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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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추락한 대통령 리더십 (시사저널)
작성일 : 2014-12-10 08:12조회 : 2,709
<시사저널> 1312호 2014년 12월 7일자
추락한 대통령 리더십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관 3인방과 그 배후로 지목된 정윤회씨를 둘러싼 의혹이 일파만파를 이루고 있다. 국회의원 박근혜를 보좌했던 비서관 3명이 대통령 박근혜의 청와대의 요직을 차지하자 이들이 결국에는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니 이번 일은 예고된 참사인 셈이다.
박 대통령에게 지우고 싶은 과거가 있다면 육영수 여사가 돌아간 후에 최태민이라는 사람과 사회단체를 같이 하면서 인연을 맺은 일일 것이다. 최씨는 오래 전에 사망했기에 그와의 문제는 이미 과거사가 됐어야 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1998년 대구 달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설 때 최씨의 사위인 정윤회에게 선거실무를 맡겼다. 이 때 정씨가 데리고 온 사람들이 오늘날 문제가 되어 있는 비서관 3인방이다. 이들은 의원실에서 일하면서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미니 정당을 만들고 평양을 방문하고 다시 한나라당에 복귀하는 복잡한 정치여정을 함께 했다.
2004년에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가 되자 시선이 부담스러운 정씨는 스스로 자취를 감추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경선이 가열되자 이명박 후보측은 박 대통령과 정수장학회, 영남대학교, 그리고 최씨와의 연관성을 공론화시켰다. 박 대통령이 2007년 경선에서 패배한데는 이런 문제가 상당히 작용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박 대통령은 조심스러운 행보를 했다. 박 대통령은 차기 대권을 위해 낮은 자세로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김종인 전 경제수석과 필자도 그 때 박 대통령을 만났다. 그런 박 대통령이었기에 비서관들이 문제를 일으킬 여지는 없었다. 하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박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 했기에 창구 역할을 하던 이들이 문고리 권력으로 기능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2012년 대선 캠프에서 생겼다. 박근혜 후보가 인혁당 판결과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터무니없는 실수를 해서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일이 일어났다. 일련의 사태는 대통령 후보가 캠프 공식 라인 보다 자신의 몇몇 비서관들에게 의존한데서 야기됐다. 그러다 보니 "당선이 되도 큰 일"이라는 말이 뜻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돌았다.
박 대통령은 당선된 후에 자신의 정부를 독특하게 구성했다. 자신이 알지 못했던 사람들을 주워 모아서 내각을 구성했는데, 그러다 보니 인사 참사라고 할 만한 사태가 계속 발생했다. 자연히 대통령 주변에 포진한 비서관들 때문에 인사가 엉망이라는 볼멘 소리가 나왔다. 경륜은커녕 사회경험마저 태부족한 비서관들에 박 대통령이 의존하다보니 대통령의 메시지는 유치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이 수석비서관들과도 대면을 하지 않는 '의문의 불통 통치'를 하다 보니 비선 실세가 따로 있다는 풍문이 뭉게뭉게 퍼져갔다. 이 와중에도 한자리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들, 그리고 이들과 통하는 정치권 인사들에게 줄을 댔을 것이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날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고, 조선일보가 이상한 칼럼을 써서 의혹은 더욱 확산됐다. 일본 산케이 신문이 비슷한 기사를 쓰고 청와대가 이를 문제 삼자 이 풍문은 그야말로 세계화되어 버렸다. 이제는 전국민이 최태민이 어떻고 정윤회가 누구라는 정치 토크를 하게 됐다. 정씨를 둘러싼 논란의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이미 천길 나락(奈落)에 떨어져 버린 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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