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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갈 길을 잃은 새정치민주연합 (광주)
작성일 : 2015-11-22 23:15조회 : 1,955
광주일보 2015년 11월 20일 [이상돈의 '바른소리']
갈 길을 잃은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의 앞날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가 어렵게 됐다. 청와대와 여당은 야당을 아예 무시하고 있고, 야권에 우호적인 정치평론가도 새정치연합에 대해선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말한다. 문재인 대표에 대해 사퇴하라는 말이 반년 넘게 당내에서 나오고 있으니 그런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서 정당으로서 모습이 우습게 되어 버렸다. 무엇보다 야당의 기반인 호남에서 문 대표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은 새정치연합의 문제가 심상치 않음을 웅변으로 증명하고 있다.
상황의 심각성을 모를 수 없는 문재인 대표가 엊그제 광주를 찾아서 나름대로의 해법을 내어 놓았다. 문 대표는 ‘문재인·안철수·박원순’으로 구성된 희망스크럼을 구성해서 당 대표 권한을 공유하는 공동지도체제를 제안했다. 당 대표 권한을 세 사람이 공유하면서 내년 총선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문 대표는 안철수 의원이 제시한 혁신안이 ‘백번 옳은 이야기’라고 동감을 표명했으며, ‘호남의 정치개혁도 결국 인적쇄신’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 같은 날 창당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킨 천정배 의원에 대해 통합을 제안했다.
하지만 문 대표의 구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문·안·박 공동체제’는 현재의 최고위원회를 대체한다는 말인데, 당장 몇몇 최고위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자치단체장인 박원순 시장은 법적으로 평상시 정치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안 의원은 아직은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과연 참여할지는 의문이다. 문 대표는 안 의원이 제시한 혁신안이 ‘백번 옳다’고 했는데, 사실 안 의원은 알맹이 있는 혁신안을 제시한 적이 없고 단지 김상곤 혁신안이 잘못됐다고 말했을 뿐이다. 안 의원이 ‘문·안·박 연대’에 참여하면 문 대표는 김상곤 혁신위안을 백지화시켜야 하는데, 그것은 곧 자신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문 대표는 ‘문·안·박 연대’의 근거로서 세 사람의 지지도를 합치면 새누리당 지지도보다 높다고 했다. 2012년 한 해 동안 안철수·문재인 두 사람의 지지도를 합치면 박근혜의 지지도보다 항상 높았지만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패배한 데서 보듯이 지지도 단순 합산은 큰 의미가 없다. 호남에서의 민심 이반이 호남 현역의원들의 기득권 수호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새정치연합이 갖고 있는 문제는 무엇이며, 이것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가 하는 본질론은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이 난제를 풀기 위해선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솔직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2012년 두 차례 선거는 친노 지도부가 주도해서 치렀기 때문에 결국은 현재의 주류 세력의 패배였으며, 통진당과의 연대로 치른 선거였기에 진보집권 플랜의 실패였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여기에 대해선 그래도 친노가 주도했기에 그만큼 선전한 것이 아니냐고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호남 유권자의 전폭적 지지가 없었으면 그만한 선거 결과도 얻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안철수 의원이 야권 쪽에 섰다는 것도 중요한 요소이다. 총선에서 안 의원은 참여하지 않았고 대선에서는 양보했지만 안 의원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은 대체로 2번을 찍었다. 안 의원이 정당을 창당하려 할 때 그 지지도는 민주당과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안 의원이 한때 가졌던 정치적 자산은 공동대표가 되어 치른 지방선거와 재보선 과정을 통해 많이 소진되어 버렸다. 2012년 대선에서 문 대표를 지지했을 통진당 지지층이 헌재의 해산 판결 후에 통진당과 선을 그은 새정치연합을 더 이상 지지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변화다. 2012년 선거에서 야당이 얻었던 48%에서 호남 유권자, 안철수 지지층, 그리고 통진당 지지층을 빼면 대체로 새정치연합의 현재의 지지도가 나오게 된다.
새정치연합이 아직도 ‘거리 민주주의’에 매달리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세월호 사건 후 조사위원회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져야 한다고 거리 투쟁에 나선 것이라든가, 지난 주말에 있었던 과격한 민중집회에 관해서 그것을 주도한 민노총을 향해 쓴 소리 한마디 못하는 것이 그러하다.
오늘날 새정치연합이 필요로 하는 호남 유권자와 20∼30대 유권자는 박근혜정부의 극우 편향을 혐오하지만 동시에 과격한 운동권 행태도 좋아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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