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샘 태넌하우스, 보수주의는 죽었다(2009년)
2009-10-19 00:05 1,449 이상돈



샘 태넌하우스. 보수주의는 죽었다 (2009, 랜덤하우스, 123쪽, 17달러)

 Sam Tanenhaus, The Death of Conservatism (2009, Random House, $ 17.00)

뉴욕 타임스의 서평 편집자인 샘 태넌하우스는 이 작은 책에서 미국에서의 보수와 진보에 관한 담론을 펼치면서, 미국에서 보수주의는 사망했다고 단언한다.  보수주의자들은 저자의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겠지만, 저자의 관점을 통해서 보수주의 운동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는 충분히 된다고 하겠다. 

저자는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자 공화당 의원들도 오바마 행정부가 마련한 경제부흥 플랜(The Stimulus Plan)에 동의해야만 했다면서, 자신들의 정치경제적 신조(信條)를 저버려야만 하는 공화당은 자신들의 실패를 인정한 것이라면서 책을 시작한다. 저자는 오늘날 보수주의는 폼페이 유적(遺蹟)을 닮았다면서, 보수주의는 이미 사멸(死滅)한 이념이라고 주장한다. 보수주의는 중도-실용-현실주의에 입각했을 때 번성했지만, 보복주의(revanchism)에 집착함으로써 스스로 변방으로 밀려나고 말았다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의 보수주의는 프랑스 혁명의 후예처럼 보인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보수주의 원조인 에드먼드 버크는 미국 혁명을 긍정적으로 보았는데, 정작 미국의 보수주의는 버크가 비난한 프랑스 혁명을 닮아갔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미국의 진보주의는 컨센서스(consensus)에 입각해서 세상을 보지만, 보수주의는 정통교리(orthodoxy)를 강조한다고 지적한다. 보수 논객들이 오바마 정권을 ‘진보 파시즘’ ‘사회주의’ 등으로 비난하는 것을 저자는 ‘보복주의’라고 지칭한다. 1952년에 공화당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를 내세워서 20년 만에 정권을 탈환할 수 있었는데, 이는 공화당내의 온건파 덕분이었다면서, 오늘날 공화당은 그런 과거를 망각하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1950년대에 미국에서 보수주의가 일어난 것은 ‘역사적 사고(事故)’라고 한 아서 슐레징거의 표현을 인용하면서, 윌리엄 버클리 2세와 그의 매부인 브렌트 보젤이 주도한 보수주의 운동은 폭력운동으로 발전해서 대중의 지지를 상실한 좌파 운동과 달리 통상적인 정치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저자는 공화당은 온건한 노선을 따랐을 때에 성공했다고 본다. 새로운 보수주의를 주창한 버클리와 보젤은 배리 골드워터를 앞세웠지만 1964년 대선에서 참패했고, 반면에 1966년 중간선거에선 온건주의를 내세운 공화당 신인 정치인이 대거 원내로 진출했으며, 1968년에 당선된 닉슨 대통령은 진보적 사회경제정책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것이다. 1964년 대선에서 골드워터를 지지했던 로널드 레이건은 중도적 공화당원의 이탈을 비난했지만,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된 그는 큰 규모의 예산을 짜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레이건은 결코 원리주의자가 아니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1968년 대선은 미국 유권자들의 다수는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님을 다시 한번 잘 보여 주었고, 대통령에 당선된 닉슨은 소련과 데땅트를 지속하고 중국과의 수교에 나서는 등 큰 업적을 남겼지만 워터게이트는 모든 것을 삼켜 버렸다고 그는 말한다.

저자는 레이건은 그를 추종했던 사람들이 생각하는 원리적 보수주의자가 아니었다고 본다. “정부가 문제”라면서 워싱턴에 입성한 레이건이었지만, 정작 정부 프로그램을 없앤 것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레이건 시절에 연방정부의 적자는 더 늘었다. 이런 레이건에 실망한 보수주의 원리론자들은 그의 후계자인 조지 H. W. 부시에 대해 더욱 실망했다. 이 때 등장한 인물이 뉴트 킹리치와 톰 딜레이인데, 이들은 클린턴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갔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우파 지식인들은 ‘문화전쟁’이란 이름으로 진보주의에 대해 전쟁을 선포했다. 1984년에 보수주의를 대변했던 인물이 워싱턴 포스트의 조지 윌이었다면, 1994년에는 러시 림보가 그런 역할을 했다면서, 이처럼 보수는 에드먼드 버크의 정신을 버리고 마르크스주의를 거꾸로 동원했다고 저자는 힐난한다.

저자는 이라크 전쟁이야말로 고전적인 보수주의 철학으로부터 가장 이탈한 것이라 주장한다. 저자는 보수주의자들의 운동(movement conservatives)은 국내와 국외에서 그들이 원하는 전쟁을 벌였지만 2008년 대선에서 보전(conservation)과 교정(correction)을 이 시대의 어느 우파 인사 보다 중시하는 대통령이 당선됨에 따라 처절하게 패배했다고 말았다. 저자는 오늘날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진보와 보수의 두 측면을 모두 갖고 있는데, 보수주의 운동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런 결과로 비타협적인 보수주의 운동은 종말을 맞았고, 오늘날 보수주의는 과거와의 연결을 규명하는 정도의 의미만 갖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 이상돈
( 책 표지는 첨부를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





게일 쉬슬러, 조국과 해병대를 위하여 (2009년)