성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책사업에 참여한 토건회사들이 단지 자신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4대강 사업 때문에 국가재정이 휘청거리고 있지만 와중에 사욕을 채운 집단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4대강 사업이야 말로 추락할 대로 추락한 대한민국 검찰이 '국민의 검찰'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4대강’을 유지·관리하는데 연 1조원이 들어간다고 하니, 이건 '애물단지'가 아니라 아예 '저주'인 셈이다. 4대강 사업에 휘말린 한국수자원공사는 졸지에 부실기업이 되었고, 하천을 파괴한 기업이란 오명(汚名)을 벗을 수 없게 됐다. 수자원공사가 허공에 날린 8조원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 예산과 똑같다. 멀쩡한 강바닥에 퍼부은 30조원을 신형 전투기와 신형 초계함을 사들이는 등 국방력 강화에 투입했더라면 국군의 위상이 달라졌을 것이다. 4대강 사업은 자연을 파괴했을 뿐더러 나라 곳간을 축내서 국력을 훼손했다. ‘단군 이래 최악의 정책’인 4대강 사업에 대해 그간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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