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LEESANGDON
나라와 사회를 올바르게 세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칼럼
나라 빚을 어찌할 것인가 (시사IN)
작성일 : 2014-01-23 23:15조회 : 2,333
<시사IN> 2013년 연말 별책부록 <행복한 책꽂이>
나라 빚을 어찌할 것인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Niall Ferguson, The Great Degeneration (2013, Penguin Press, $26.95)
이 책은 미국의 성공과 쇠락을 그린 <콜로서스> 등 주목할 만한 저술을 하고 있는 닐 퍼거슨 교수가 2012년에 BBC 방송에서 4차례에 걸쳐 행한 강연을 모은 것이다. 번역본이 나왔지만 <위대한 퇴보>라는 엉뚱한 책 제목을 달고 있어서 권하고 싶지 않다. (정확한 번역은 '대(大)쇠퇴' 또는 '거대한 쇠퇴'가 되어야 한다. 'The Great Depression'은 '대공황'이지, '위대한 공황'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저자는 서유럽은 물론이고 미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도 총부채가 GDP 250%를 넘어서서 거대한 쇠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공공부채와 개인부채를 합친 액수가 GDP 250%를 넘어선 나라는 부채 압박으로 인해 성장을 그치고 정체적 국가(stationary state)가 되어가고 있다고 본다. 이런 국가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세 갈래 뿐이다. 첫째, 기술혁신을 통하거나 재정적 유인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거나, 둘째, 공공분야는 부도를 내고 개인들은 파산을 신청하거나, 셋째, 통화가치를 하락시켜 빚을 갚고 인플레이션을 감수하는 것이다. 사회가 정체되면 다수 국민들의 소득은 낮으며,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부패한 엘리트 계층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과 행정 시스템을 악용하게 된다. 현재 서방이 겪고 있는 '대(大)침체'(The Great Recession)는 더 큰 '대(大)쇠퇴'(The Great Degeneration)의 한 현상일 뿐이다.
서기 1500년경부터 서방 세계가 성장할 수 있게 된 배경은 이들이 ‘개방된 사회'로 변화했기 때문이었다. '법의 지배'가 확립되어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권위주의적 체제에서와 달리 심각한 실패를 피할 수 있었다. 오늘날 서방세계는 막대한 공공부채 때문에 위기를 겪고 있는데, 법 제도의 실패가 이런 상황을 초래한 데 일조를 했다. 공공부채가 과다하다고 함은 현 세대가 미래 세대를 착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많은 선진국에서 공공부채는 GDP 대비해서 100%가 넘으며, 향후에 지불해야 하는 복지재정 소요를 부채로 계산하면 천문학적 숫자가 된다. 정부가 지출을 줄이려고 하면 조직적 반대에 봉착하기 마련이라서 개혁은 성공하기 어려우며, 그 결과 많은 나라들이 아르헨티나 꼴이 될 것이다.
사회 발전과 더불어 서서히 진화해 온 보통법의 장점은 사라지고, 그 대신 복잡한 실정법이 자리 잡아서 법률 비용이 폭증했고, 소송은 남발되고 있으며, 변호사들은 정체된 사회에 기생하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민주주의를 가져 온 자발적인 사회단체와 공익적 모임이 사라져가는 등 사회적 자본은 소실되어 가고 있다. 저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취임사에서 공공부채와 재정적자, 과다한 규제와 소송의 폐해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을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정부가 미국민을 대표하고 있다는 시각을 보여주었다고 비판한다. 빚더미에 짓눌려 있는 ‘부채공화국’임에도 그 냉엄한 현실을 깨닫지 못하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 저작권은 <시사IN>에 있습니다.
COPYRIGHT ⓒ 이상돈닷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