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소련은 어떻게 무너졌나? (매일)
2016-02-15 17:22 731 이상돈

매일신문 2016년 2월 15일자 칼럼
[이른 아침에]


소련은 어떻게 무너졌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 美`蘇 냉전 종식은 역사적 작품
- 레이건과 고르바초프의 합작
- 우리가 아무리 평화 열망해도
- 北 정권 변하지 않으면 불가능

최근 정치권에서 북한이 소련처럼 궤멸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1989년 가을에 동독이 무너지고 독일이 통일되듯이 북한이 붕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전문가 사이에서 논란이 있다.

또한 소련이 무너지고 냉전이 종식된 것이 공산체제의 내재적 모순 때문인지, 아니면 1980년대 들어서 강화된 미국의 대외정책 때문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만일레이건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힘입어서 공산정권이 붕괴했다면 우리는 그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은 냉전이 종식된 것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덕분이라고 본다. 레이건은 할리우드에서 배우 생활을 할 때에 전향한 소련 간첩 휘태커 챔버스의 회고록을 읽고 반공주의자가 됐다. 1964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배리 골드워터를 지지하는 과정에서 레이건은 보수주의자들의 아이콘이 됐다. 레이건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추구했던 해빙정책(데탕트)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1980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레이건은 취임하자마자 군비(軍備)를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나섰다. 레이건 1기 행정부에는 강경론자들이 포진해 있었고, 미국과 소련 간에는 긴장이 감돌았다. 대한항공 여객기가 공해(公海) 상공에서 소련 전투기에 의해 격추됐고, 중남미 국가에선 쿠바의 지원을 받는 공산 게릴라가 준동을 했다. 레이건은 소련을 ‘악(惡)의 제국’으로 불렀고, 공산주의는 ‘역사의 잿더미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보수주의자들은 레이건의 이 같은 강경정책 때문에 소련이 무릎을 꿇었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절반 정도만 맞다. 1985년을 기점으로 소련 자체가 변했기 때문이다. 소련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으로 인해 재정이 피폐해졌고 경제체제 자체가 심각한 한계에 봉착해 있었다. 그럼에도 연로한 소련 지도자들은 미국을 불신했고, 레이건이 소련을 상대로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믿었다. 이런 와중에 레이건은 소련 지도자에게 대화 제안을 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구(舊)체제를 유지해 온 브레즈네프, 안드로포프, 체르넨코가 연이어 사망하고 개혁을 내세운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새 지도자로 등장하자 상황은 변했다.

인류가 핵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던 레이건은 고르바초프와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고르바초프는 동유럽 공산지도자들에게 소련은 더 이상 그들의 체제를 소련의 군사력으로 보호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군비를 축소하지 않고서는 경제개혁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군비 감축에 대해 레이건과 고르바초프가 의견을 같이하게 된 것이다. 1987년 2월, 고르바초프는 중거리 핵미사일을 미국과 소련이 동시에 감축하는 방안을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해 12월 고르바초프는 워싱턴을 방문해서 레이건과 정상회담을 갖고 중거리 미사일 감축협정에 서명했다.

보수 언론은 레이건이 공산주의자들의 실체를 모르고 속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수주의자들은 레이건이 자신들을 배신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레이건이 진정으로 원했던 바는 ‘철(鐵)의 장막’ 동쪽에 살고 있던 사람들도 자유를 누리는 세상이었다. 1987년 6월, 서베를린을 방문하던 중 레이건은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고르바초프 서기장, 이 문을 열고 장벽을 허무시오”라고 연설을 한 바가 있었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독일은 통일됐으며 2년 후에는 소련도 붕괴했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레이건은 “베를린에서 연설할 때 독일 통일을 예상했었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공산체제가 언젠가 붕괴할 것으로 믿었지만 그렇게 빨리 무너질 줄은 몰랐다”고 답했다.

냉전 종식은 레이건과 고르바초프가 함께 만들어낸 역사적 작품이었음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우리가 아무리 평화를 열망해도 북한 정권이 변하지 않으면 진정한 평화가 불가능함을 잘 보여 주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 칼럼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이상돈 교수 개인 사정에 따라 칼럼 집필을 이번으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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