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에서 '새로운 젊은 보수'가 일어 설 수 있나 ?

작성일 : 2008-06-14 00:32조회 : 2,535

한국에서 ‘새로운 젊은 보수’가 일어 설 수 있나 ?

6월 6일 촛불 집회를 보고 쓴 ‘보수는 마지막으로 패배하고 있다’는 글이 예상 외로 파장을 일으킨 모양입니다. 그러면서 몇몇 분들이 좀 더 건설적이고 희망적인 제안을 해 보라는 충고의 말을 해 주셨습니다.

요즘 느끼는 심정은, 이러다간 보수는 젊은이와 여성의 지지를 영원히 잃어버리겠다는 우려입니다. 자기를 스스로 '보수'라고 말하려는 젊은 세대가 과연 있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사실 무엇이 ‘보수주의’인가 하는 질문에 답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요즘 김진홍, 안병직, 서경석 같은 사람들이 자기가 ‘보수’라고 나서는 것을 보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점은, 이러다간 ‘보수’는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도매금에 순장(殉葬)을 당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脫(탈)MB’, ‘反(반)MB’ 신진 보수세력을 결집하지 않으면 이 땅에서 보수는 영원토록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번 대선과 총선에서 보여 준 바와 같이, 진보와 보수 어느 진영도 국민 다수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다만 진보는 노조 등 조직을 갖추고 있어 결집력이 높고, 보수는 영남이란 두터운 지역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보수는 몇 가지 전략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우선 MB 이후의 주자(走者)를 발굴해야 하겠습니다. 보수 이념과 정책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도덕성과 대중적 이미지가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 문제는 정치권에서 할 일입니다.

보다 장기적 과제는 문화전쟁을 치르는 것입니다. 문화 헤게모니를 상실하는데 걸린 시간이 최소한 20년은 되기 때문에 회복하는데도 20년은 걸릴 것입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띠워서 발족한 뉴라이트도 원래는 이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만, 한쪽에선 반공을 폄하하고 일제통치를 미화하는 등 부작용을 일으켰고, 또 한쪽은 MB에 올인해서 같이 망가지게 되었습니다.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만, 정말 한심한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저 자신도 혼자 공부하고 글 쓰는 일이라면 모르지만, 새로운 활동을 한다는 것은 무모하게만 느껴집니다. 미국 공화당은 중산층이란 탄탄한 대중적 기반을 갖고 있고, 보수 싱크 탱크는 직접적 수혜자인 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윌리엄 버클리 2세 이래 이어지는 지식인 그룹 인맥도 탄탄하고, 빌 오라일리, 러시 림보, 앤 코울터, 로라 잉그레이엄 등 대중적 지지를 확보한 미디어 스타도 많습니다. 그런 미국이 정말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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