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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12년 대선을 돌아보면서 (광주일보)
작성일 : 2015-09-01 22:38조회 : 1,927
광주일보 2015년 8월 28일자 칼럼
<이상돈의 '바른 소리'>
2012년 대선을 돌아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다. 여의도 정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산하다. 그런 가운데 2012년 대선 때 안철수 의원의 대변인을 지낸 금태섭 변호사가 당시를 회고한 책을 내서 화제가 됐다. 금 변호사는 “안철수 의원은 배후의 비선 조직 때문에 외부와 소통이 차단되어 있어 정상적 의사 결정이 되지 않았으며, 문재인 의원과의 단일화 여론조사 협상 도중 별안간 후보를 양보해 버린 것도 비선 조직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고 책에서 주장했다.
금 변호사는 당시에 여론조사를 했으면 안철수 의원이 야권 단일후보가 됐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 가장 미스터리했던 모습이 ‘안철수 현상’이었다면, 가장 이해가 안 되었던 대목은 안 의원이 단일화 여론조사를 포기했던 순간이었다.
금 변호사는 안 의원이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승리했을 것이라고 보지만, 나는 그 부분에 대해선 생각이 다르다. 나는 2012년 대선에서 야권 후보는 야당에서 나온다고 생각했고, 그 점을 4·11 총선 후에 나온 책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안철수 현상은 어디까지나 현상이고, 대선에선 정당이란 조직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2012년 당시 야당의 유력한 대권 후보는 손학규 전 대표와 문재인 의원이었는데, 나는 문 의원이 후보가 될 것으로 보았다. 4·11 총선을 앞두고 친노가 밀었던 한명숙 전 의원이 당 대표가 되었으니 당 내부는 물론이고 외곽의 지지세가 탄탄한 문 의원이 후보가 되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손학규 전 대표는 중도층의 지지도가 탄탄하지만 당시 야당의 전략이던 ‘진보 대통합’을 이루기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진보 대통합’의 한 축이던 통합진보당의 실체가 4·11 총선 후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후보는 그런 통진당과의 관계를 어정쩡하게 끌고 가다가 대선에서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나는 이런 점에서 지금 전남 강진에서 칩거하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가 양극단으로 치닫는 우리나라 현실정치에 의해 희생됐다고 보며, 그렇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손 전 대표에게 대해 얼마간의 부채의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내 경선을 거쳐 거대 야당의 후보가 된 문재인 의원이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 대등한 입장에서 여론조사로 후보 단일화를 한다는 것은 정당정치의 시각으로 볼 때에 아주 기이한 모습이다. 하지만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그렇게 단일화를 했고,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민주통합당 후보이던 박영선 의원과 박원순 무소속 후보가 그런 식으로 단일화를 했다.
여론조사의 맹점은 정작 투표장에선 그 정당의 후보를 찍지 않을 유권자들도 답을 한다는 것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여론조사에서 패배해 고배를 마신 것도 이 때문이었다. 2012년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 여론조사를 실시했더라면 새누리당 성향의 유권자들이 안 의원을 지지한다고 답했을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이 당원과 외곽단체를 통해 구축해 놓은 네트워크가 워낙 탄탄해서 그런 효과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여론조사를 포기하자 이를 제일 반긴 쪽은 박근혜 캠프였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인혁당 관련 인터뷰와 정수장학회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연거푸 실수를 해서 캠프의 분위기가 말이 아니었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의 위원이던 나는 안대희 특위위원장이 “이런 상황에서 야권 단일화가 여론조사로 이루어지면 누가 야권 후보가 되든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다”고 침통해 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안 의원이 단일화 여론조사를 포기하자 문재인 의원은 ‘상처뿐인 단일 후보’가 됐고, 그런 사이에 대선은 노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느니 어쨌느니 하는 식의 색깔론으로 흘러갔다.
모든 선거가 중요하겠지만 나는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민생경제와 국가재정이 너무 나쁘고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다. 야권이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 승리하기를 원한다면 2012년 총선과 대선을 보다 냉철하게 분석해서 교훈을 얻고 거기에 걸맞게 쇄신을 해야 할 것이다.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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