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LEESANG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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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온난화 회의론자를 압박하는 정치인들
작성일 : 2008-02-20 01:40조회 : 1,540


‘온난화 회의론자’를 압박하는 정치인들 
(첨단환경 2007년 8월)

1. ‘온난화 회의론자들’

지구 온난화를 둘러싼 논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늘날 지구 온난화 현상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구 온난화를 두고 벌이는 논쟁은 그 주된 원인이 무엇이고, 어느 정도의 온난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온난화 현상을 제어하기 위한 비용․효과적 대책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선 정확한 정보를 갖고 전문가들이 토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요즘 지구 온난화를 두고 벌어지는 분위기는 그런 것이 아니다. 온난화는 ‘사실(fact)’이고 ‘진실(truth)’이기 때문에 더 이상 논쟁은 필요 없고, 즉시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팽배함에 따라 지구 온난화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갖고 있는 학자와 연구자들(‘회의론자-skeptics’)은 ‘반역자’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 이들은 정부와 국제기구가 주는 연구비 배정에서도 제외되어 있고, 자기 의견을 알릴 지면도 상실해 가고 있다. 심지어 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회의론을 학교에서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2. 록펠러 상원의원과 스노우 상원의원이 엑슨-모빌 석유회사에 보낸 서신

작년 10월 27일자로 존 록펠러 4세 의원(공화당, 웨스트 버지니아 주)과 올림피아 스노우 의원(민주당, 메인 주)이 엑슨-모빌 석유회사의 렉스 틸러만 회장에게 정중한 서신을 보냈다. 1937년 생인 록펠러 의원은 스탠다드 석유를 세운 석유 재벌 존 록펠러의 증손자 중의 한 명이다. 그는 록펠러 가문에서 정치를 하고 있는 유일한 인물인데, 삼촌벌인 넬슨 록펠러 전 부통령 등 다른 친척들과는 달리 민주당원이며, 현재 4선의 중진 상원의원이다. 올림피아 스노우 의원은  1947년 생으로 공화당 3선 여성 상원의원이나 정치적 성향은 진보적인 편이다. 
두 의원은 엑슨-모빌 석유회사의 렉스 틸러만 회장에서 보낸 서신에서 엑슨-모빌이 오랫동안 소수의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이런 소수의 사람들이 정부의 정책결정자들에 영향을 행사하며, 이로 인해 미국이 외교에서 도덕적으로 분명한 입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엑슨-모빌 등 대기업들은 온난화 부정론자(‘deniers’)를 후원하는 위험한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면서, 특히 경쟁기업연구소(The Competitive Enterprise Institute)에 대한 지원을 끊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엑슨-모빌이 2004년 한해 동안에만 최소한 29개의 지구 온난화 회의론 단체에게 후원금을 주었고, 1990년대 말 이후 이런 단체에 기부한 돈의 총액은 1900만 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두 의원은 엑슨-모빌과 그의 동료기업들은 담배 회사가 엉터리 연구를 조장해서 규제를 피해나가려 했던 것과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세계 최대의 에너지 기업인 엑슨-모빌이 모범을 보여서 이런 단체에 대한 지원을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3. 경쟁기업연구소와 엑슨-모빌 석유회사 

경쟁기업연구소는 프레드 스미스가 1984년에 스카이프 재단과 포드 자동차 재단, 이어하트 재단의 후원으로 세운 민간 연구소로, 주로 환경문제와 소비자 문제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지구 온난화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자 기후변화 논의가 비과학적인 가정(假定)에 서있으며, 기후변화협약이 온난화를 저지하지도 못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공화당으로 하여금 교토 의정서에 반대하도록 하는데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고,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회의에 민간대표로 참석해서 자유주의적 경쟁기업의 입장을 반영시키는데 상당히 성공했다. 그러나 이 연구소는 상임연구원이라고 해 보았자 주로 재택 근무를 하는 서너 명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초미니 민간 연구소인 것이다.
엑슨-모빌은 록펠러 의원의 증조부인 존 록펠러가 세운 스탠다드 석유회사가 독점금지법에 의해 분산된 후 생긴 여러 회사 중 하나인 스탠다드 오일 오브 뉴저지가 나중에 이름을 바꾼 것이다. 엑슨은 엑슨 발데즈 유조선 오염 사건 후 모빌 석유사와 합병해서 엑슨-모빌이 되어 세계에서 가장 큰 석유회사가 됐다. 그러니까 록펠러 의원은 자기 증조부가 세운 회사의 회장을 상대로 설교를 한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록펠러 일가는 엑슨에 대해 이렇다할 지분을 갖고 있지는 않다. 영국의 브리티쉬 페트롤리엄 등 몇몇 석유회사들이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고 환경단체를 후원하기도 했으나, 엑슨-모빌은 오히려 기후변화 협약에 비판적인 학자들과 단체를 후원해 왔던 것이다.
 
4. 월스트리트 저널 사설

이 서신이 알려지자 월스트리트 저널은 12월 4일자로 두 의원을 비판하는 대단히 냉소적인 오피니언(‘Global Warming Gag Order’)을 내 보냈다. 오피니언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두 의원이 담배 회사를 거론하면서 엑슨-모빌을 압박한 것은 사실상 기업을 위협하는 것이다. 두 의원이 기후변화에 대한 사실과 효과에 대하여 완전한 합의가 있다고 보는 것은 참으로 놀랍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토론이 두려워서 신문에 이름이 나오기도 어려운 몇몇 연구자들의 목소리를 침묵시키기 위해 엑슨-모빌 석유회사에 대하여 압력을 가하고 있다. 우리는 경쟁기업연구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존중하고 있지만, 이 사람들이 미국의 기후변화 정책을 주도하고 주류(主流) 미디어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이 두 상원의원의 서신을 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그렇다면 이제 세력균형을 보기로 하자. 지구 온난화에 대한 회의론을 펴는 한쪽에는 경쟁기업연구소가 있다. 지구온난화가 임박한 현실적 위험임을 주장하는 다른 한쪽에는 퓨 자선 기금, 시에라 클럽, 환경방어기금, 유엔과 유럽연합, 할리우드, 앨 고어, 그리고 이 나라에 수도 없이 많은 정치적으로 좌편향된 기자들이 있다. 이 두 진영의 싸움이 공정한 것이라고 가정(假定)하기로 하자. 그렇다면 두 상원의원은 이 작은 연구소의 몇 명밖에 되지 않는 시시한 정책 연구원들이 논쟁에서 승리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걱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 온난화가 임박한 위험이라고 주장하는 진영은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 확신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두 상원의원의 서신은 지구 온난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위협하는 것이다. 엑슨-모빌은 온난화에 대해선 아직도 논쟁이 있다고 생각하는 몇 안 되는 기업 중의 하나라서 타깃이 된 것이다. 돌이켜 보면 인류 역사에는 많은 ‘의견의 일치’가 있었지만, 그것이 잘못된 적이 많았다. 따라서 몇몇 사람들이 천문학적 돈을 쓰기 전에 온난화에 대한 ‘의견일치’를 검증해 보게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만일에 부시 행정부가 진보 진영에 대해 이런 투(套)의 서신을 보냈다면, 좌파는 그것이 ‘검열’이라고 난리를 쳤을 것이다. 나사(NASA)의 젊은 공보직원이 제임스 한센 박사의 연구결과가 미디어에 발표되는 것을 제한하려 하자 그것이 검열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한센 박사는 힘있는 유명한 학자였는데도 그런 비난이 일었으며, 결국 젊은 직원은 사임해야만 했다. 두 상원의원의 서신은 그들이 엑슨-모빌을 응징할 수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것이다. 의회에는 초과이득세 법안이 계류 중이며, 우리는 과거에 의회를 거스른 기업들이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 잘 알고 있다. 

5. 신종 ‘신흥종교’ ?

월스트리트 저널의 오피니언은 참으로 잘 쓴 글로, 영어 원문을 읽기를 권하고 싶다. 우리나라엔 도무지 이런 글이 신문지상에 실린 적이 없다. 우리나라의 학자나 기자들이 쓴 글은 한결같이 기후변화가 심각한 위협으로 곧 닥칠 것이니,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식의 허황된 주장뿐이다. 그러면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기술개발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등, 지겹고 뻔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앵무새 무리가 합창을 하는 모습을 연상시킬 뿐이다.
좀더 냉소적으로 말한다면 ‘환경’은 새로 유행하는 종교가 된 것 같다. ‘환경교리’에 어긋나는 행동은 전혀 용납되지 않으니, 지동설(地動說)을 박해한 중세의 교회를 연상시킨다. 이런 신흥 종교를 전파하고 다니는 사람이 매우 부유하고 권세를 갖고 있다는 점도 중세의 모습과 비슷하다. 존 록펠러 상원의원은 석유사업가인 선대(先代)로부터 물려받은 신탁계정 덕분에 힘들여 일해 본적도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탄산가스가 배출하는 산업이 나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테네시의 부유한 가정에 태어난 앨 고어 전 부통령은 이런 신흥종교를 전파하는 데 앞장 서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신종 신흥종교는 포교하면서 돈을 번다는 사실이다. 앨 고어는 그의 엉터리 책 ‘불편한 진실’을 파워 포인트로 설명하는 행사에 참가하면서 20만 달러를 강연료로 받고 있다. “힘들고 짐을 진자들이여, 억울하면 ‘신흥 종교’를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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